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문명권에서는 국가를 운영하는 지도자의 통치술을 ‘치국경륜’이라는 사자성어로 표현한다. 반면 서양문명권에서는 ‘스테이트크라프트’ (Statecraft), 즉 지도자 개인이 갖는 최상의 국가통치 능력을 강조한다. 지도자의 국가통치 능력을 이런 생소한 단어로 묘사하는 이유는, 국가통치 영역 자체가 학문적 지식체계로는 설명할 수 없는 탁월한 개인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다시 말해 어느 시대든지 국가통치 영역은 항상 지도자 개인이 스스로 시대와 환경을 읽어내야만 하는 실천지(Prudence)인 동시에, 누구도 가보지 못한 암묵지(T
다큐 영화 ‘건국전쟁’과 관련된 화제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2월 안에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한다는 흥행 대박 소식도 그러하고, n차 관람 열풍에 "감동했다", "울음이 나오더라"는 리뷰도 끝없다. 건국 대통령 우남 이승만에 대한 무지의 벽이 깨져 나간다는 것부터 감격이다. 하지만 영화 한 편으로 현대사에 관한 편견을 다 깰 수 있을까? 결코 아니다.적어도 30년 이상 지식 대청소의 후속 작업이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학교 교실은 물론이고 영화·출판·미술·연극 등 장르에서 ‘건국전쟁’ 급의 문화상품이 쏟아져야 한다. 신문 방송
새해가 시작한 지가 엊그제 같은 데 어느새 2월도 절반 이상 지났다. 올해 남은 날이 아직 많지만 어…어 하다 보면 금방 지나갈 것이다. 시간은 쏜살같이 흐른다. 하루는 무심하고 세월은 냉정하다. 깜박하면 하루가 가고 한 달, 일 년이 금방이다. 초등학생 때 기억이 선하고, 중고등 때가 어제 같은데, 내 아이가 어느새 자라서 집을 떠날 시간이 다가온다.시간은 햇빛처럼 무한정 제공될 거라고 착각하며 살아간다. 공짜라며 흥청망청 낭비한다. 시간이야말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귀중한 자원이다. 생명에게 시간은 고정된 측정 단위가
"교수님, 제가 스터디 그룹 친구 서너 명 데리고 수강하려는데 대신 수업은 1/3 정도만 해 주시고, 나머지 시간은 저희가 ‘인강’듣고 시험 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실 수 있을까요?" 수강인원 미달로 수차 폐강을 경험했던 교수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할 수 없이 비굴한 ‘딜’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고객’ 마케팅을 위해 A+학점 보장이 필수인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어느 로스쿨 교수의 진행형 경험담이다.필자는 지난해 8월 23일 법학전문대학원 출범 15주년을 맞아 개최한 ‘법학교육의 위기, 이대로 좋은가?’라는 학술회의에서
필자가 북한에서 살던 도시에도 동물원이 있다. 어려서는 자주 갔으나 성인이 되어서는 시간에 쫓겨 오랫동안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동물원 상황이 어떤지 모르고 지냈다. 그러다 아이들이 생기면서 모처럼 동물원을 한 번 찾아가게 됐다. 하지만 괜히 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도 다시 가고 싶다는 말을 안 했다.동물원은 입장료도 받지 않고 있었다. 원래는 입장료를 내야 했다. 까닭은 동물원을 돌아보고 알았다. 놀랍게도 독수리가 있던 칸에 닭이 있고 멧돼지 방에는 집돼지가 있었다. 사슴이 있던 곳은 염소들 차지였다. 동물원이 통째로 직원들
기억하는가? 지난해 여름 백범 김구 관련 발언을 윤석열 대통령이 한 바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은 공산주의에 강하게 반대한 분이다. 어떻게 이승만 대통령의 적(敵)이 될 수 있겠느냐?" 당시 광복회장 이종찬 등 독립유공자와의 8·15 광복절 기념 오찬에서 그렇게 언급한 것이다. 그때 윤 대통령은 "이승만과 김구를 왜 후세 사람들이 나누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그 깊은 뜻을 우리가 왜 모르겠는가? 같은 테이블에 앉은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추진위원장 김황식 전 총리와, 그 옆의 다소 애매한 사람 이종찬에게 협력을 당부한 것이다.
하비 맨스필드 하버드대 교수는 명저 으로 인해 전세계 페미들의 공동의 적 또는 원수가 됐다. 그는 남성은 남성다움을, 여성은 여성다움을 지녀야 한다며, 마크 트웨인 소설 까지 끌어오는 기지를 발휘했다. 그럼에도 성 중립을 주장하는 전 세계 페미들은 광란의 거품을 물었다.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다. 포용하고 사유하는 남성성은 죽어라 비난하면서, 거칠고 야만적인 대륙 전체주의자들 남성성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김정은·푸틴·시진핑 같은 독재자들이 자국 여성들로부터 신격 대접을 받고 있
사람은 비이성적인 동물이다. 이해할 수 없는 판단과 행동을 반복한다. 조금만 생각하면 터무니없는데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객관적 사실 앞에서 자기주장만 하고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현시대 한국은 정치성향에 따라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다. 내전 상태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양극화됐다. 이를 이해할 수 있는 몇 가지 이론을 소개한다.미국의 심리학자인 리언 페스팅어는 자신들이 외계인과 소통한다고 믿는 ‘시커스’라는 모임에 잠입했다. 리더인 도로시 마틴이 외계인에게 받은 지구멸망의 날인 1954년 12월 21일, 회원들은 모든 걸 버리고
명저 으로 유명한 자유주의 철학자 이사야 벌린은 청소년기에 러시아혁명을 경험했다. 2차대전 때는 옥스포드대학 교수직을 버리고 영국 정보부에서 활동했다. 벌린은 공산주의와 파시스트 전체주의에 대항해 싸웠던 철학자였다.그는 전체주의로 가는 반이성주의, 정치적 낭만주의, 역사 결정주의, 권력형 영웅주의 등을 철저히 경계했다. 벌린은 마르크스-레닌이야말로 전형적인 역사사기꾼이라 평가했다. 신과 인간이 구분되는 이원론적 세상에서 인간은 역사의 물줄기 속 한갓 물방울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벌린의 인식처럼 서구 역사
요즘 시중의 화제는 단연 이승만을 다룬 다큐영화 ‘건국전쟁’이다. 지난 2월1일 개봉 이후 조짐이 썩 좋다. 흥행 성적부터 기대 이상이다. 그전에 개봉했던 김대중 다큐영화 ‘길 위에 김대중’을 외려 압도한다. 그런 조짐은 여러 경로에서 확인됐다. "이승만에 대해 이렇게 모르는 게 많다니 스스로 부끄럽다." 지난 1월 30일 광주 시사회 현장에서 나온 말이다.흥미로운 건 영화 상영 뒤 관람객 사이에 가장 집중되는 질문이 위선자 김구의 뒷모습이다. "영화에서는 김구가 전쟁이 터질 것을 예견하던데, 그게 충격이다. 그럼 왜 그는 국민에겐
‘멀티태스킹’이라는 말은 원래 컴퓨터 분야에서 만들어진 용어다. 컴퓨터 하나로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는 기능을 말한다. 이 덕분에 인터넷에서 자료를 다운로드 받으면서 동시에 컴퓨터로 노래를 틀어놓고 문서작업을 할 수 있다.세상이 복잡해지면서 현대인은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할 때가 많다. 직장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면서 전화하고 대화하는 등 멀티태스킹은 일상적인 관행이다. 캘리포니아대 글로리아 마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회사에서 직원이 일하다가 방해를 받는 횟수가 한 시간에 20번 정도라고 한다. 이는 한 가지 업무에 집중하는
이맘때쯤 광화문 사거리를 걷다 보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2월 11일은 조선말 개화정치가 김홍집이 광화문 앞에서 참혹하게 피살된 지 128주기 되는 날이다.일본을 배경으로 개혁을 추진했다는 이유로 그를 친일파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권력 다툼과 자리보전에만 유능했지 그 밖에는 전혀 무력했던 군주, 이리저리 잘도 넘어가는 무지한 백성들, 이권과 축재에 여념이 없었던 부패한 탐관오리들, 경복궁을 점령하고 있는 일본군을 앞에 놓고 총리대신이 된 그에게 선택의 여지란 없었다.그는 러시아 공사관으로 슬그머니 빠져나간 고종이 자신에게
북한은 학교에서 남한 근대사를 적화통일 교육 차원에서 가르친다. 남한이 미국과 일본의 2중 식민지이며 정권은 아떤 독자성도 가지지 못한 식민지 총독부나 같다고 한다. 민족의 정통성이 평양 정권에 있다는 인식을 주입하려는 의도다.4·19와 5·18도 이런 차원에서 설명한다. 용어도 남한과 다르게 사용한다. 4·19를 ‘4·19인민봉기’, 5·18은 ‘광주인민봉기’라고 한다.북한 은 4·19에 대해 "미제 침략과 전쟁정책의 하수인인 이승만 괴뢰정권을 타도한 것은 남조선 인민들의 반미구국투쟁에서 이룩한 거대한 첫 승리이며
지난 1월 10일 개봉한 김대중 다큐영화 ‘길 위에 김대중’이 20일 만에 관객 11만 명을 넘어섰다. 대단한 수치다. 장편 극영화와 달리 다큐 영화는 홍보나 관객 동원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다큐 영화 10만 명 이상이란 조직이 움직였다는 뜻이다. 지금 좌파는 무려 1300만 관객이 든 ‘서울의 봄’에 이어 ‘길 위에 김대중’으로 총선판을 싹쓸이한다는 그림이다.저들이 지난번 김대중 100주년 기념식을 어떻게 이름 붙였는가? ‘하나로 미래로’, 즉 좌파의 구심점 김대중으로 하나 되어 총선도 치르자는 그림이었다. 저들은 문화공작 방면
공화주의는 시민의 자유와 덕성·법치·공동선·동의에 의한 통치·부패 추방 등을 기본가치로 하는 정치사상이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도시국가에서 통용된 전통적 공화주의는 자치도시국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낸 시민적, 근대적 공화주의와는 다르다. 시민적 공화주의는 마키아벨리 사상에서 유래해 오늘에 이른다.마키아벨리는 임종 전 친구 베토리에게 "나는 내 영혼보다 조국 피렌체를 더 사랑했노라"고 고백한다. 이 말은 그의 저서 에서 묘사된 교황 그레고리우스 11세 압제에 맞섰던 피렌체 팔성인(八聖人)의 언사와 관련 있다. 당시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하계 올림픽 400m 육상 준결승 경기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데렉 레드몬드는 결승선을 앞두고 햄스트링이 파열되어 쓰러진다. 그때 관중석에서 그의 아버지가 뛰쳐나와 그를 부축했다. "뛰지 않아도 돼. 그만해도 된다." 하지만 아들은 끝까지 달리고 싶다고 했다. 둘은 함께 결승선을 넘었다.달리기는 힘들면 포기할 수 있다. 완주도 포기도 선택이다. 하지만 인생은 선택이 없다. 포기해도 시간은 가고 세월은 흐르고 나이를 먹는다. 힘들다고 잠깐 쉴 수는 있는데 경기장에서 내리면 갈 곳은 뻔하다. 산으로 들
인도의 직물 상인 네 명이 고양이 한 마리에 투자하기로 했다. 워낙 비싼 고양이라 4분의 1씩 투자해 다리 하나씩을 갖기로 했다. 그런데 이 고양이가 한쪽 발을 다치게 됐다. 붕대로 감아주었는데 이 녀석이 그만 램프를 넘어뜨리는 바람에 붕대에 불이 붙게 됐다. 고양이가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창고에 있던 직물 더미에 불을 옮기게 됐고 상인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그러자 멀쩡한 세 다리의 투자자 세 명이 나머지 한 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을 맡은 재판장은 불붙은 다리로 뛰어다닌 탓에 손해가 발생했으므로 일단 그 주인에게
남한 생활을 갓 시작했을 때 몇 해 먼저 온 선배가 조언하기를, 북한에서는 직장에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도와주고 가르쳐 주지만 남한에선 모든 걸 스스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첫 직장에 들어갔을 때 겪은 일을 들려줬다.어느 명절날 당직자 명단에 자기 이름이 들어간 것을 모르고 집에 있다가 야단맞았다고 했다. 당직자 명단에 들어갔으면 들어갔다고 알려주지도 않았으면서, 일부러 나가지 않은 것처럼 몰아세우더라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당직자 명단을 회사 전산시스템에 들어가 스스로 확인하게끔 되어 있었다고 했다.신입사원이 그걸 알
"오늘날 소련은 사회주의 인터내셔널을 주장하던 지난날의 소련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나라로 전락했다. 소련은 단돈 23억 달러에 사회주의 맹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을 팔아넘겼다." 1990년 6월 북한 노동신문은 옛 맹방 소련을 험하게 공격했다. 북방정책을 추진하던 노태우 대통령과 옛소련의 고르바초프가 국교 정상화를 위한 정상회담을 준비하던 무렵이었다. 23억 원은 당시 한국이 소련에 제공했던 경제협력기금으로 뒤에 30억 달러로 증액됐다.북한의 소련 공격은 전에 없던 일이다. 하지만 역효과를 낳고 말았다. 국교 정상화 D데이를 1991년
지구상에서 공화주의를 제일 먼저 거론한 인간은 로마인이다. ‘공화’의 라틴어 ‘Res Publica’는 직역하면 ‘공공의 것’이 된다. 공적인 이해를 사적인 이해보다 먼저 생각하는 사회를 말한다.자유주의(자유)와 갈등을 빚었던 민주주의(평등)는 민주주의가 자유주의 등 위에 올라타면서 20세기 초 자유민주주의로 꽃피웠다. 이 찬란한 인류의 문명사를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 이념의 종말과 마지막 인류>에서 신이 인류에 내려 준 최고의 선물로 묘사했다. 자유민주주의는 서구 기독교문명을 바탕으로 탄생한 이념체제라는 것을 서양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