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이념에 따른 진영대결로 갈등을 겪어왔다. 최근에는 갈등이 세대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밥그릇을 지키려는 기성세대와 이를 성토하는 2030세대의 충돌이 두드러지고 있다.2030세대가 기득권의 전형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은 586세대다. ‘40대 개새끼론’에서 보듯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40대가 타깃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기득권의 본류(本流)는 586세대다.586세대는 이너서클에 남성만 충원하는 남성 지배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고용시장이 지금처럼 얼어붙지 않았다면 젠더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일이 꼭 일주일 남았다. 수험생들이 수능만을 목표로 공부했던 것은 아니겠지만 수능이라는 큰 시험이 수험생들의 학습에 대한 동기가 됐던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필자 또한 수험생이던 시절이 있었고 수능을 치렀다. 고교 시절 분기마다 치르던 모의고사 성적은 필자를 때로는 괴로움에 빠지게 했고 직전 모의고사보다 성적이 떨어지면 그대로 인생의 패배자가 될 것 같은 두려움마저 느꼈다.그 당시에는 수능이 인생의 가장 큰 관문인 것처럼 느껴졌고, 수능에 실패해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면 주위 모두가
2주 전 미국 뉴욕타임즈 칼럼 ‘땡큐, 시진핑’이 눈길을 끌었다. 요지는 이렇다. 중국이 조만간 세계 최고가 될 줄 알았더니 지난 십년 옛소련을 닮아 가더라, 중국공산당의 실상을 인식시켜줘 고맙다, 미국사회의 리더들이 비록 불완전하고 과거 미덕도 퇴색했으나 중국을 대안으로 삼고 싶지 않다(중화문명과 공산혁명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그걸 이제 알았나’ 할 것 같다). 칼럼 제목·내용 모두 ‘야유’가 분명하지만 사실상 일종의 ‘정신승리’다. 개혁개방 40여년의 성취를 거들며 결실을 함께 누린 서방 엘리트의 총체적 패배선언을
막걸리에는 추억이 담겨있다. 술을 받아 오라는 어른들의 심부름에 커다란 주전자를 들고 다녔던 추억은 나이 먹은 세대에겐 아직도 살아있다. 고무신도 마찬가지. 산업화가 궤도에 올라 운동화나 구두를 신을 때까지 고무신은 국민 신발이었다.이 같은 추억에는 보릿고개와 함께 선거에 나선 후보자가 돌리는 막걸리 한잔, 고무신 한 켤레가 묻어 나온다. 선거가 매수(買收)로 얼룩진 흑역사다. 흑역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막걸리와 고무신에서 현금봉투를 거쳐 이제는 교묘한 포퓰리즘으로 진화하고 있다.포퓰리즘은 인민, 대중의 뜻을 가진 라틴어 포퓰루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우리나라의 과거사를 언급할 때마다 반드시 나오는 말이다.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방을 등한시 하고 세계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결과 우리민족은 36년간이나 일제의 지배를 받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을 때마다 따라나오는 말이기도 하다.그런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는 이 말이 일본과의 과거사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 같다. 일제시대 시절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이 대표가 동해에서 한미일 연합 훈련을 진행하는 것을 두고 "우리나라에 다시 욱일기가 꽂힐 수 있다"거나 "친일국방"이라고 주장하는 것
부불삼대(富不三代)라는 말이 있다. 부자가 3대 가기 어렵다는 의미다.하지만 경주 최부잣집은 300년 동안 부자 가문을 유지했다. 전란·민란·외침 등으로 점철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처럼 오랫동안 부를 이어간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경주 최부잣집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년 동안 수많은 예술가를 후원하며 르네상스 시대를 이끈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경주 최부잣집의 출발은 최진립(崔震立)이다. 조선의 무신으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의병을 일으켜 전공을 세웠다. 병자호란 때 용
한동훈 장관의 인사청문회와 장관 취임사, 여러 국정질의 답변이 모두 화제다. 하지만 주목할 대목인데 조용히 지나간 경우도 있다. ‘인상깊게 읽은 책’이 그렇다. 국회의원들의 질의서 답변란에 당시 한 후보자는 오에 켄사부로의 ‘하마에게 물리다’를 꼽았다고 한다.일본의 두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는 심오하다. 편하게 다가가긴 힘든 작가다. ‘하마에게 물리다’의 작품성도 작품성이지만, 이것을 거론한 한 장관의 메시지를 상상하며 탄복했다.두 편의 연작 소설 형태로 1985년 발표된 ‘하마에게 물리다’는 일본 운동권 세대 후일담에 속한다.
가로 횡(橫)이라는 글자는 그닥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인다. 남에게 무례하게 굴거나 폭압적으로 행동하는 횡포(橫暴)가 대표적이다. 말과 행위가 독단적인 사람에게는 전횡(專橫)이라는 표현을 쓰고, 전염병이나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 휩쓰는 것을 횡행(橫行)이라고 한다.연원을 찾아가면 ‘빗장’과 관련 있다. 옛날 동양사회에서 대문은 우측에서 좌측으로 걸어 잠그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후에 ‘가로’라는 뜻을 갖게 됐다고 한다. 고대에는 가로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던 셈이다.횡재(橫財)는 뜻밖에 재물을 얻거나 또는 얻은 재물을 말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당대표를 뽑는 8·28 전당대회가 열리기도 전에 이미 결과가 드러나고 있다. 전국 순회 경선에서 이재명 의원이 압도적인 1위를 달리며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마저 완전히 차단시키고 있다.이번 경선이 시작하기도 전에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이 관용구처럼 회자될 정도로 이재명 의원의 당권 장악은 예상된 수순이다. 이 의원은 초선 국회의원이지만 대선 후보까지 올라갔던 인물이고 대선 본선에서도 불과 0.73%p 차이로 패배했으니 당연히 당 대표를 맡을만한 체급의 정치인이다.그런데 이 의원의 경선 득표율
한동훈 장관 발언이 매번 화제다. 장관 취임사부터 최근의 대정부질의 답변까지 이례적인 수백만 조회수에 댓글 수만 개가 달린다. 그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의 답변을 특히 주목하고 싶다. 현 시점에서 ‘유능·강력한 검찰의 역사적 사명’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한 장관은 지구촌 가운데 대한민국이 밤길을 비교적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을 꼽으며 "총기·마약을 강력히 단속한 것" "선제적이고 오버스런 단속"이 주효했음을 강조했다. 그런데 최근 검찰이 강력수사(조폭·마약)에 손을 뗐으며 경찰도 관련 역량을 늘리지 않자 마약이
지난 2020년 9월 2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간호사들을 격려하는 글을 올렸다.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분들을 위로하며,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는 것이다.당시는 전공의들이 문재인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해 파업을 벌이고 있던 중이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으로 보기엔 시점이 묘하다. 의사와 간호사의 갈라치기, 의사들을 향한 대리전을 간호사들에게 주문한 것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파업의 발단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이다.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우
고(故) 이예람 중사가 성폭력 피해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19일 다른 여군 간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또다른 여군 간부 사망자라고 하니 이 역시 성폭력과 연관됐으리라는 의심이 드는 것은 한두사람이 아닐것이다.이미 이 중사 사건으로 인해 특검까지 가동되며 해당 부대 전체가 발칵 뒤집혔을텐데 왜 또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해당 부대가 유별나서 그런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군(軍) 당국은 아무래도 그런 식으로 결론을 내리고 싶을 것이다. 해당 부대에서만 유별나게 그런 사고가 발생했고, 군
문재인 정부 시절의 ‘탈(脫)원전’은 정책오류나 통치행위 등으로 변명될 수 없을 것 같다. "세계적 경쟁력의 산업 부문 중 하나에 중대한 타격을 줬다"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존망과 직결된 결과를 낳을 결정이 ‘친환경’ ‘안전’의 이름으로 감행됐다. 대체 에너지로 내세워진 태양광은 ‘친환경’적이지도 ‘안전’하지도 않았다. 수십년 애써 가꾼 산림 곳곳을 흉물스럽게 한 태양광 패널들... 돈은 주로 중국이 벌었다.탈원전을 끝까지 밀어붙힌 것은 ‘대통령’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재난 영화 ‘판도라’ 영향을 받았다" 류의 비판은
여의도에 실용주의 정치바람이 불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일성으로 "이념과 명분보단 국민의 이익을 우선하는 민생정치의 시대를 열겠다"며 실용주의 정치를 천명한 뒤 여의도 정치권에서 ‘이념주의’를 퇴치하자는 목소리가 높다.이에 화답이나 하듯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생우선의 실용주의 정치를 내세웠고, 안철수 의원은 국회 입성의 일성으로 "이념주의 퇴치, 실용주의정치를 우선하겠다"고 했다. 심지어 민주당에서 당선된 김동연, 김관영 지사 당선인들로 앞 다투어 민생우선의 실용주의 정치를 내세우고, 이재명 전 지사마저 "실용주의자"라고 외친다
우리나라에서는 약자의 편을 들어주고, 약자를 도와야 한다는 정서가 일반적이다. 본인 스스로는 약자를 적극 돕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모질게 굴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유전무죄 무전유죄’ 역시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 가운데 하나다. 피도 눈물도 없는 가해자, 비도덕한 부자,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권력의 이미지도 여기서 출발한다. 이들은 일명 ‘기득권’이라는 계급으로 둔갑됐고, 언더도그마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여겨져 왔다.언더도그마는 강자를 악(惡), 약자를 선(善)으로 치환하는 이
6·1 지방선거에서 가장 관심이 떨어졌던 선거는 아마도 각 시·도 교육감 선거일 것이다. 초·중·고교생 자녀가 없는 유권자들에게는 누가 교육감이 되건 별 상관이 없을 것이고, 교육정책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학생들은 투표권이 없으니 관심도 없을 수밖에 없다. 만 18세로 투표권 연령이 하향되면서 투표권을 가지게 된 고3학생들 정도만 대학입시 정책과 관련해 관심을 가질 뿐이다.2007년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교육감 직선제는 항상 폐지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지만 중앙정부인 교육부와 지역 교육감 불협화음이 일
한국 언론의 사대주의를 개탄한다."김건희 여사는 신데렐라가 아니라, 평강공주였다." 본지에 이같은 내용의 칼럼을 게재한 김성회 논설위원은 김건희 여사에게 낯 뜨거운 칭송을 했다며 언론들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그는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직을 사퇴해야만 했다.그런데 이번에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유일보에 실린 김성회 논설위원의 칼럼을 읽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윤 대통령을 지칭해서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와 비슷한 뜻을 지닌 ‘메리드 업’(married up)이라는 미국 속담을 언급했다고 한다. 22일 대통령실에 따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하지만 경제 분야의 예후(豫後)는 좋지 않다. 출발부터 퍼펙트 스톰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윤석열 정부의 위기의식은 지난 3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정과제 상단에 경제 정책이 대거 위치해 있는 것이다.이 뿐만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김대기 비서실장,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상목 경제수석 등 거물급 경제관료 출신을 정부 요소요소에 배치했다.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에 경제관료 출신을 동시 기용한 것은 과거 정부에
기묘한 일이다. 분명히 새 대통령이 취임했고 정권이 바뀌었는데 야당이 아직도 여당 시절을 못 잊고 여당 행세를 하고 있다.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이야기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1대 후반기 국회 원 구성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말했다. 이미 전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민주당에서 가져갔음에도, 후반기 법사위원장 자리도 다시 가져가겠다는 속내다.논리도 참 기묘하다. 전반기에는 자신들이 여당이었으니 법사위원장을 가져갔던 것이고, 이제 후반기에는 자신들이 야당이 됐으니 야당 자격으로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
우크라이나는 ‘제2의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까? 양국의 지정학적 유사점을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레 도달하는 질문이다. ‘국민’은 전쟁 등 시련의 역사를 거쳐 형성·단련된다. 6·25 역시 전형적인 역할을 했다. ‘국민’에서 중산층이 나오고(산업화), 차차 권력 감시시스템을 구축해갔다(민주화). 극빈의 신생국이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사례는 분명 인류사의 희망이다. 70년전 특수성을 먼저 보자. 때론 차이점을 살펴야 본질이 눈에 잘 들어온다. 현 우크라이나 사태와 6.25의 닮은점만 생각하면 감정이입, 감성적 판단을 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