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가 복잡할 때는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오래된 금언이다. 국가공동체를 유지하는 만고불변의 원칙은 법을 지키는 것이다. 법 위에 사회정의가 성립한다. 언론은 사실보도로 사회정의를 말한다. 검찰은 수사로 말하고, 법원은 판결로 정의를 세운다. 수사 못하는 검찰, 판결하지 못하는 법원은 존재 이유가 없다.대학교수들이 사회정의를 세우는 방식은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가르치는 것이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이 이재명과 조국에 대한 신속한 형사판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15일 발표했다. 이들은 "범죄 있는 곳에 형벌 있고,
총선 이후 세간에 많은 비평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조·중·동은 모든 책임을 대통령과 여당의 잘못으로 떠넘기고 있다. 대체적인 평을 보면 조선일보는 ‘권위주의에 대한 민심의 저항’과 ‘대통령 부부에 대한 문제’로, 중앙과 동아는 ‘야당과의 협치 부족’을 원인으로 꼽는다. 나름 보수 성향의 오피니언 리더라는 매체들이 잘못된 진단을 하고 있으니, 이대로 가면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제는 구시대적인 학자와 언론사들의 논평에 따라 움직이면 보수진영 전체가 몰살당할 처지까지 와있다. 사회적 현상을 정치공학적인
프로야구처럼 80년대 학생운동에도 시즌이 있었다. 개막전은 4월 19일이고 5월 18일이 피크다.스타트는 이승만으로 끊는다. 논리는 좀 빈약했던 기억이다. 이 사람의 죄상은 무엇입니까 물었더니 선배 하나가 설명했다. "독재자니까 쫓겨났고 쫓겨났으니 독재자지." 앞말을 뒷말이 보장하고 뒷말은 앞말이 담보하는 알쏭달쏭한 이야기였지만, 정읍 발언이니 보도연맹이니 사건의 나열보다는 그나마 재미있었다. 아마도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에 대해 "누구도 무죄로 군림할 수 없다"는 황당한 논고를 펼친 생쥐스트를 응용한 것으로 보인다.달이 바
1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는 총 31개 칼리지가 있다. 영국 개신교 퓨리턴의 본고장답게 모든 칼리지에 교회인 채플이 존재한다. 다만 다윈 칼리지만은 예외다. 그 이유는 신의 창조론을 부정하는 다윈의 진화론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찰스 다윈이 의학도였고, 신학을 전공했으며, 평생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살았다는 것이다.뜬금없이 다윈을 들고나온 이유는 인간의 상식과 양식, 마음과 영혼도 시대 변화에 맞춰 점진적으로 진화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지금까지 인류의 보편적 상식과 양식도 여러 형태로 진화해 왔다. 인
최근 일본의 닛케이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오랜 침체기를 극복하고, 경제가 상승 사이클에 진입한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올해 1월 일본의 핵심 소비자물가는 2%로 추정치를 넘어섰고, 임금지수가 수십 년 만에 처음 상승 추세를 보인 것은 경기 반등의 신호로 풀이되고 있다. 부동산 버블이 터진 후 일본의 주택 가격은 최대 60%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도쿄 주택 가격은 상승하고 있다.반면 중국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으며, 향후 상당 기간 동안 경제 침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보이는 것에 관심을 넘어 집착한다. 성인이 되면 경험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견해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매사를 판단한다. 살면서 경험한 것도 중요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때가 있다. 특히 아름다움이 최고의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해 겉모습만으로 판단했을 때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보이는 아름다움을 선택해 커다란 위기를 맞은 이가 파리스다. 파리스는 알렉산드로스라고도 하며 트로이 프리아모스왕의 아들이다. 그가 태어날 때 어머니 헤카베는 횃불에 도시 전체가 불타는 꿈을 꾸게 되었고 그
2023 수능 영어시험에 메가스터디 소속 ‘일타 강사’의 모의고사와 같은 지문이 출제됐다. 100건 이상의 이의신청에도 불구하고 질문이 다르다고 문제삼지 않다가, 말이 끊이지 않자 작년 7월 교육부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최근 메가스터디는 남구준 전 국가수사본부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그러나 전관예우 논란이 일자 남 전 본부장은 일신상의 사유라며 자진 사임했다. 남 전 본부장이 재직 당시 지휘했던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는 사교육 카르텔과 관련, 현재 메가스터디를 수사 중이다.전관의 힘은 특히 법조계를 둘러싸고 두드러진다. 법
4·10 총선 후속 조치의 관심은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무총리 인사다. 비서실장 후보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장제원 전 의원,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거론되는 모양이다. 총리 후보는 국민의힘 권영세·주호영 의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이 거명된다. 이들 중 현 시기 최적의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이번 인사는 정말 중요하다. 여당의 4·10 총선 패배는 단순한 패배가 아니다. 192석 대 108석이라는 숫자도 그렇지만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한국 사회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서
9회 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에서 ‘대타’로 나서며 시원하게 휘두르겠다던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어이없는 헛스윙으로 삼진아웃 당하고 말았다. 본인만 삼진아웃 당한 것이 아니라, 헛스윙에 배트까지 놓쳐서 날아온 배트가 덕아웃(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지난 11일 한동훈 위원장은 호기로운 출발에도 불구하고, 총선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퇴장하는 패장의 모습이었다. 김경율 등 한동훈 주변 인물은 "한동훈 위원장이 여의도 정치권에 남게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정치전문가들은 "한동훈의 정치 복귀가 생각보다 쉽지
이란이 미사일과 드론 300여 기로 공격했으나 이스라엘은 이를 99% 막아냈다. 단지 한 발이 군 기지 인근에 떨어져 어린아이가 다쳤을 뿐이라고 발표했다. 거의 완벽하게 공중 공격을 막아낸 아이언 돔이란 대체 어떤 무기일까.1990년대 레바논에 기반을 둔 헤즈볼라가 북한과 이란으로부터 도입한 로켓포로 이스라엘을 수시 공격했다. 이러한 로켓포 공격을 공중에서 요격하기 위해, 이스라엘 방산 업체 라파엘이 아이언 돔이라는 방공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주로 70㎞ 이내 거리에서 로켓을 막아내기 위한 요구에 맞춰져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 국민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세계가 주목했던 국회의원 총선거가 마무리됐다. 선거 초반 기대와 달리 집권 여당은 겨우 개헌 저지선을 지켜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에 대해 해외 언론과 전문가들은 대체로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은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앞으로 윤 정부의 국정 운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영국의 BBC는 윤 대통령이 충성도 높은 보수 지지층을 넘어 폭넓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여러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고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했
역대급 패배로 끝난 총선 기간,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지난 3월 7일 러시아 싱크탱크 ‘라이바’가 한반도 상황도와 함께 "중국이 한미연합훈련에 맞서 폭격기를 띄우는 무력 시위에 나섰다"고 발표한 것이다. 라이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SNS에 전황을 알려 주목받은 싱크탱크다.라이바는 "중국 H-6K 폭격기들이 최근 서해 상공에서 한국을 겨냥한 무력 시위를 벌였다"며 "이번 훈련은 한국이 미국과 합세해 중국 인근 서해에서 실시한 ‘자유의 방패’ 훈련에 대한 대응"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라이바는 "한미연합군이 북한과
고양이는 참 매력적인 동물이다. 예쁘고 사랑스럽다. 눈도 동그랗고 발도 통통하다. 도도하면서 사람을 짐짓 무시하는 듯한 태도가 유혹적이다. 앞발을 자유롭게 쓰니까 재주도 많다. 고양이 주인은 스스로 집사라고 부른다. 고양이가 앞발로 누르는 행동인 꾹꾹이에 감격한다.하지만 고양이는 맹수다. 성깔을 내는 모습을 보면 소름 끼친다. 표정은 표독스럽게 바뀌고 털은 곤두서고 통통한 발에 숨겨둔 칼날이 나오고 날카로운 이가 드러난다. 그 사랑스럽던 고양이인가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다. 필자는 고양이가 무섭다. 아마 어릴 때 발톱에 할퀸 기
세계 최고 수준인 대한민국 쇼트트랙이 또 ‘팀킬’ 논란에 휩싸였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1500m 금메달리스트 황대헌이 도마에 올랐다.황대헌은 지난해 10월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 1000m 결승에서 선두로 달리던 대표팀 동료 박지원을 뒤에서 밀쳤다. 박지원은 노메달, 황대헌은 옐로 카드와 포인트 몰수 처분을 받았다. 지난 3월 16일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1500m 결승에선 무리하게 인코스로 진입해 박지원을 밀어 순위권 밖으로 밀어냈고, 자신은 1등으로 들어왔지만 반칙으로 실격됐다. 다음날 1000m
작가 : 차명진
4·10 총선 결과가 드러난 후 새로운 정치 정세에 대응하는 후속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 여권은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 등 참모진의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며, 내각도 총리와 몇몇 부처의 수장 교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위원장의 사퇴와 함께 윤재옥 원내대표의 임기가 곧 종료되는 상황이어서 조만간 새로운 대표단의 구성에 나서게 된다.이런 판국에 이번에 해남완도진도에서 당선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자신의 SNS에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와 만나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게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박지원은
예상대로였다. 13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쟁을 개시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무인기)을 200발 넘게 발사했다. 이란은 이번 작전을 ‘진실의 약속’(True Promise)으로 명명하고 전쟁을 시작했다. 이스라엘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은 이날 긴급성명을 내고 "이란의 추가 공격에 대비해 전면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면서 "전투기와 공수부대가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유엔 안전보장위원회의 긴급회의를 요청했다.겉으로 보면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배경은 간단하다. 지난 1일
한동훈은 통상의 정치문법=정치상식을 많이 파괴한 선거를 치렀다. 국민의힘의 총선 전략은 한동훈과 당 관료(사무처 직원)들이 주연, 윤 대통령과 윤핵관으로 불리던 중진의원들은 조연이었다. 도대체 어떤 점이 정치문법을 파괴한 파격이었나? 무엇보다도 선거 중심 구호=콘셉트이다.민주당·조국당의 그것은 기승전(起承轉) ‘윤 정부 심판’이었다. 경제민생의 어려움에 둔감해 심판, 당정청에 검찰 출신을 너무 중용해서 심판, 의대 정원 2000명 정책 관련해서는 매사를 이권카르텔 프레임으로 보고 의사집단을 적대시하는 등 불통·오만·독선·강압적 국정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당시 야당이던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비례의원 19명을 확보했다. 2020년 5월 29일 21대 국회 개원 하루 전날 양당은 합당했다. 이번에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역시 22대 국회 개원 전에 합당할 것으로 보인다. 처음부터 기형적 준연동형비례 선거제도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고, 위성정당임을 표방했으므로 당연한 수순이다.그러나 꼭 그 수순을 밟아야만 할까. 위성정당 만들 때 반드시 하나의 정당으로 합당하겠다는 약속을 한 건 아니다. 설령 약속을 했다 한들, 지금같이 그야말로 거
어느 나라든 주류(main stream) 집단이 존재한다. 흔히 ‘보수 세력’으로 불린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 후 반공보수가 우리 사회의 주류였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좌우 동거 체제가 되면서 NL·PD가 좌파의 헤게모니를 장악했다. 대한민국 좌파는 남북 분단 때문에 구조적으로 친북좌파로 가게 돼 있다. 이승만 대 김일성의 대결은 곧 자유민주주의 대 민족공산주의 간 대결이다. 이 구조가 본질적으로 변한 건 없다.87년 민주화 이후 40년 간 우리 사회에 두 가지 흐름이 뚜렷했다. 첫 번째는 권위주의에서 민주화로 가는 흐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