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화상으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그는 이날 우크라이나 키이우 등지의 미사일 공격 사실을 인정하며, 전날 발생한 크림대교 공격에 대한 보복이었음을 밝혔다. /로이터=연합
1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화상으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그는 이날 우크라이나 키이우 등지의 미사일 공격 사실을 인정하며, 전날 발생한 크림대교 공격에 대한 보복이었음을 밝혔다. /로이터=연합

10일(현지시간)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각지를 향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이 감행되면서, 서방의 첨단 방공체계 지원에 속도가 붙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은 추가 공습을 예고한 상황이다.

미 백악관 성명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첨단 방공시스템 등 자체 방어에 필요한 지원을 약속했다." 우크라이나 측 사상자를 애도하며 "러시아에게 침략 비용을 치르게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잔혹 행위와 전쟁범죄에 대해 책임지게 하며,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조국과 자유를 지키도록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다."

8일 크림대교 폭발 이틀 뒤, 러시아는 오전 출근 시간대에 맞춰 키이우·르비우·드니프로·자포리자·수미·하르키우 등 주요 도시에 미사일을 퍼부었다. 러시아군이 75발에서 80발의 지대지·공대지 미사일을 사용했으며, 일부 미사일은 벨라루스에서 발사됐을 것으로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의 광범위한 대공 방어망이 이번 대규모 폭격에 한계를 드러냈다. 미 국방부는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120을 응용해 개발된 지대공 무기인 첨단지대공미사일체계(NASAMS) 2대를 올해 말까지 제공하고 장기적으로 6대의 추가 인도를 밝힌 바 있다. 미국과 공동으로 NASAMS를 개발한 노르웨이도 조만간 소수의 NASAMS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 방공체계인 IRIS-T SLM 제공을 약속한 지 4개월이나 된 독일 역시 며칠 내 이 중 일부를 우크라이나 측에 넘기겠다고 10일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출구 없는 ‘치킨 게임’으로 치달으며 확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푸틴 대통령은 "오늘 아침 우크라이나의 에너지·통신 및 군사지휘 시설 등을 고정밀 장거리 무기로 타격했다"며 ‘보복’을 자인했다.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엔 반미(反美)국가 이란산 무인기도 동원됐다는 소식이다. 대화로 해결될 여지가 사실상 소멸하면서 러시아의 ‘핵 사용’이란 최악의 옵션 가능성이 높아진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지속적 가시적 위협", "러시아 국경·국민의 보호를 위한 우크라이나의 완전 해체"를 주장했다.

유엔이 긴급특별총회를 소집해 러시아 규탄 결의안 논의에 착수했다.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 4개 지역의 주민투표가 국제법상 무효 내지 불법이며, ‘러시아 병합’ 선언을 부정하는 내용의 결의안이다. 러시아 병력의 즉각적인 우크라이나 철군 요구도 포함됐다. 세르히 키슬리차 駐유엔 우크라이나 대사는 "러시아가 테러국가임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네벤쟈 駐유엔 러시아 대사는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테러집단이 우크라이나"라고 각각 서로를 성토했다.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직접적 충돌은 러시아의 관심사가 아니다."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은 11일(현지시간) 자국 매체 스푸트니크 통신에 이렇게 입장을 밝히며, "서방 개입이 확대되면 적절한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다", "걷잡을 수 없는 긴장 고조의 위험을 깨닫기 바란다"고 거듭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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