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최대 단층선인 히쿠랑기 섭입대(HSZ)의 지질활동 분석 데이터. 국제연구팀은 장기 연구를 토대로 이곳에서 50년 안에 규모 8~9의 거대 지진이 25% 확류로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GNS 사이언스
뉴질랜드의 최대 단층선인 히쿠랑기 섭입대(HSZ)의 지질활동 분석 데이터. 국제연구팀은 장기 연구를 토대로 이곳에서 50년 안에 규모 8~9의 거대 지진이 25% 확류로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GNS 사이언스

최근 칠레, 멕시코, 인도네시아, 대만, 일본에서 진도 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뉴질랜드에서 규모 9급 메가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이는 국제 공동연구팀이 오랜 개간 협력해 대형 지진의 발생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첫 사례다.

최근 뉴질랜드 언론에 따르면 뉴질랜드 지질핵과학연구소(GNS 사이언스)가 국가지진위험모델(NSHM)의 업데이트를 앞두고 자국 동해안의 섭입대에서 거대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GNS 사이언스 연구팀은 미국 컬럼비아대·로드아일랜드대, 일본 도쿄대·교토대·도호쿠대의 과학자들과 함께 뉴질랜드의 최대 단층선인 히쿠랑기 섭입대(HSZ)의 지질 활동을 오랜기간 연구해왔는데 이번에 이곳에서 50년 안에 25%의 확률로 규모 8~9의 지진 발생을 경고한 것이다. 섭입대는 서로 다른 지각판의 충돌로 하나의 지각판이 다른 지각판 밑으로 들어가는 곳으로 2011년의 동일본 대지진(규모 9.1), 2014년 칠레 대지진(규모 8.2) 등 메가 지진의 출처다.

연구를 주도한 GNS 사이언스의 케이트 클라크 박사는 "과학 발전에 힘입어 주요 섭입대 지진을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연구의 의미를 전했다. 참고로 최근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지진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은 2016년 카이코우라 지진으로 규모 7.8이었다. 2011년 2월에는 규모 6.3의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이 발생해 185명의 인명 피해를 내기도 했다.

클라크 박사는 "HSZ는 뉴질랜드 북섬 동해안에서 시작돼 호크스베이와 남섬을 거쳐 호주로 이어진다"면서 "남섬 말버러 지역의 그래스미어 호수에서 굉장히 규모가 큰 두 번의 쓰나미 증거를 찾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하나는 약 1500년 전에 있었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2000년 전의 일로 확인됐다.

클라크 박사는 "우리는 그것을 통해 처음으로 대형 섭입대 지진의 빈도수를 계산할 수 있었다"며 "섭입대의 지각판 경계 남쪽 부분에서 대형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가 지난 5년 동안 이룬 큰 발전 중 하나는 다음 대형 섭입대 지진이 언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느냐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지금의 어린이가 살아 있는 동안에 거대 지진을 겪을 가능성이 25% 정도 된다"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대학의 지구물리학자 로라 월러스 박사는 "근해에서 일어나는 지진, 특히 몇 달에서 수년간 두 지각판의 경계면이 조금씩 움직이는 슬로우 슬립(slow slip)은 뉴질랜드에 가장 큰 위협"이라며 "슬로우 슬립에 의한 메가 지진으로 거대한 쓰나미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게 최대 걱정거리"라고 전했다.

다만 지진 전문가들은 이번 예측이 일기예보와 같은 확률론적 모델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확정적 사실이 아닌 만큼 패닉에 빠질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또한 지진 위험의 증가가 반드시 지표면에 미치는 영향을 증가시키지도 않는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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