"앞에서 삼각파도가 밀려올 때, 파도를 피하려고 방향을 틀면 배가 전복된다."1993년 10월 10일 부안 앞바다에서 292명의 사망사고를 낸 ‘서해 페리호’ 침몰 사건 때, 김영삼 대통령이 한 말이다. 거제도, 섬 출신인 김영삼 대통령이 특유의 경험을 담아 서해 페리호 선장의 미숙함이 사고를 불렀다는 것을 지적한 말이다.그렇다. 사람은 위기가 닥치면 일단 숨으려 한다. 이번 국민의힘 총선 참패의 근본 원인도 알고 보면 ‘정권심판론’을 회피하려다가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정권 2년 차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은 피하거나, 도망갈 수 있는
국내 증권시장에서 방산기업들이 연일 초특급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넥스원이 방산 대장주 역할을 하고 있는데, 주가는 20만 원에 가깝다. 3년 전 4~5만 원을 오락가락하던 때를 도저히 기억할 수 없는 수준이다. 방산 주식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그만큼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지난 6일 방위사업청은 2024년 주요 정책 추진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는데, 올해 방위산업 수출 목표로 200억 달러(약 27조 원)를 제시했다. 보고서에서의 수출액은 매출이 아니라 수출 수주액을 의미한다. 방산 수출액은 지
희곡은 연극의 설계도다. 설계도가 없으면 건물을 짓지 못하듯, 희곡이 없으면 연극을 만들 수 없다.설계도가 수많은 선과 숫자로 이루어져 있듯, 희곡은 대사와 지문으로 구성된다. 선과 숫자, 둘 중 하나가 없다면 건축물은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단 한 마디의 대사도 없이 지문만 가득한 희곡은 그 어떤 연극보다도 아름다운 공연이 될 수 있다. 2019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페터 한트케(Peter Handke)의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이다.코로나의 복판이었던 2021년 8월, 연출가 김아라는 상암동 문화비축기지 야외무대에 이
1978년 창설된 한미 연합사령부(ROK/US Combined Forces Command)가 뉴스의 중심이 되는 특정 시기가 있다. 매년 한미연합연습이 진행되는 3월과 8월쯤인데, 한미연합사령부가 연습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 기간 동안 특히 UN이 불법으로 규정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군사적 도발을 반복하고, 각종 매체를 통해 극단적 말폭탄을 쏟아내곤 한다. 그만큼 한미연합연습에 대해 신경이 날카롭게 서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방어 중심의 연습이라고 아무리 반복해 이야기를 해도 귀를 닫고 있다.지난 2월말 한미연합사령부
5년 전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며칠 머무를 기회가 있었다. 늦은 밤, 숙소로 돌아가던 중 멀리서 바흐의 마태 수난곡이 들려왔다.선율과 호기심에 홀려 소리의 근원을 찾아냈다. 나지막한 건물로 둘러싸인 아담한 광장이었다. 커다란 야외용 스피커에서 수난곡이 장중하게 흘러나오는 가운데 단출한 조명기가 무대를 비추고 있었다. 열 명 정도가 간신히 설 수 있는 낮은 무대는 마루에 가까웠다. 배우로 보이는 대여섯 명이 분주하게 무대 위에 널린 의상과 소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관객은 50명 정도였는데, 절반은 광장 바닥에 방석을 깔고 앉아 있었고
정부 당국자가 지난 2월 21일 KBS 질의에 "판문점 북측 지역의 통일각 현판이 1월 말쯤 철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주북 러시아 대사관의 최근 SNS에는 기존 ‘통일역’에서 ‘통일’을 지운 채 ‘역’으로만 표시된 평양 지하철 노선도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김정은 지시로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을 철거한 바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지난 1월 19일 촬영된 민간업체 플래닛랩스의 위성사진에서 포착됐던 기념탑이 4일 뒤인 23일 촬영된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았다’며 ‘이 기간 사이에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일반적으로 방산매출과 방산수주(受注)라는 두 영역이 혼재돼 있지만, 여러가지 숫자들이 실감나도록 발표 및 표현되고 있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방산기업 매출은 20조6502억 원으로 추산된다. 사상 처음으로 매출 20조 원을 넘겼을 뿐만 아니라 전년도 달성했던 신기록(16조8300억 원)을 1년 만에 경신했다.2023년도 국방예산이 약 57조 원이었고 그 가운데 무기개발 등에 지출되는 ‘방위력 개선비’가 16조9000억 원이었음을
찬란한 햇살, 정열 넘치는 몸부림, 유럽과 아랍이 버무려진 맛, 코끝을 간질이는 지중해의 바람. 지난 2월 2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스페인의 모든 정취를 오롯이 음화(音化)했다.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1985년에 창단한 국내 최초 민간 관현악단이다. 2001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 단체로 지정됐고, 2022년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로 도약했다. 같은 해 벨기에 출신 지휘자 다비트 라일란트(David Reiland)가 제7대 예술감독을 맡은 후, 연주력과 기획력을 끌어올려 한층 더 높은 비상을 하고
2006년부터 19년째 연 3058명으로 묶여 있던 의과대학 신입생 정원을 정부가 올해 대입부터 5058명으로 대폭 늘린다고 한다. 의사 사회의 분위기는 반발 일색이다. 보수 정당의 지지 기반이었던 의사들의 반발이 이번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하지만 필자에게는 이 사안이 우리 사회의 경제적 여유가 점점 말라붙는 현상처럼 느껴진다.한때 전자공학 등은 의과대학과 맞먹는 또는 그보다 경쟁이 치열한 인기학과였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분위기가 변했다. 이공계 출신들이 어느새 ‘정년이 되기도 전에 직장에서 쫓겨나
폐경기 이후 여성들의 피부는 피부 보습도가 빠르게 감소하고 건조해진다. 내외 온도차와 무관하게 안면홍조가 일어나기도 하고 입가 주변에 주름이 급격히 늘어난다. 40~50대까지는 아무거나 발라도 좋은 피부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폐경기를 지나면서 피부의 탄력이 떨어진다. 특히 60대를 넘기면서는 피부 노화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된다.그 이유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폐경기 이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극감해서다. 에스트로겐은 진피층 내 콜라겐 합성과 히알루론산을 만드는 효소 히아루로닉다아제의 활동을 증가시킨다.알려져 있다시피 콜라겐은
지금 같이 사는 여자와 데이트를 할 때의 일이다. 한국인이 연평균 1인당 62병의 소주를 마신다는 기사를 보고 둘 다 놀랐다. 여자는 대체 어떤 사람들이 술이 저렇게 많이 마시는 거냐며 놀랐고 나는, 그렇다면 대체 나는 몇 사람 몫을 하는 것일까 놀랐다. 일당백은 아니지만 일당십은 하는 것 같아 뿌듯했다. 주종은 다르지만 지금은 여자도 거의 매일 마신다. 그래서 닮아간다고들 하는 모양이다. 바람직한 것이 서로 비슷해졌으면 더 좋았겠지만 세상일은 대부분 나쁜 쪽으로 흐르기 마련이니 그러려니 한다.호모 사피엔스 최고의 디바 휘트니 휴스
제철과일과 신선한 채소, 자연식 등 건강한 먹거리는 인체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아름다운 피부와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건강한 먹거리가 바로 뷰티 식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가 먹는 영양제와 음식이 피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고 섭취하는 것도, 나이를 숫자에 불과하도록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제철과일과 채소는 비타민·미네랄·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피부 노화를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육류와 견과류는 피부·모발·손톱 등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적절한 양의 단백질이 피부 탄력을 유지하고 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교권회복을 위해 올해부터 1학교1변호사제도를 시행한다고 했다. 그 배경은 교사들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온 교권침해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희연 교육감은 교권침해가 일부 학부모의 ‘내 새끼 지상주의’에 의해서만 비롯되는 것처럼 접근하고 있다. 그것은 여러 원인 중 하나일 뿐이다. 교사들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심한 압박을 받는다. 학부모와의 관계 외에 학생과 교사, 교사와 교사 간 문제나 행정업무, 교육활동 외의 과중한 일과 등 여러 요인에서 비롯된 스트레
피부 노화가 일어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띄고 쉽게 포착되는 것은 눈 주변의 변화다. 눈꺼풀이 처지면서 눈이 작아지고 급기야 눈을 뜨는 것이 답답할 정도가 된다. 눈 아래쪽에 지방이 축적되어 불룩 튀어나오는 경우도 많다. 웃을 때마다 생기던 눈가 주름은 잔주름을 넘어 깊이 패인 굵은 칼주름이 되어 간다. 입가, 목 등 노화 상태를 드러내는 부위는 다양하지만, 눈 주변 탄력을 잃었을 때 다른 부위보다 훨씬 더 노안으로 보이기 쉽다.눈 주변은 다른 피부보다 더 얇고 민감하다. 따라서 눈 주변 피부와 근육을 잘 관리하는 습관은 동안을 유지
다사다난했던 2023년도 이제 얼마 안 남고 2024년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우크라이나전쟁과 예상치 않게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전쟁으로 세계 정세가 더욱 암울해지고 있다. 게다가 이 두 전쟁으로 인한 세계의 소용돌이가 현재로서는 가라앉을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21세기 초반을 지나 중반으로 가면서 세계는 또하나의 새로운 변혁기를 관통하고 있다.지난 2022년 2월 세계를 강타한 우크라이나전쟁은 올해 더욱 확대됐다. 이 전쟁이 향후 유럽 및 전 세계 국제질서를 결정짓는다는 묵시적 잣대 속에서 국제사회
2019년 12월 첫 번째 수요일 오전 11시쯤이었다. 몇몇 우파 활동가들이 지하철 3호선 안국역 근처 연합뉴스로 가는 길목에 모였다. 열 명 남짓한 그들 가운데 필자도 있었다. 날씨는 왜 그리 추운지 몸이 떨렸다. 하지만 거대한 벽에 도전한다는 막막한 공포심이 더 몸을 떨게 했던 것 같다.우리가 모인 것은 위안부 소녀상 때문이었다. 멀지 않은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되는 소녀상 집회에 대한 비판과 반대가 목표였다. 처음에는 모임의 이름도 없었지만 매주 집회가 진행되면서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 그 이름
얼마전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을 국빈 방문했다. 버킹엄궁 오찬에서 국왕 찰스 3세는 첨단기술·방산·문화·예술 등 우리나라의 핵심역량을 언급하며 우리 국민의 저력을 극찬했다.1950년 전후 아시아 변방 최빈국에서 지금은 G7과 NATO의 중요한 초청국으로 세계적인 강국으로 변모한 대한민국. 그 대표자가 영국 왕실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니 감회가 남다르다.윤석열 대통령은 선물로 위스키 하나를 받았다. 2008년 찰스 3세가 라프로익(Laphroaig) 증류소를 방문해 직접 서명한 오크통의 라프로익 15년 한정판이다. 라가불린, 아드벡과 더
절대의석에 기댄 민주당이 ‘헌법 작란’(作亂)에 여념이 없다. 이동관 방통위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는 이 위원장이 전격 사퇴함으로써 형식적으로는 불발됐다. 하지만 사임이나 탄핵이나. 민주당 뜻대로 됐다는 점에서 헌법 제65조 제1항은 민주당의 전가의 보도로서 그 위력을 여지없이 발휘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수사 책임을 맡고 있던 이정섭 검사와 손준성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는 15분 만에 이뤄졌다. 가히 탄핵 전성시대라 부를 만하다.그런데 우리를 실망하게 하는 것은 정작 이런 국회의원들에게는 아무리 탄핵 사유가 차고 넘쳐도 임기 중간
계속되는 법정 기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통령 선거 가상 대결에서 현직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소 4건의 케이스에 기소되어 있는 상태이며, 91건의 중범죄 혐의로 재판이 진행중이거나 앞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전직 대통령, 그것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고 있는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한 전무후무한 사법 공세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에 대한 미국인의 지지는 사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2024년 11월 첫 화요일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트
6·25 참전용사 묘지가 있는 부산시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은 유엔의 평화 활동을 기념하는 특별한 공원이다. 이곳에 잠든 6·25 참전 용사에 대한 추모가 매년 11월 11일 11시에 거행된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묵념을 드리자는, 당시 종군기자 제안에 따른 ‘부산을 향해’(Turn Toward Busan) 행사를 기원으로 한다.대한민국은 유엔 참전용사의 명예 선양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 11월 11일을 유엔 참전용사 국제 추모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 이 날은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싸운 애국 전몰 장병과 세계 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