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차명진
우리나라에서는 약자의 편을 들어주고, 약자를 도와야 한다는 정서가 일반적이다. 본인 스스로는 약자를 적극 돕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모질게 굴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유전무죄 무전유죄’ 역시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 가운데 하나다. 피도 눈물도 없는 가해자, 비도덕한 부자,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권력의 이미지도 여기서 출발한다. 이들은 일명 ‘기득권’이라는 계급으로 둔갑됐고, 언더도그마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여겨져 왔다.언더도그마는 강자를 악(惡), 약자를 선(善)으로 치환하는 이
TV 시청율은 하락하지만 아직 TV의 시대다. 다채널 다매체의 시대에도 TV 콘텐츠는 모든 매체에서 환영받는다. 민주정의 오래된 의례가 된 TV 뉴스 보기를 하루도 거르지 않게 된다. 유튜브가 당신(you)의 TV(tube)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은 누구나 TV 콘텐츠를 원하기 때문이다.먼(tele)곳의 환상(vision)을 제공하는 TV는 다른 지역의 사람들을 국민이라는 동질감으로 묶어주었다. 뉴스를 보며 나라의 정치를 논하고, 드라마에 대하여 이웃과 이야기하며 모두가 한 국민이 되었다. 집의 중심인 거실에 놓여서 아침 뉴스부터 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3일 부정적 여론을 뒤로 한 채 국민의힘 의원 5명을 거느리고 우크라이나로 도망치듯 출국했다. 떠나기 직전인 2일 그는 감사원장 출신 최재형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원회의 출범을 알렸다.혁신은 언제나 필요하다. 하지만 이 혁신위원회는 애매한 시점에 출발했다. 그래서, 내년에 임기 종료되는 이준석 대표가 2024년 치러질 22대 국회의원선거 공천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 이준석 당대표 시기에 보궐선거 공천을 받은 최 의원이 이준석계로 합류한 것이냐며,
5·16이 발생한 지 어언 61주년이 되었다. 보수우익의 열화같은 지지를 받고 간신히 정권 교체에 성공한 윤석열 정권은, 5·16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채 특별열차를 동원해 광주 5·18행사에 나섰다.이를 본 보수우익의 실망감은 컸을 것이다. 하기야 박근혜 정권이 등장했을 때, 국회청문회 장관급 인사들의 질의에서 "5·16이 쿠데타냐 혁명이냐?"라는 가시돋힌 야당의원의 질문에 제대로 명쾌하게 답한 고위공직자 후보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체제를 수호해야 할 고위공직자들의 현대사 인식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대한민
"오징어게임은 가라! 오백나한 납신다…호주도 열광한 ‘볼매’ 얼굴." 대형포털에서 만난 기사다. 볼매란 ‘볼수록 매력있다’는 뜻인데, 그 기사는 호주 시드니에서 열렸던 고려시대 나한상 전시회가 대박났다는 소식이다. "나한전은 올해 가장 아름다운 전시"라며 수십 만 호주 관람객들이 경탄했다는데, 그런 분석이 설레발이나 국뽕이 아니라는 걸 나는 직감한다. 꼭 3년 전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두 눈으로 봤던 기억 때문이다. 착각 마시라. 오백나한상을 당신은 교과서에선 본 적이 없다. 첫 출현했던 게 불과 21년 전이니까.나한상 88점은
민노총의 정치공세다. 7일부터 시작한 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의 본질은 정치파업이다. 단순한 노동파업으로 봐서는 안 된다. 새 정부와 여권을 흔들기 위한 좌파들의 신호탄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헤아려 보기 위한 정치작전의 하나다.파업은 경제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가뜩이나 여소야대인 정치상황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다. 민노총은 거대야당의 어떤 무리한 입법이나 정치술수도 앞장서서 지지하고 후원할 세력이다. 그들은 언제나 외곽을 때리며 정권타도 세력을 돕는다. 파업을 통해 새 정권의 뿌
국민의힘이 최재형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번 혁신위원회의 활동은 예측 가능한 투명한 공천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정당의 존재 이유는 권력의 획득이다.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합법적인 방법으로 권력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바로 보통·평등·비밀·직접 선거에 의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다.하지만 우리나라 정당들은 유권자들의 공정한 선택에 앞서 당내 공천부터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왔다. 선거 때마다 공천의 공정성에 시비를 거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공천 불복사태도 빈
최근 노무현 서거 13주기를 맞이해 돌베개 출판사에서는 라는 단행본과 오디오북을 출간했다. 이전과 같은 폭발적인 반응은 없다. 굳이 지금 노무현을 읽어야 할 뚜렷한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연설집의 미진한 판매량은 그럼에도 우파 진영의 웬만한 베스트셀러 부수를 거뜬히 능가한다. 지속적인 추모 열기 덕분이다.노무현재단에서 ‘5월은 노무현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지난 5월 동안 주도한 행사들은 다음과 같다.‘노무현과 민주주의 추모 사진전’ ‘봉하로 소풍가자,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 탐방’, 유시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이 100일을 넘어서면서 1만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참혹하다. 이 전쟁으로 푸틴과 서방은 과연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우선 푸틴은 전쟁을 통해 흔들리는 국내정치적 기반을 안정시키려 했으나, 악화되는 전황 때문에 오히려 권력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또한 푸틴은 러시아 영향권에서 우크라이나의 이탈 가속화를 막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나토의 당위성을 재확인해, 역설적으로 동맹확대와 강화를 초래했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 가입 의사를 피력했고 독일은 국방예산을 두 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이민청 설립’을 공식화하였다. 국적관리와 출입국 관리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법무부 수장으로서 ‘이민청 설립’을 핵심 과제로 삼은 것이다. 이로써 김대중 정부 때부터 논의된 ‘이민청 설립’과 ‘이민정책’이 공식화된 것이다.0.8%를 밑도는 최악의 저출산이 지속되고 본격적인 인구 감소가 펼쳐지는 상황을 생각할 때, ‘이민청 설립’은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2008년 (사)한국다문화센터를 설립한 후 10년이 넘도록 ‘이민청 설립’뿐 아니라 ‘이민정책 공식화’를 역설해 왔다. 관련 토론회도
윤 대통령 주도 아래 자유·정의·공정·인권 등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올바르게 세우는 개념들이 시민사회에 다시 회자되고 있다. 참으로 바람직하다. 더욱이 여당의 6.1 지방선거 압승으로 윤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기대가 높아졌고, 그만큼 윤 대통령의 대국민 ‘설득권력’ 가용성도 높아졌다. 이제부터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국시로 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실용주의라는 미명 아래 이명박 정권이 범했던 뼈아픈 과오를 다시 한번 곱씹어 봐야 한다.개인의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자유주의가 평등을 강조하는 민주주의를 만
춘추시대 제나라(齊)의 왕 장공(莊公)이 수레를 타고 가던 중, 벌레 한 마리가 장공이 타고 있는 수레 앞에서 앞발을 치켜들고 있었다. 장공이 수레를 멈추게 하고 부하에게 그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저것은 사마귀라 하는 것인데, 어떤 것이든 앞에 있으면 저 날카로운 앞발을 들고 서 있습니다. 그러나 융통이 없어 제 앞을 가로막기만 할 뿐, 도무지 뒤나 옆으로 움직인 적이 없는 놈입니다" 이에 장공은 "만일 저것이 사람이라면 참으로 무서운 용사겠구나"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사마귀에게 경의를 표하고 수레를 돌려 지나갔다.우리가 흔히 알고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국민의힘 일부 정치인들이 "강성보수와 결별하겠다"고 떠든다. 과연 강성보수가 누구인지, 왜 그들을 욕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도대체 "강성보수"가 무엇인가? 그렇게 말하는 정치인들은 정확한 해답을 국민들에게 내놓아야 한다. 그들의 어설픈 정치용어 사용이 대한민국의 이념전쟁에서 보수우파들에게 끼칠 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좌파들이 보수들에게 나쁜 인상을 덮어씌우기 위한 상징조작에 왜 국민의힘 인물들이 힘을 보태는가? 무책임하기 그지없다.그렇게 말하는 홍준표·권성동·하태경·이준석 등 전·현직 당직자들은 평
합동참모본부는 6일 새벽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8발을 동해상으로 사격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전날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8발을 쏜 것에 비례한 대응 사격이다. 미사일은 한국군 발사 7발, 미군 1발이다. 한미 공동 대응이다.북한은 한·미 합동으로 오키나와에서 항공모함을 동원한 연합해군훈련을 마친 지 하루 만인 5일 오전 9시 8분부터 35분간 미사일 도발에 나섰다. 평양·동창리·개천·함흥 등 4곳에서 각 2발씩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 북한이 동시에 8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가 지난 3일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시정 권고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김어준 씨는 지난달 30일 해당 방송에서 통상 영부인의 이름 뒤에 붙는 ‘여사’라는 호칭 대신 보통 일반인에게 붙이는 ‘씨’라는 표현을 거듭 사용했다. 반면 김어준 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배우자 권양숙 여사에 대해서는 꼬박꼬박 ‘여사’라고 호칭했다. 현직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만 ‘김건희 씨’라고 부른 것이다. 김
지난 1일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광역자치단체장에서 12석을 석권하며 압승했다. 다만 김은혜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패배하며 더불어민주당에게 경기도지사 자리를 넘겨줬다. 선거 전 치러진 여론조사에서부터 박빙이었다. 누가 승리해도 이상하지 않은 선거였기에, 김 후보와 지지자들의 아쉬움이 더욱 컸을 것이다.그런데 이를 두고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에선 여성을 험지에 내모는 식으로 구색만 맞췄던 것 같다"라는 이해하기 힘든 발언을 했다.‘험지’는 당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지역을 말한다. 대
북한 노동신문은 3일 비상방역부문에서 정세가 변하는데 따라 실질적인 방역작전을 전개하고 주민들이 생활안정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당과 국가가 취하고있는 비상조치를 정확히 이해하고 철저히 이행해나가는데 방역전의 승패가 달려있다"고 강조했다.또 신문은 "이번에 국가방역사업을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이행한데 맞게 방역형세를 안정시키기 위한 사업에서 거둔 귀중한 경험들이 있다"면서 "모든 일꾼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이 실생활을 통해 당과 국가의 비상조치들의 정당성과 과학성을 깊이 새기고 사업과 생활에 철저히 구현해나가야 한다"고 촉구했
정치인을 의미하는 영어단어가 두 개 있다. 하나는 statesman이고 다른 하나는 politician이다. 전자는 진심으로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일하는 훌륭하고 존경받는 ‘정치가’를 의미하며, 후자는 사리사욕을 위해 정치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꾼’을 의미한다. 불행하게도 현실세계에서 정치가는 그다지 많지 않다. 정치를 하는 거의 모든 인간들을 정치꾼으로 분류하는게 훨씬 타당하다. 이같은 현상을 미국의 정치학자 해롤드 라스웰은 P=p } d } r 이라는 간단한 공식으로 설명했다.이 공식에서 P는 politician, 즉 정치꾼을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