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한국 사회에서 사적인 영역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자학의 이상 실현을 정치의 목적으로 삼았던 조선후기 도덕 사회에서 ‘집’ 혹은 집안이라고 부르는 ‘가(家)’는 공적인 영역의 일부였다. ‘봉제사 접빈객’으로 요약됐던 집안일은 집안의 남자어른이 ‘바깥일’을 잘 수행하도록 돕는 일, 즉 ‘내조’였다.남자의 사회활동을 뜻하는 ‘바깥출입’은 집안의 사회적 지위에 극도로 중요했다. 조선후기 양반사회에서 양반의 지위는, 엄밀히 말해 가문의 도덕성에 대한 지역사회의 여론과 평판에 달려 있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사회적
1945년 8월 15일 해방이 됐다. 대부분의 한국인처럼 춘원 이광수도 해방이 그리 갑자기 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광수는 소개지였던 사릉에 머물면서 돌베개를 베고 세상을 버린 한가한 사람으로 무상무념의 경지에 이르렀지만, 죄인이었다.1945년 12월 모스크바 삼상회의 결과 한반도의 신탁통치가 결정됐다. 그 찬반을 놓고 좌익과 우익간 극심한 반목과 대결상태가 지속됐다. 친일행각의 원죄로 낙인이 찍힌 이광수는 노골적 정치 개입을 자제하면서 글쓰기에 전념했다. 세상에서 한 발 물러나 자연과 인생을 발견한 관조와 사색에 몰입한
또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나 숨 좀 돌리려 하는 사이에 글로벌 지정학적 갈등이 우크라이나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음의 화약고로 대만해협과 한반도가 될 것이라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팬데믹의 후유증과 전쟁으로 물가가 다락같이 오르자 금리가 오르면서 세계경제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불확실성의 한 해였다. 우리는 새해에는 나아지겠지 하고 막연한 기대를 한다. 2024년 ‘청룡의 해’ 국제정세는 정말 나아질까 그리고 무엇이 정세를 좌우할까 궁금하다. 2024년의 국제정세는 선거·전쟁
2021년 3월 런던 크리스티 이브닝 경매에서 윈스턴 처칠이 그린 풍경화 ‘쿠투비아 모스크의 탑’이 약 109억 원에 낙찰됐다. 이 그림은 1943년 카사블랑카 회담 후 처칠이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에게 선물한 작품으로,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소장하고 있던 것이다. 이 경매가는 2014년 12월 30억 원에 낙찰된 처칠의 작품 ‘차트웰의 금붕어 연못’을 넘어선 기록이다.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은 정치가이자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였으며, 심한 조울증 극복을 위해 500점 넘게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피카소로부터 "그림으로 먹고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부에 내놓은 2028년도 대입시권고안에 심화수학(미적분Ⅱ·기하)이 결국 빠졌다. 수험생 부담을 줄여준다는 것이 그 이유지만 수학계에선 당연히 학력 저하를 우려한다. 지난 5월엔 서울대 이공계 신입생의 41.8%가 기초수학 실력이 부족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전공과목 수강이 어려운 실정이라면 그에 대한 정책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국교위의 권고안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나가도 너무 나갔다.영어도 학력 저하는 마찬가지다. 2018년 영어 절대평가 시행 이후 5년 간, 서울대는 상위권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한동훈의 국힘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은 이 나라 정치판에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했다. 전율이 일었다. 평소의 소신과 철학, 레토릭의 심층적 반복이었으나, 집권 여당 비대위원장이라는 무게와 총선을 100여 일 앞둔 시의성이 그 신선도와 충격파를 극대화했다.단 하나 미처 예측하지 못한 것은 있었다. 불출마 선언이다. ‘국회를 건너뛰고 국무총리를 거쳐 대권으로 향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식의 여의도 문법 해석은 그 선언의 헌신성, 엄중함을 더럽히는 천박한 모욕이 될 것이다.그는 결벽증이 지나친 사람이다. 개인적 인
테일러 스위프트가 올해 ‘디 에라스’(The Eras) 투어 60회 공연으로 1조3700억 달러의 표를 팔아 신기록을 세웠다. 회당 평균 7만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공연이 열리는 곳마다 지역 경기가 살아났다고 한다. 훤칠한 키(180cm) 만큼이나 통 큰 기부도 화제다. 2020년과 2023년 토네이도 피해를 입은 테네시, 2016년 홍수 피해를 입은 루이지애나에 각각 100만 달러씩을 쾌척했다.연예계 선행에 있어 아직 마이클 잭슨을 넘을 만한 후배는 없는 듯하다. 그는 1984년 ‘빅토리 투어’로 벌어들인 7500만 달러 전액을 자
지난 12월 초 이탈리아가 중국의 일대일로사업에서 탈퇴했다. 이탈리아가 밝힌 탈퇴 이유는 "일대일로에 참여하며 경제적 이익을 기대했으나 이렇다 할 이익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환영받는 국제 협력 플랫폼이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먹칠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반발했다.이번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탈퇴는 중국 외교에 큰 타격을 안겨주었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세계 경제·군사 영토 확장사업이다. 그리고 이탈리아는 G7 국가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에 가입한
최근 북한의 반미공세가 핵 도발 협박에까지 이르고 있다. 지난 17일 북한 국방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보면,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대한 핵전쟁을 꾀하고 있다고 왜곡 비방하며 선제적이고 괴멸적인 대응을 경고하고 있다. 북한의 반미투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북한 정권 수립 이래 75년 간 그 수위와 강도를 조절해오며 지속되고 있다.북한은 매년 6·25전쟁(조국해방전쟁으로 선전)에 즈음하여 ‘반미공동투쟁 월간’(6.25-7.27)으로 설정하고 대규모 반미·반한 집회를 개최한다. 또한 외무성 미국연구소 등 외곽단체 명의로 반미 보고
MBC가 여전히 정파적 보도를 이어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MBC의 행태를 보면 공영방송 정상화가 절실함을 느낄 수 있다.2주 전 MBC 프로그램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한 한 패널은 내년 선거에서 민주당이 과반이 되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지난주에는 박지원 민주당 총선 예비후보를 출연시켰다. 그의 이재명에게 대한 찬사와 한동훈에 대한 비난으로 방송 내용이 채워졌다. 대놓고 편파방송을 한 것이다. 방송법 위반이다.방송법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방송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민주적 기본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에게 2020년 대선 개표조작설을 퍼뜨린 혐의로 1억4800만 달러(약 1930억 원)를 배상하도록 했다. 그는 대선 당시 조지아주 선거 사무원들이 부정선거를 저질렀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배심원단의 결정에 줄리아니 전 시장 측은 엄청난 징벌적 배상액 감당이 불가능하다며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이보다 앞서 투·개표기 업체인 도미니언의 개표기 조작 가능성을 제기, 트럼프 측의 대선 부정선거 음모론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던 폭스뉴스는 7억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의 뿌리를 1955년 해공 신익희가 창당한 민주당에서 찾곤 한다. 하지만 현재의 민주당을 만든 주역이 김대중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를테면 ‘호남 당’인 것이다.그런 배경 때문일까. 호남 출신 정치인은 민주당에서 출세하기 쉽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선거에 나설 경우 호남 출신이라는 것은 든든한 배경이 된다. 하지만 대선의 경우는 어떨까? 역으로 호남 출신이란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호남 민심이 호남 출신 대선주자를 거부하기 때문이다.민주당의 대선 필승 전략은 호남의 지지를 기본으로 영남의 표심 일부
‘운동권’이라는 단어는 ‘운동권 학생’과 더불어 오래 전에 사라진 단어였다. 이를 부활시킨 것은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의 민주당이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와 이들이 이끌던 신한국당·민주당에도 운동권 출신은 많았지만, ‘운동권 정치’가 경멸과 혐오의 대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운동권 출신 정치인은 변화와 개혁, 소신과 용기의 상징이었다.지금은 잘 봐줘야 386컴퓨터다. 한때는 유용한 물건이었지만, 지금은 박물관에 가야 마땅한 물건! 운동권 정치는 운동권식 정치와 운동권 출신 정치인의 결합이다. 본질은 운동권식 정치다. 사람(운동권
길이 열리면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인류문명사를 보면 길이 열려야 비로소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항로는 물류 이동을 촉진시키면서 국가와 지역의 부침을 가져왔다. 15∼16세기 대항해 시대를 봐도 신항로가 개척되면서 무역의 중심지가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이동하게 됐다. 그 결과 이탈리아의 상업도시가 쇠퇴하고 대서양 연안의 에스파냐와 포루투갈 그리고 네덜란드, 영국 등이 번영하게 됐다. 신대륙으로부터 대량의 금과 은이 유입되면서 유럽에서 가격혁명을 초래하게 되고 세계적 상업시장 형성을 가져와 16세기 이후 상업혁명의 기반을 형성하게 됐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새로운보수당’ 유승민에 의해 스카우트됐다가 미래통합당으로 다시 합쳐져 금배지를 단 행운아다. 전남 여천, 순천고, 검사 출신이 서울 송파 갑에서 국회의원이 된 건 순전히 정통 보수 정당 간판 덕이다.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 사건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는 둥 답답하고 오락가락하는 모습 보인 것 외에는 언론에 거의 나지 않던 그가 때를 만난 듯 설쳤다. 기이하고 미스터리하기까지 한 도발이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추대에 찬물 정도가 아니라 똥물을 끼얹었다."깽판을 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 우리가 국민의힘이
오래 전 같이 근무했던 친구들 몇 명과 송년회를 가졌다. 자식들 혼사 걱정, 건강 비결만 늘어놓던 친구들이 술이 한잔 두잔 들어가면서 어느새 과거의 수사관으로, 공작관으로, 분석관으로 돌아갔다. 간첩단 사건으로 시작된 논쟁은 돌고 돌아 8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에까지 이르렀다. 정보의 실패냐? 침공의 유도냐? 당연히 결론이 날 리 없다. 술자리가 시들해질 무렵, ‘스파이세계’를 연재하는 필자를 위해 친구들은 모사드와의 에피소드를 한두 개씩 풀어 놓았다.모사드와 합동회의를 할 때였다. 한몸처럼 의견을 전개하는 한국
한국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피부 속 수분량과 피부 장벽 및 보호 기능의 지표인 ‘경피 수분 손실량’은 날씨에 크게 좌우된다.고온 다습한 지역에 사는 여성들의 피부는 일정 나이가 들면서 건성화가 일어나 급격한 노화가 촉진된다. 무더운 날씨로 인해 피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해 피부 장벽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날씨가 추운 중국·몽골·러시아의 경우 피부 내 수분량이 매우 낮아 피부가 쉽게 지치고 건조해진다. 4계절이 있는 한국은 고온 다습한 여름과 한냉 건조한 겨울 날씨를 모두 가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노화가 가속화되는 환경에 많이
김정은이 요즘 계속 무력도발을 일삼으며 딸 주애를 미사일 발사 현장에 끌고 다니고 있다. 여러 자료에 따르면 김주애의 나이는 올해 만 10살, 아직 초등학생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북한에서 김주애를 샛별로 부르며 선전한다 해서, 통일부에서는 김주애 우상화 작업을 시작했고 후계자로 선정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김정은은 왜 초등학생 김주애를 학교 대신 미사일 발사와 무력도발 현장으로 끌고 다니며 세 과시를 하고 있을까? 북한 주민들은 노동당 선전대로 김주애를 탁월하고 특별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신격화에 동조하고 있을까?북한 김씨일가
지난 1일 서소문 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 홀에서 열린 화음챔버오케스트라의 레퍼토리 프로젝트 ‘인스퍼레이션 위드 페인팅 II: 사운드 플레이’(Inspiration with Painting II: Sound Play)를 관람했다. 화음챔버오케스트라가 지난 30년간 그려온 시각과 청각의 궤적을 보여주고 들려준 음악회이자, 앞으로 이 악단이 나아갈 공감각의 벡터(Vector)를 제시한 통시태적이고 매우 세련된 연주회였다.1993년 창단한 악단의 이름 ‘화음’은 ‘和音’이 아닌 ‘畵音’ 즉 그림과 음악이다. 2002년부터 악단은 ‘화음프로젝
이스라엘-하마스전쟁이 터지면서 22개월째 접어든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은 국제사회의 뒷전으로 밀리면서 잊혀져 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은 겨울로 접어들면서 참호전 양상으로 전선이 교착된 채 장기 소모전 늪에 빠져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양측의 병력과 무기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미 양국의 사상자는 50만 명을 넘었다. 이 전쟁의 끝은 어디인가.원래부터 우크라이나가 자체 힘으로 러시아에 대항해 전쟁을 치를 역량이 없었다. 때문에 미국을 위시한 EU국가 등 자유진영이 지원하고 전투는 우크라이나가 치르고 있다. 전쟁물자 거의 대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