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와 삼림 벌채가 나무 위에서 사는 영장류들을 지상으로 내몰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구온난화와 삼림 파괴가 수천만년 동안 이어진 영장류의 삶의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 야생동물연맹(SDZWA)의 티머시 에플리 박사팀은 최근 지구온난화와 삼림의 감소로 나무 위에서 살아가는 영장류가 생존을 위해 이전보다 더 빈번히 땅으로 내려온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를 위해 에플리 박사팀은 아메리카대륙 48곳과 마다가스카르 20곳 등 총 68개 지역에 서식하는 원숭이 32종, 여우원숭이 15종을 15만 시간 이상 관찰한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고 나뭇가지 등으로 우거진 면적이 적은 숲에 사는 원숭이들이 체온조절을 위해 지상으로 더 자주 내려왔다.

또한 과일을 적게 섭취하고 큰 무리의 집단생활을 하는 영장류일수록 지면으로 내려오는 빈도가 높았다.

연구팀은 이 같은 변화를 일종의 ‘전적응(preadaptation)’으로 해석했다. 전적응은 과거엔 중요하지 않았던 성질이 추후 어떤 원인으로 발현해 특정 생물 종의 생활 양식에 부득이한 변화가 발생했을 때 이에 적응하기 위해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연구팀은 지상에서의 생활을 늘리는 원숭이들의 전적응이 기후변화가 만든 새로운 환경에서 생존 확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무 위보다는 땅에서 과일 외에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고 무리 생활을 통해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만 인간의 거주지역 근처에 서식지를 가진 경우 지상으로 잘 내려오지 않는 경향이 확인됐다. 영장류에게 종종 위협이 되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기후변화에 적응하려는 시도를 방해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아울러 연구팀은 원숭이들의 전적응과는 별개로 기후변화라는 환경적 요인은 원숭이를 포함한 영장류를 생존 위험으로 내몬다고 경고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영국 옥스퍼드브룩스대의 주세페 도나티 교수는 "생태학적 조건과 종의 특성은 인류의 조상인 ‘호미닌’을 포함해 나무 위에서 살아온 영장류의 진화적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면서도 "현재의 삼림 벌채와 기후변화 속도는 대다수 영장류 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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