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로 체포된 시위대 수백 명이 구금돼있던 이란 테헤란 에빈교도소에서 15일(현지시간) 화재와 총성이 울려퍼졌다. /반정부 감시단체 ‘1500타스비르’(1500tasvir) 트위터 계정 캡처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이란 내 시위가 17일(현지시간) 한 달을 맞는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경찰에 체포된 후 사망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이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번진 가운데, 정치범 투옥 장소로 악명 높은 수도 테헤란 북부 에빈교도소에서 15일 거대한 불길과 함께 총성 및 경보음이 울렸다고 전해진다. 이번 반정부 시위 중 체포된 수백 명이 구금됐다고 보도된 곳이다.

반정부 감시단체 ‘1500타스비르’(1500tasvir)가 이날 트위터에 화재 영상을 올리면서 설명했다. "정치범을 수용하는 에빈교도소에서 큰 화재와 총격이 일고 있다. 대학살이 일어난 것으로 본다." AP통신이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한 바에 따르면, 에빈교도소로 가는 일반도로와 고속도로가 경찰에 차단당했으며 교도소 인근에서 강력한 폭발음이 최소 3차례 들렸다. 인근 도로에선 차량의 경적 소리가 요란했다. 차를 모는 시민들이 반정부시위에 동조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요사태와 지난 4주간의 반정부 시위와는 무관하다"고 알리 살레히 테헤란 검사가 말했다. 이란 국영 통신 IRNA는 에빈교도소 한 건물에서 재소자와 교도소 직원 간에 충돌이 있었으며, 죄수복을 보관 중인 창고에 재소자들이 불을 지른 것이라는 교도소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이어 문제의 ‘폭동자’를 다른 재소자와 분리했으며, "상황이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신정(神政)과 공화정을 혼합한 엄격 통제사회인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한달 간 하루도 빠짐없이 지속된 현 상황을 매우 이례적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한편 내주 초 유럽연합(EU)이 이란 당국의 시위진압 관련 제재안을 공식화할 전망이다. 러시아에 군사용 드론을 대거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추가 제재를 고려 중이다. 우크라이나군에게 격추당한 러시아군의 ‘자폭 드론’이 이란제 샤헤드-136로 밝혀졌다. 러시아에 군사용 드론을 공급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이란은 강력 부인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무기를 제공한 바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계획 없다"는 입장이다.

 
 
이란 테헤란대 학생들이 13일(현지시간) 교문 밖의 보안군을 향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의문사한 사건이 벌어진 이후 광범위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왔다. /AFP=연합
이란 테헤란대 학생들이 13일(현지시간) 교문 밖의 보안군을 향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의문사한 사건이 벌어진 이후 광범위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왔다.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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