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희
김인희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우리나라의 과거사를 언급할 때마다 반드시 나오는 말이다.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방을 등한시 하고 세계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결과 우리민족은 36년간이나 일제의 지배를 받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을 때마다 따라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는 이 말이 일본과의 과거사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 같다. 일제시대 시절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이 대표가 동해에서 한미일 연합 훈련을 진행하는 것을 두고 "우리나라에 다시 욱일기가 꽂힐 수 있다"거나 "친일국방"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이 대표는 일본에 대해 엄청난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본은 경제대국이며 과학기술력도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는 선진국이다. 평화헌법으로 군대 보유가 금지돼 있지만 일본 내 우익들은 재무장을 주장하며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니 이 대표의 그런 우려도 일견 타당함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과거사는 100년전의 일제시대뿐만이 아니다. 지난 40년간 북한으로부터 당해왔던 무력도발 역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다. 분단 이후로 남북은 크고작은 군사적 충돌을 일으켜왔지만, 최근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부터는 점차 고강도의 도발을 행하고 있다.

과거 민주당계 정당이 정권을 잡았던 시절, 북한과의 화해분위기를 내세우며 북에 퍼줬던 천문학적 액수의 자금들이 북한의 핵 개발에 전용됐다는 사실은 더이상 비밀도 아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노무현 정부의 개성공단,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 등으로 북에는 엄청난 액수의 달러가 지원됐고 이 시기 북한은 대외적인 도발만 자제했을 뿐 조용히 차근차근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금 지원이 줄어들거나 끊길 때마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향해 맡겨놓은 돈을 내놓으라는 듯 도발을 재개했다. 북한과 화해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언제나 북한의 일방적인 배신과 합의 파기로 무너져버렸다.

100년 전의 먼 역사도 아니고 최근 20년 내에 벌어진 아주 가까운 역사임에도 이 대표는 이것을 잊었단 말인가. 아니면 이 대표에게 역사란 일본을 향해서만 적용되는 것이고 북한을 향해서는 적용되지 않는 선택적 역사란 말인가. 그것도 아니면 이 대표 역시 북한의 요구조건을 순순히 들어주는 것으로써 ‘굴종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는 과거 민주당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것인가.

이 대표에게 묻고 싶다. 지금 대한민국의 적이 일본인가 북한인가. 일본은 분명히 과거 제국주의 시절 대한민국의 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일본은 민주주의가 정착된 자유진영의 일원이다. 반면 북한은 민주주의는 커녕 과거 봉건왕조만도 못한 시대로 퇴행해 3대 세습의 독재를 펼치고 있는 세계 최악의 인권유린국이다. 그리고 그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날리며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

2차대전 시절 독일로부터 점령당했던 프랑스와 폴란드가 지금도 독일을 적으로 대하는가. 오히려 독일은 유럽연합의 당당한 일원으로 대우받으며 유럽의회에서도 가장 많은 의석을 보유한 서방 자유진영의 핵심 국가가 됐다.

이 대표는 반드시 답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적은 같은 자유진영의 일본인가, 아니면 일당독재로 같은 민족의 인권을 탄압하는 북한인가. 가까운 역사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면서 본인이 태어나기도 전의 먼 역사만을 언급하는 이 대표의 ‘선택적 역사관’이야말로 미래로의 발전을 가로막는 조선시대의 정쟁을 재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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