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하지만 쌀쌀한 가을이다. 이내 겨울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알리는 듯하다. 천고마비라는 풍요롭고 온화한 가을 분위기는 사라진 듯해 아쉽다.스산한 가을 밤하늘 공허하게 걸린 달을 보고 있자니 이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이 떠오른다. 흩어져 있는 희미한 별빛 아래 윤동주의 ‘별헤는 밤’도 떠오른다. 아름다운 것 같지만 한껏 에이는 향을 가진 시를 읊조리기에 좋은 요즘이다. 여기에 어묵국물처럼 따끈한 상태로 마실 수 있는 위스키가 있다면 ‘참 좋은 친구’다.열전도가 잘되는 구리 잔 같은 것에 위스키를 담고 뜨거운 물에 중탕하면 된다.
전세계에서 날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인의 70%가 한국에 대해 긍정적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3일 미국 워싱턴 소재 한국 관련 연구소인 한미경제연구소(Korea Economic Institute)는 지난 8월 22일-29일 여론조사기관 YouGov와 공동으로 미국인 1177명을 상대로 실시한 ‘미국인의 한국에 대한 의견’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70%가 한국에 대해 긍정적 호감을 느끼고 있으며 한국은 전 세계 톱 10위의 영향력있는 국가로 여기고 있다. 또한 국제 관련 뉴
호남의 지식인이나 정치인들이 평생에 한 번씩은 써먹는 관용구가 있다.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는 의미다. 호남의 가치에 어마어마한 의미를 부여한 이 문장은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서한이 출전이라고 한다. 충무공이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것은, 당시 전략적인 관점에서 호남을 지키지 못하면 일본군을 막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는 의미였다.이 문장은 이후 점점 의미가 강조되고 확대 해석됐다. 특히 1960년대 이후 산업화가 진전되고 호남의 농촌 공동체 해체가 본격화되면서, 호남의 소외
2024년은 세계의 역사를 바꿔놓는 선거의 해가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좌우할 미국·러시아 그리고 우크라이나에서 모두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러시아의 푸틴과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는 국민의 지지가 현재 80%를 상회하고 있어 큰 이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령과 아들 부패 의혹 등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이 박빙의 차이를 보이고 있어 트럼프 당선도 배제할 수 없다. 미 대선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어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현 시점에서 대선 관련 동향과 만
"남북관계만 잘되면 다른 것은 다 깽판쳐도 괜찮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막말을 했다. 그런데 집권하자 그의 막말에 맞춰 남북대화, 교류·협력 정책 일변도로 대북정책이 추진됐다. 노무현의 꿈 그 자체가 크게 믿을 수 없는 허황한 것인데도, 철저한 검증도 거치지 않고 일사천리로 내달렸다.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좌파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면 선이고 방해가 되면 악으로 보는 선악 이분법의 흑백논리였다. 한미동맹, 한미일 안보협력 모두 남북관계에 방해가 된다고 보고 엇박자를 놓으면서 종북적 대북정책을
K-드라마, K-팝에 이어 몽골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이 K-먹거리다.90년대 초반 몽골에는 ‘아시아의 호랑이’로 불리는 급성장한 국가가 있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한국이다. 그때부터 몽골 사람들의 한국행이 시작됐다. 한국에 가서 일을 하고 오면 집도 살 수 있고 차도 살 수 있었다. 무조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국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90년대 후반부터 한국행이 더욱 활성화되면서 지금까지 2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몽골 인구의 1/3이 유학 또는 일을 하러, 최소 1년 최대 10년을 한국에 머물다 왔다.필자는 1
경제안보는 경제관계뿐만 아니라 안보 및 외교관계까지 결정하는 중요한 국제정치 키워드가 됐다. 미중간 패권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국제질서가 탈냉전에서 신냉전으로 전이되면서 경제와 안보가 일체가 되는 경제안보 시대가 열렸다.세계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자유민주진영과 일인독재·전체주의적 권위주의진영으로 쫙 갈라지고 있다. 이제 세계화 시대의 전세계적 차원의 글로벌 공급망이 진영내 세계화(re-globalizatin)로 재편되고 있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역 집단안보가 범지역동맹으로 확대되고 있다. G7이 소
1990년대 이래 매년 8월 15일만 되면 종북좌파 진영과 재야단체들은 이른바 자주통일론(자주적 평화통일론)을 내세우며 남북한 및 해외동포들와 연대해 ‘범민족대회’를 개최해 왔다. 특히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에는 ‘우리민족끼리’라는 접두어를 사용하며 이른바 자주통일대회를 개최하고 있다.여기서의 자주통일론은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의 원칙’에 입각한 통일론을 의미한다.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의 원칙은 겉으로 보면 자주적·평화적으로 민족이 대단결해 통일하자는 원칙으로 보인다. 아주 합리적인 통일원칙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요즘 여러 언론이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극우인사’로 매도하고 있다. 이유는 김 후보자가 북한체제 파괴와 김정은 정권 타도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2019년 한 기고문에서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북한 전체주의 체제가 파괴를 인식하는 것’ ‘김정은 정권이 타도되고 북한이 자유화되어 남북 정치체제가 1체제가 됐을 때 비로소 통일이 가능하다’고 했다.이 발언은 한반도 분단의 근본 원인이 북한 전체주의 세력 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 세력의 대결이라는, 지극히 기본적인 인식에 기초한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지적
한국역사학계의 원로, 강만길(1933-2023) 교수가 9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강만길은 백낙청·이영희와 더불어 ‘분단시대’를 언급하면서, 좌익문화권력 3인방으로 오늘날 역사학계를 좌경화시킨 장본인이다. 정치권에는 ‘친일청산’을 줄기차게 요구해 좌익의 역사전쟁을 선동했다. 그는 말년에도 제주4·3위원회에 참여, 4·3사건에 대한 반란과 폭동의 책임을 묻기는커녕 통일정부를 위한 민중항쟁이라 주장했다. 그는 역사학을 386운동권의 놀이터로 전락하게 만들었다. 강만길의 민족·민중·통일을 화두로 한 역사인식론은 대중화되어 ‘민주화의 광풍
고온다습한 여름에는 염증성 피부염이 많이 생긴다. 피부가 접히는 부위는 습하지 않게 관리하고 시원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장마철에는 습기가 높아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기 어렵다.장마철 피부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딥 클렌징을 통해 피부 속 노폐물을 없애고 청결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빗물과 접촉한 후 씻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하면, 빗물에 섞여 있는 각종 화학물질이 피부를 자극할 수 있다. 때문에 제때 깨끗하게 씻어내고 잘 건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빗물에 섞여있는 각종 화학물질은 피부에 염증반응을 일으켜 붉은 반점 같은 접촉
최근 인공지능(AI)으로 복원된 고(故) 박인철 소령이 어머니와 대화하던 장면은 보는 사람 모두를 찡하게 만들었다. AI 기술이 인류를 위해 얼마나 좋은 일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건 그 본질이 ‘속임수’란 점이다. 최근 화제가 된 축구 스타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PSG)의 AI 페이크 영상은 조회수 1100만을 넘기며 수많은 한국인들을 ‘낚았다.’ 음바페와 인터뷰 중 일본 기자가 PSG입단이 확정된 이강인을 평가절하하는 질문을 하자 음바페는 "재능을 가졌기에 여기에 올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한국은 6·25전쟁 이후 폐허에서 세계경제순위 10위 국가로 눈부신 성장을 했다. 코로나 대유행 위기를 겪은 2022년, 한국은 12위로 밀려났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비관적인 전망 하나를 내놨다. 한국의 평균 2%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040년에 0.8%로 떨어진 뒤 2060년에는 -0.1%, 2070년 -0.2%로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의 전망치 34개국 가운데 마이너스 성장률 예상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저출산 고령화 등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오늘은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제도, 그
최근 골수 친민주당·이재명 성향으로 유명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조민 씨를 ‘양’이라 칭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여전히 ‘조민 양’으로 칭하는 분이 많다"며 "양은 기레기들이 만든 낮춰 칭하는 비하적인 의미라 여겨진다. 씨로 불러라"라고 주장했다.댓글들은 진지했다. "조민 님으로 불러야 한다" "양은 일본식 호칭이다" "조민 쌤이 좋다" "의사이니 조민 선생님으로 불러야 한다" 등 갖가지 진지한 의견들로 불타올랐다.군이나 양이라는 표현은 미성년 남녀에게 붙이는 게 일반적이다. ‘조민 양’이란 호칭은 20
미국의 블록체인 전문 매체 블록웍스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논란 소식을 한국 연합뉴스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가 거래 실명제 시행 직전 자산을 모두 인출했다는 의혹 외에, 가상자산에 대한 소득세 과세를 연기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유력 정치인 테드 크루즈(공화-텍사스) 상원의원과 이렇게 비교했다. "비트코인 지지자로 알려진 크루즈 의원은 김 의원과 달리 자신의 비트코인 투자 사실을 자진 공개했다."90년대 프랑스 한 방송사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당시는 프랑스 국회의원 총선거 기간
해방정국은 폭력과 테러 등이 일상적으로 난무하는 난세였다. 그 와중에서 설산(雪山) 장덕수(1895-1947) 암살은 이승만과 김구를 결별하게 만든 사건이었다.암살사건의 배경은 이렇다. 한독당 간부들은 단독정부 수립노선의 대표적 이론가로 장덕수를 지목, 그를 신랄하게 성토했다. 바로 그런 시점인 1947년 12월 2일 저녁 장덕수는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는 청년들에 의해 암살됐다. 미군정은 배후로 김구를 지목해 재판정에 세웠으나, 김구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이승만은 김구를 의심했고, 김구는 이승만이 자신을 두둔하지 않은 점을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미국 국빈방문에서는 이전 정부에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안보, 경제 등 분야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이를 더욱 발전시키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많은 성과 중에서도 관심이 가는 부분은 인공지능(AI)·데이터·바이오 등 광범위한 부문에서 양국 간 첨단 기술동맹을 강화하기로 한 점이다.미국의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는 인공지능 및 관련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 현황과 전망을 분석했다. 그 결과 중국은 여러 가지 이점과 관련 리더십의 집중도가 높다면, 미국은 일부 핵심 분야에서 중
윤석열 정부는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몇 명이 얼마 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일본을 찾아가 아무 성과 없이 나라 망신만 시키고 돌아왔다. 이처럼 한국 정치권에서는 어떠한 과학적 사실에도 관심이 없고 오로지 정치적 이득을 목적으로 근거 없는 음모론을 이용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한국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음모론의 힘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음 모론은 세계적인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 공중 보건 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쳤고, 민주적 절
윤석열 대통령이 역사적인 미국 방문 길에 나섰다. 이번 5일간 국빈방문을 통해 북한 핵 등 중요 현안들에 대해 논의할 좋은 기회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2-3일로 끝난다. 이번에는 5일간의 긴 여정, 최고의 국빈대우, 나아가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인도-태평양전략 연합국가 중 처음으로 국빈방문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사안들의 무게감에 비춰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은 더 올라갈 것이다.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전쟁에서의 한국 역할, 인도-태평양 전략에서의 역할 등이 외교적 의
지난주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다수결로 밀어붙인 양곡관리법 개정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에 법률안 재의(再議)를 요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는, 국가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고 쌀 과잉 생산을 부추길 수 있으며 농업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포퓰리즘 시비가 있는 법안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여 왔다. 작년 대선 이후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 실질적으로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행태로 보인다.이런 사례 중 하나가 여야간 충분한 논의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