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환
최성환

사람이라는 존재는 무척이나 분위기를 잘 타는 편이다. 사람보다 열등하다는 동물들도 눈치가 있고 기분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있지만, 기분이 그 생존본능을 압도하지는 못한다. 즉 동물들의 경우에는 생존과 직결된 상황에서 기분이 앞서지 않는다.

물론 인간도 "싸울 것이냐? 도망칠 것이냐?"( Fight or Flight?)는 생존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아드레날린 등의 스트레스 호르몬(요즘에는 신경전달물질이라 부른다)이 분출되어 뇌 활동을 장악한다. 그래서 당장 긴급한 것이 아니라면 생각조차 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 그때는 ‘슬프다, 우울하다’는 느낌과 생각은 사치스러운 것이 된다.

인간이 동물보다 월등하기도 하지만 연약한 점도 있다. ‘기분이 육신의 컨디션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사람은 기분 때문에 백혈구가 감소해 면역력이 약해지면 몸에 병이 생기기 쉬워진다. 우울한 기분과 부정적 생각이 신체의 병을 일으킨다니, 이것이 사실일까? 사실이다. 이것을 신체화(somatization) 질환이라 부른다.

우울한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쳐 세계 경제마저 장기 우울증, 아니 장기 침체의 깊은 수렁에 빠져드는 지금, 기분 좋을 국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 추정된다. 그렇다면 다들 우울증에 빠져들어 우울증 환자가 될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이쯤에서 ‘내재적’ 우울증과 ‘인과적’ 우울증의 차이를 설명하려 한다.

내재적이라 함은 유전적이거나 이유없이 오는 것을 말한다. 인과적이라 함은 누가 봐도 저 사람은 우울증에 빠질 수밖에 없는 원인을 가진 경우다. 우울할 이유가 있어서 우울한 것이기에, 우울함을 유발하는 원인을 제거해주면 벗어날 수 있다. 대부분의 우울증이 인과적이다. 그러므로 힘이 들수록 여유있는 마음을 가지며,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인 사고를 통해 우리 몸과 마음을 지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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