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무제’(1958) 환기미술관 소장. /김종영미술관 제공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수화(樹話)와 우성(又誠), 70년 만의 재회’전이 열리고 있다(11월13일까지). 김환기(1913~1974)의 편지·소묘·유화 총 21점, 김종영(1915~1982)의 조각·유화·드로잉 19점을 한자리에서 만나게 해준다. 각각 회화와 조각에서 20세기 한국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들이다. 비슷한 시기 활동했던 이들 두 작가의 ‘추상’ 작업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이번 전시에서 집중 조명된다.

본관 3개 전시실에선 20대 청년 시절 각자가 그린 자화상 ‘프롤로그’부터, 김환기의 점화(點畵)와 김종영의 ‘불각(不刻) 미(美)’를 보여주는 드로잉으로 마무리된다. 두 작가의 추상예술을 대변하는 ‘점화’와 ‘불각’이 어떻게 도출됐는지, 두 예술가가 저마다 추구한 작업의 차이점과 그것을 가능하게 한 배경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 제목 ‘70년만의 재회’란 한국전쟁 중(1952년) 교유한 두 사람이 70년만에 함께 한다는 뜻이다. 두 사람의 근무 경력은 더 일찍 겹친다. 1946년 서울대 제2회화과(서양화과)에 김환기가 부임했고, 1948년 김종영이 조소과 교수로 왔다. 김환기가 교수직을 사임하기 전까지 2년간 서울대에 같이 있었으나, 한국전쟁 중의 만남이 특별했던 것 같다. 해군종군화가단으로 활동하던 김환기가 당시 창원으로 피난간 김종영을 보러 진해에서 창원까지 걸어갔다는 증언이 있다. 312km 떨어진 곳, 자동차로 3~4시간 걸릴 거리를 도보로 찾아가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까. 그 후 두 사람이 개인적으로 만난 기록은 없다고 전해진다.

김종영 풍경(1960). /김종영 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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