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

2차 대전 배경으로 한 사랑과 이별의 가슴 저린 '로맨스'
대사·음악·마지막 장면 유명...현대 관객들도 감동할 듯

'릭' 험프리 보가트와 '일사' 잉그리드 버그만.
'릭' 험프리 보가트와 '일사' 잉그리드 버그만.

1923년 설립, 99년 역사를 가진 영화사 워너브라더스가 제작한 걸작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라인업은 ‘사랑은 비를 타고’(1952)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1982) ‘카사블랑카’(1942) ‘브이 포 벤데타’(2005) ‘엑소시스트: 디렉터스 컷’(1973) ‘보디가드’(1992) 등 여섯 편이다. ‘사랑은 비를 타고’ 개봉을 시작으로 3개월 동안 이어질 명작 퍼레이드 가운데 올해로 개봉 80주년을 맞는 ‘카사블랑카’를 집중 소개한다. 이 영화는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10월 26일 재개봉한다.

As Time Goes By, 잉그리드 버그만, 험프리 보가트, 모로코…

이 단어들이 어우러진 영화는 단 한 편 ‘카사블랑카’(Casablanca)다.

1942년 개봉, 올해로 80주년을 맞는 이 영화가 현대의 관객들과 극장에서 만난다. 고화질로 리마스터링된 흑백 고전영화를 커다란 화면을 통해 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영화는 좀 장황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세계 제2차대전이 한창일 시절, 프랑스 파리는 독일 나치에 의해 점령됐다. 유럽 사람들은 자유의 땅인 미국으로 가려 한다. 하지만 가는 길이 막혀 모로코, 리스본을 거쳐야 미국으로 갈 수 있게 됐다. 돈 있는 사람들만이 비자(통행증)를 얻어 리스본으로 향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과 통행증을 구하기 위해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 머물게 된다.

그 중심이 되는 곳이 릭(험프리 보가트)이 운영하는 ‘카페 아메리카’다. 술기운과 담배 냄새가 자욱한 이곳은 일종의 자유령. 독일군·프랑스인·아랍인 등등이 모두 모여든다. 술도 마시고 불법도박도 하지만 결국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유는 미국으로 가는 통행증을 얻기 위해서다. 릭에게 가면 통행증을 얻을 수 있다는 소문 때문이다.

카페 주인 릭은 과거를 알 수 없는 사람이다. 냉소적이고 누구에게도 곁을 주지 않는다. 유일하게 그의 마음을 읽어내는 사람은 흑인 재즈 피아니스트 샘(둘리 윌슨)이다. 우연히 릭의 손에 골드 통행증, 드골이 서명해서 검문도 안 당하는 통행증이 손에 들어온다.

어느날 릭의 카페에 멋진 부부 한 쌍이 들어온다. 사람들 시선은 모두 부인인 일사(잉그리드 버그만)에게 향한다. 흑백영화지만 필터를 끼워 찍은 그녀의 얼굴은 환상적으로 아름답다. "안녕 샘." 일사는 샘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말한다. "연주해줘요, 샘." (Play it, Sam) 샘은 난색을 표한다. "그 곡은 연주할 수 없어요." 하지만 결국 연주한다. 그 곡이 지금까지도 유명한 ‘As Time Goes By’(세월이 흘러가면)이다.

음악을 따라 화면은 몇년 전 파리로 돌아간다. 서로 사랑하는 릭과 일사, 행복하다. "당신 눈에 건배." 릭이 일사에게 하는 유명한 대사도 이때 등장한다. 하지만 서로에게 자신의 과거를 말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나치가 파리를 점령한 날 함께 떠나기로 한다. 비가 억수로 퍼붓는 기차역에서 기다리는 릭. 일사는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샘이 일사의 편지를 전해준다. "당신과 함께 갈 수도 다시 만날 수도 없어요, 이유는 묻지 말고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만 알아줘요."

다시 릭의 카페.릭은 통행증이 필요해 남편 라즐로와 함께 온 일사를 냉정하게 돌려 세운다. 하지만 혼자 남아서는 샘에게 말한다. "그녀가 버틸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어. 연주해!"(If she can stand it, I can. Play it!)

여기까지, 이제부터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알아갈 것이다. 왜 일사가 샘에게 곡명도 말하지 않고 그저 연주를 해달라 했는지, 일사가 카페에 들어왔을 때 릭의 눈에 놀라움과 분노가 함께 엉켰는지, 그리고 릭이 사람들에게 왜 그렇게 냉담하고 냉소적인지.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대사, 음악 그리고 마지막 장면이다. 그 장면 역시 직접 보고 느끼기를 권한다.

이 영화는 원래 전쟁을 독려하는 일종의 프로파간다용으로 제작됐다. 레지스탕스가 등장하고,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 등이 삽입돼 있다. 하지만 예상 외의 결과가 나타났다. 관객들은 전쟁보다는 사랑, 애국보다는 미스터리한 두 사람의 관계에 더 집중했다. 결국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애절한 로맨스 영화가 됐다. 그렇게 된 데는 잉그리드 버그만, 험프리 보가트가 만들어가는 멜로라인이 큰 역할을 했다.

 

☞세계 영화사에 남은 '카사블랑카'

‘카사블랑카’는 1944년 16회 미국 아카데미상 작품상·감독상·각색상을 수상했다. 제작비 87만 8000달러로 만들었지만 3700만 달러 흥행 수입을 거둬 지금 말로 대박이 났다. 대중뿐 아니라 비평가들도 인정했다. 비평가들은 이 영화를 역사상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선정했으며, 1989년부터 미국 의회도서관의 미 국립영화등기부에서 영구히 보존되고 있다.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영화평론가로 일컬어지는 로저 이버트는 "‘시민 케인’(감독 오손 웰즈)이 일반적으로 더 멋진 영화로 여겨지지만, ‘카사블랑카’는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평했다. 1997년에는 미국 영화연구소(AFI) 선정 100대 영화 2위 선정, 2007년에는 100대 영화 3위로 재선정됐다.

80주년을 맞아 재개봉하는 '카사블랑카'.
80주년을 맞아 재개봉하는 '카사블랑카'.

잉그리드 버그만

1940-50년대 영화계를 지배한 스웨덴 출신 여배우. 스웨덴어로는 잉리드 베리만이다. 키 175cm, 윤곽이 뚜렷한 외모로 ‘카사블랑카’로 일약 스타가 됐고 이후 할리우드 최고 여배우들 중 한 명이 됐다. 영화로는 아카데미상, TV로는 에미상, 뮤지컬로 토니상 등을 모두 수상할 정도로 연기력도 뛰어났다.

험프리 보가트

AFI(미국영화협회) 선정 가장 위대한 남배우 1위. ‘카사블랑카’ 촬영 당시에는 키가 버그만보다 작아(173㎝) 사과상자 위에 올라가 포옹 신을 찍었다는 일화가 있다. 릭 역 캐스팅 당시 영화배우였던 로널드 레이건도 물망에 올랐다고 한다. 레이건이 캐스팅됐다면…영화의 운명도 미국의 운명도 달라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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