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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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체육공약, 인지하고 계십니까?" 10월 14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핸드볼선수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된 임오경이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체육이 우리 국민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왜 예산이 깎였느냐는 것, 하지만 그건 나라빚이 GDP의 40%를 넘을 만큼 나라살림을 엉망으로 한 지난 정권 탓이지, 이기흥 회장에게 따질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체육인 출신임을 감안하면 이 정도 질의는 용납할 수 있었다. 문제는 "제가 현안 질의를 좀 하겠습니다"로 시작된 후반부 질의, 여기서 임오경은 이재명 대표가 관련된 의혹에 대해 묻는다. "성남FC, 기업 사회공헌 차원에서 정당한 후원을 받았음에도 부정청탁, 제3자뇌물 혐의 등으로 정치검찰의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문선명 사후 모기업이던 통일그룹의 무관심으로 갈 곳이 없어진 ‘일화 천마’가 성남시에 인수돼 시민구단이 된 것은 2013년 11월의 일이었다. 프로축구단 운영에는 돈이 들며, 이를 지자체 예산만으로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지역 기업들의 후원이 필요한 것은 바로 그 때문, 성남FC에는 네이버를 비롯해 여러 기업들의 후원이 답지했다. 기업은 이윤을 위해 행동하는 단체로, 축구단에 돈을 내는 이유도 홍보를 통한 이윤증대를 바라서다. 예를 들어보자. 십여 년 전 삼성은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강팀 ‘첼시’를 후원했다. 그 대가로 첼시 선수들은 ‘SAMSUNG’이란 글자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는데, 덕분에 유럽 지역에서 삼성의 매출이 83%나 뛰었으니, 첼시에 줬던 한 해 300억 원의 돈이 아깝지 않다. 이것이 정상적인 후원이다.

그런데 성남FC에 후원하는 기업들은 그런 식의 광고 혜택을 받지 못했다. 선수들의 유니폼에는 후원기업인 네이버나 두산건설 대신 이재명의 공약이던, ‘빚 탕감 프로젝트’를 뜻하는 ‘Rolling Jubilee’란 글자가 새겨졌다. 이럴 거면 후원을 왜 할까? 하지만 그 기업들은 홍보보다 더 달콤한 과실을 챙겼으니, 그건 바로 ‘특혜’였다. 네이버는 제2 사옥 건축허가를 받았고, 두산건설은 자신들이 사 놓은 병원부지가 용도변경 되는 바람에 신사옥을 지을 수 있었다. 세상은 이런 거래를 ‘뇌물’이라 부른다. 심지어 두산건설은 ‘용도변경을 해주면 후원금을 주겠다’는 공문을 보내기까지 했으니, 이건 뇌물의 명백한 증거다.

그런데 임오경은 이게 ‘정당한 후원’이라 우긴다. "적법한 후원을 악으로 몰아 하명수사를 하는 동안 체육계는 돌이키기 힘든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묻겠습니다. 프로 및 아마추어 구단이 기업후원을 받는 게 문제가 됩니까, 안됩니까?" 이기흥 회장이 ‘프로는 마케팅으로 받고 있다’고 답하자 임오경은 난데없이 대한체육회 얘기를 꺼낸다. 대한체육회가 지난 3년간 25억의 기부금을 받았다는 것, 임오경은 호통친다. "이것도 문제가 된다면 다 내놓으세요! 이것도 감사 들어가야겠습니다."

현대차그룹이 양궁을, SK그룹이 핸드볼을, LS그룹에서 사이클을 후원하는 등 대기업들이 이윤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비인기종목에 후원한 건 오랜 전통이었다. 덕분에 올림픽 같은 스포츠체전에서 우리나라가 많은 메달을 딸 수 있었고,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임오경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도 그 덕분에 가능했다. 그렇다고 그 기업들이 약간의 홍보효과를 제외하곤 무슨 대단한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후원을 미끼로 후원금의 몇십 배, 아니 몇백 배에 달하는 금전적 이득을 안겨준 성남FC 사건과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없다는 애기다. 하지만 임오경은 자당 대표를 방어한답시고 그런 후원마저 도매급으로 매도해 버리니, 체육계에 ‘돌이키기 힘든 막대한 피해를 주는’ 자는 대체 누구인가?

일전에 트라이애슬론 선수 최숙현이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투신자살했을 때, 임오경은 피해자를 모욕하고 가해자를 걱정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심지어 정의연 사태 때는 윤미향을 공개 지지하기도 했으니, 그녀가 왜 국회의원이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말은 해야겠다. "오경씨, 당신 추합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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