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이 국제문제로 대두된 1990년대 초반 이래, 전 세계는 북핵을 저지하기 위해 군사적 방법 이외 모든 방법을 다 강구해 봤다. 가장 쉬운 방법은 미국이 북한 핵 시설을 폭격한다거나, 북한 정권을 정밀 타격으로 제거해 버리는 것이지만, 일단 북핵 해결 방법에서 제외되고 있었다.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북핵을 정지시킬 평화적인 방법이 단 하나 있기는 했다. 중국이 북한 핵 프로그램을 제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면 그냥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중국은 문자 그대로 북한의 명줄을 쥐고
요즘처럼 날씨가 무덥고 습할 땐 고향 생각이 자연스레 난다. 낮에는 그런대로 에어컨이나 선풍기 덕에 실내만 들어가면 괜찮다. 하지만 밤이면 에어컨을 켜고 자도 안 켜고 자도 불편해 잠을 설친다.백두산이 있고 개마고원이 있는 필자의 고향 양강도도 이맘때면 무덥긴 해도 이렇게 습하지는 않다. 양지와 음지의 온도 차가 커 그늘에만 들어가도 시원하다. 해가 잘 들지 않는 집은 오히려 이런 무더위 날씨에도 방에 들어가면 서늘해 ‘사이다 집’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 서산에 해가 기울기만 해도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온다. 그러니 열대야란
의 저자 레이몽 아롱 (Raymond Aron)은 프랑스 좌익들이 주도했던 6·8혁명에 홀로 맞서 끝내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냈다.그는 1977년 방한해 당시 학문적 동지였던 서울대 노재봉 외교학과 교수의 안내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아롱은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 발전 노력과 성과에 대해 호평했다. 그러나 야당이 원했던 권위주의 정치에 따른 정치적 자유와 인권탄압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자 좌익들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악평을 아롱에게 퍼부었다.당시 아롱은 경제 발전과 시민사회의 성숙은 함께
정권 교체를 요즘 새삼 실감한다. 백선엽(1920∼2020) 장군의 명예 회복이 온전히 이뤄진 것도 그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얼마 전 다부동에 그의 동상이 우뚝 선 것에 이어 보훈부는 국립현충원 홈페이지에 노출돼 있던 친일반민족행위자란 개운찮은 문구도 삭제했다. 다행스럽게도 6·25 호국의 상징 백 장군은 스토리가 많고 대중적 기록물도 적지 않다.간결하면서도 균형 잡힌 단행본 , 대하소설 분량의 (전3권) 등이 그것이다. 그걸 읽으면 왜 미군이 지금도 그를 6·25의 명장으로 그렇게 존경하는
1974년 태평양 전쟁 최후의 일본군인 오노다 소위가 항복했다. 그는 2차 대전이 끝난 뒤에도 30년 가까이 정글에 숨어 홀로 전쟁을 이어갔다. 결국 일본의 패배를 인정했지만 직속상관의 명령 없이는 근무지를 이탈할 수 없다고 버텼다. 마침내 수소문해서 찾아낸 옛 상관에게 투항명령서를 수령하고 필리핀 정부에 투항한다.그는 과거에 사로잡혀 인생의 황금기를 송두리째 날려버렸다. 미래를 준비할 시간을 부질없이 소모했다. 사람은 현재를 열심히 살고 미래를 준비해야 기회가 있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만 매달리면 퇴보할 뿐이다. 개인도 사회도
문재인 정부가 나라를 망치려 한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고 중요한 것은 이 나라의 국가안보를 파탄 지경까지 끌고 갔다는 사실이다. 세월이 바뀌고 나니 문재인 정권이 행했던 온갖 국가안보 파탄 행위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한미동맹을 사실상 파기하려 했던 죄악,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던 꼼수, 국가보안법 파기 시도, 종전선언과 평화선언의 꼼수, 전시작전 통제권 조기 전환 등등. 모두 명분은 그럴 듯했지만, 대한민국 안보를 파탄내고 대한민국의 주적인 북한에게 유리한 안보상황을 만들어주고, 북한이 주도하는 적화통
탈북민이 남한사회에 정착하는 데 제일 먼저 마주치는 어려움은 언어장벽이다. 표준어를 잘 구사하지 못해 소통에 어려움이 있지만 범람하는 외래어가 더 큰 어려움이다.외래어 사용이 많지 않은 북한에서 살아온 탈북민들이 외래어를 익히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거리에 나가 봐도 온통 외래어 간판들로 도배된 모습이다. 그 많은 외래어를 단기간에 숙지하는 건 가능치 않다.정착한 지 꽤 오래되었음에도 뜻을 제대로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필자가 남한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일이다. 선배 탈북민을 따라 어느 행사에 갔는데 연사의 연
역시 가수 싸이는 달랐다. 젊은 시절 주한미군 반대 집회에 참석해 불렀던 ‘반미(反美) 랩’ 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뜻을 11년 전 공개 표명했다. 그걸 첫 보도했던 것은 미 워싱턴포스트였다. 그만큼 글로벌 뉴스였는데 사과도 진솔했다. 2002년 효순·미선양 사망과, 2004년 이라크전 당시 자기가 왜 그런 노래와 과격한 퍼포먼스를 했나를 밝혔다. "당시 여중생에 대한 슬픔을 표현하는 것도 나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용했던 단어들이 너무 했다. 또 세월이 지났고, 나도 변했다. 진심으로 후회한다."실은 "xx양년놈들"
13세기 몽골제국은 반 세기에 걸쳐 세계정복전쟁을 치렀다. 독일지역까지 점령했던 몽골군은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철수했다. 공포에 떨었던 서유럽국가들은 어리둥절했다. 칭기스칸의 마지막 아들이었던 우구데이 칸이 사망하자, 전세계 몽골군이 다시 몽골로 되돌아갔던 것이다. 이후 서유럽국가들은 동쪽으로부터의 무서운 공포에 대항하기 위해, 터키(튀르키예)와 동유럽을 잇는 최전방지역을 요새화했고 부국강병정책에 돌입했다.몽골제국은 유럽에 흑사병과 함께 포용과 통합의 보편원리를 전해줬다. 이는 유럽이 문명국으로 나아가는 큰 토대가 됐다. 몽골제국을
북한은 암(暗)상자와 같은 나라다. 하도 캄캄해서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김정은이 아픈지 건강한지, 왜 갑자기 김여정이 남조선 칭호를 대한민국으로 바꾸었는지, 진짜 북한의 군사력은 대단한 것인지 아닌지, 모든 것이 오리무중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북한은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을 적화통일시키려는 확고부동의 목표를 가지고, 1948년 이래 일관성 있는 대남정책을 펴고 있다는 사실뿐이다.7월 12일 북한이 화성 18호라는 대륙간 탄도탄을 발사했다. 고각도로 발사해서 6000㎞ 우주 상공으로 치솟아 올랐다가 동해
마르셀 프루스트의 위대한 소설 는 작가가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한입 베어 물다가 문득 떠오른 어린 시절의 기억을 회상하면서 시작한다. 이때 마들렌 냄새는 잊고 있던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이처럼 특정 감각의 자극으로 깊숙한 곳에 묻혀 있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현상을 ‘프루스트 효과’라고 부른다.냄새는 얼굴에 있는 12개의 뇌신경 중 하나인 후각신경이 담당한다. 후각뉴런은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외부 환경에 직접 노출되어있는 몇 안 되는 감각뉴런이며 재생가능한 뉴런이다. 냄새를 유발하는 물질
한국의 화장실이 세계 최고라고 한다. 어떤 공중화장실은 음악이 은은하게 흘러나와 마음을 상쾌하게 해준다.문화공간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렇게 만들자니 돈도 많이 들었을 것이다.17년 전 남한에 오기 전에 중국·미얀마·태국을 거치며 화장실을 이용해 본 기억이 있다. 들르는 화장실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대개 지저분하고 냄새가 심했다.더 놀라운 것은 일부 화장실을 이용하면 돈을 내는 것이었다. 세상에! 화장실에서 돈을 받다니, 돈밖에 모르는 자본주의라더니. 쓴웃음이 나왔다. 명색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중국도 돈 받는 화장실이 있었다. 이쯤
전두환의 5공이 우민화를 노리고 3S정책(스포츠-스크린-섹스)을 도입했다고 우기는 인간이 적지 않다. 82년 프로야구, 83년 프로축구 출범, 그리고 영화검열 완화는 다 그 때문이란 헛소리다. 진실은 그와 사뭇 다르다. 평균 8%의 경제성장에 따른 중산층 형성과 대중사회 진입이 스포츠 열기를 낳았다고 봐야 옳다. 이후 40여 년, 올해 프로야구가 대박이다.지난 1일로 KBO리그가 연 관중 400만 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의 3년 공백을 한 방에 메운 것이다. 정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사 때만 해도 "누가 야구장을 찾겠어?
일반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내부의 적을 쉽게 만들지 않는다. 이는 다른 이념 체제보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정치영역에서의 역할과 목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정부·시장·시민사회라는 중추 영역에서, 자율성을 바탕으로 일상에 반영되는 정치적 결과물들은 대부분 온건하게 나티난다.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약점은 물질주의와 정치적 무관심이다. 자유보다는 평등이 확대되면 사회적 공덕심을 가진 개인·국민·시민을 양성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진자유민주주의 체제는 방어적 민주주의론과 민주시민론 같은 시민교육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예전에 비해 아침밥을 굶는 사람이 늘었다. 특히 학생이나 직장인이 아침을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시간이 없다’ ‘입맛이 없다’ ‘그 시간에 잠을 더 자겠다’ ‘귀찮다’ 등등. 늦게까지 회식을 한 다음 날에는 속이 더부룩하고 아침을 먹기도 고역이다.그러나 아침밥은 중요하다. 일반적인 생활에서는 저녁을 먹고 야식을 먹지 않는다. 잠이 들면 밤새 공복상태가 되고 그동안에는 저장된 에너지를 사용한다. 의식적인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심장이 뛰고 호흡을 하고 신경전달 등 생명을 유지하는 활동은 계속된다. 잠만 자도 살이
싸움을 잘 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급소가 어디인지를 정확히 찾아내 그곳을 공격한다.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적국의 급소가 어디인지를 찾아내고 그곳을 정확하게 공격한다. 전략학자들은 그 급소를 Center of Gravity(직역하면 중력의 중심)라고 말한다. 전쟁론의 세계적인 대가였던 프러시아의 클라우제비츠는 19세기 초반 당시 국가 발전 및 무기 발달 수준에 의거, 적국의 ‘군사력’을 적국의 급소라고 보았다. 군사력이 다 파괴된 나라는 항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다. 클라우제비츠의 전략론은
남북한의 술자리 문화는 어떻게 다를까. 우선은 술자리에서의 서열인 것 같다. 북한 술자리는 윗사람이 되는 기준이 직책이나 사회적 지위보다 연장자순이다. 당비서든 사장님이든 술자리에 앉으면 나이 많은 말단 직원보다 높지 않다. 당연히 술도 먼저 따라주는 게 예의다.술 따르는 방식도 차이가 있다. 남한에서는 상대의 잔이 완전히 비어야 부어주는데, 북한에선 상대방 술잔이 어느 정도 비면 눈치껏 덧잔으로 채워 준다. 일본·중국·북한 등 주변국들도 다 덧잔을 붓던데 왜 유독 남한만 다른지 모르겠다.술자리에 늦게 온 사람에게는 ‘"’후래자 3
중국이 꼬리를 내린 것인가? 뭔가가 변하긴 변했다는 관측이 요즘 힘을 얻고 있다. 때문에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이른바 베팅 발언으로 악화됐던 양국 갈등이 봉합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은 그 전인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 상하원 연설에도 불만을 제기한 바 있고, 양국 사이엔 쌓인 게 꽤 많았다. 그렇게 불편했던 한중관계가 정말 개선될까?긍정적인 징후는 6월 27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서 나타났다. "중국은 한국과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킨다는 기본 입장에 변화 없다"는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의 전날 발언을 제목으로
독일 철학자 칸트(E. Kant)는 프랑스 철학자 루소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루소(J. J. Rousseau)의 인간불평등기원론은 칸트의 실천이성비판에 등장하는 윤리정언명령인 "인간은 반드시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명제에 담겼다. 칸트는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dignity)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칸트의 관념철학은 이후 헤겔(G. F. Hegel)에 의해 완성된다. 헤겔은 인간의 존엄성은 인간이 서로 존중할 때 생겨난다며, 소위 존중(respect)개념을 사상의 핵심으로 삼았다. 칸트와 헤겔의 관념철학
깨끗한 환경일수록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래서 집안 구석구석을 쓸고 닦는다. 실제로 환경을 개선하고 위생을 강조하면서 많은 질병이 사라졌다. 하지만 청결할수록 발병이 늘어나는 질병이 있다. 알레르기 질환이 대표적이다.선진국의 위생적인 도시에 사는 아이가 후진국의 농촌 아이보다 알레르기 질환이 더 발생한다. 서독의 어린이가 상대적으로 비위생적인 환경에 놓인 동독 어린이보다 천식·아토피·비염의 발생 빈도가 높았다. 기생충이 많은 국가보다 기생충이 사라진 선진국에서 알레르기 질환이 많다. 브라질의 콘데라는 어촌 마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