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광주
손광주

참으로 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12일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에게 물었다. "(제가)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수령님께 충성하고 있다는 생각에 변함없습니까?"(윤건영). "그런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김문수). 민주당 의원석에서 "취소하라!" 고성이 터졌다. 윤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다. 그는 "어지간하면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런 평가를 받고 국감을 할 수 없다. 애초에 질문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답변을 듣고 나니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라고 흥분했다.

이날 김문수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면 확실하게 김일성주의자"라고 하자, 전해철 환노위원장은 김 위원장을 직권 퇴장시켰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을 ‘국회 모욕죄’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언론의 반응은 예상대로다. 한겨레신문 등 친북좌파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자유민주를 표방하는 언론도 마치 ‘못 볼 것을 본 듯’ 어정쩡한 모습이다. 여당 국회의원도 "국회에서 입에 올리기 좀 어려운 단어들을 언급했다"(정미경)는 반응이다. 국민의힘은 ‘방어하는’ 태도다. 왜 이럴까? 언론도, 국회도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 사건은 21대 국회가 안고 있는 모순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냈다. 김문수 위원장은 그 뼈를 때린 것이다.

결론부터 말해, 윤건영 의원의 질의 그 자체가 ‘적반하장’이다. 왜 그런가. 자신이 아직도 ‘수령님께 충성’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윤 의원 자신이 가장 잘 안다. 그것을 왜 김문수 위원장에게 물어 보는가? 윤 의원의 신분은 현직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다. 그런데 주권자인 대한민국 국민이 윤 의원이 여전히 ‘김일성 수령님에게 충성’하고 있는지, 또는 김일성을 비판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지 못한다. 왜? 윤 의원 스스로 이에 대해 한번도 명료하게, 객관적으로, 커밍아웃한 사실이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자신이 직접 국민에게 해명해야 할 중대 사안을 김문수 위원장에게 물어보고, 나아가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라고 화를 냈다. 우리 속담에 ‘X뀐 놈이 성 낸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다.

윤 의원은 1969년생. 국민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NL주사파 출신이다. 당시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친지김동(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을 부르짖던 전형적인 구(舊)386세대다. 이는 빼도박도 못하는 윤 의원의 실체다. ‘주사파 대부’로 불린 김영환 씨는 "당시 운동권에서 북한과의 연계를 갖고 있는 것이 하나의 ‘권위’처럼 여겨졌다"고 자신의 저서 <다시 강철로 살아>에서 증언한 바 있다. 전대협에서 활동한 윤 의원이 주체사상(김일성주의)을 따르지 않았다면 그 자체가 ‘직무 해태(懈怠)’에 해당한다. 김영환 씨는 1999년 민혁당 사건을 계기로 전향하면서 반성문을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이후 20여 년간 북한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김일성 패밀리를 강력 비판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감방생활도 했다.

반면 윤건영 의원이 반성문을 썼다거나, 대한민국 헌법에 충실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전향했다거나, 김일성주의를 버렸다거나, 김일성 패밀리를 공개 비판했다는 물질적 증거(hard evidence)는 그 어디에도 발견되지 않는다. 이러고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고, 현직 국회의원이다. 주권자인 대한민국 국민은 이를 어떻게 봐야 하나?

종북 활동가의 전향 여부를 검증하는 핵심 기준은 ‘수령’에 대한 공개 비판 여부다. 김일성 등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느냐 않느냐가 전향의 본질적 기준으로 보면 된다. 더욱이 현직 국회의원이 헌법에 충실한 사람인지, 아직도 김일성을 추종하고 있는지를 국민이 의심하고 있다면, 과연 그가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 ‘민의를 대변’할 자격이 있는 것인가? 김문수 위원장의 문제 제기는 전적으로 정당한 것이다.

윤 의원의 적반하장에 진정코 ‘피가 거꾸로 솟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어지간해서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니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대한민국 헌법을 충실히 준수해야 한다고 믿는 국민이라면 윤 의원을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 또 향후 정부 관계자들도 ‘윤건영 식’ 적반하장 질의가 나올 경우, 이렇게 답변해야 옳다.

"윤 의원이 아직도 수령님을 추종하고 있는지 여부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그 질의에 대해 내가 답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 이 자리에서 윤 의원 본인이 주권자인 국민에게 직접 고백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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