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16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16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3연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중국몽(中國夢)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정당화하는 명분이 바로 중국을 세계 최강의 국가로 만들겠다는 중국몽이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처음으로 공산당 총서기에 오른 2012년에도 이 같은 집권 이념을 제시했다. 당시 중국은 ‘중진국 함정’에 빠질 것으로 예상됐다. 중진국 함정은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 초기에는 순조롭게 성장하다 중진국 수준에 와서는 성장이 장기간 침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중국은 이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아르헨티나와 러시아를 추월해 세계은행(WB)이 정의하는 고소득 상태에 도달했다. 경제 규모 역시 2010년 이후 2배 이상 커졌다.

하지만 시 주석이 중국몽의 깃발을 높게 쳐들수록 미국의 견제는 강화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지난 12일 국가안보 전략을 공개하면서 현재 국제질서를 재편할 의도와 능력을 보유한 유일한 경쟁자가 중국이라고 지목한 것이 대표적이다.

앞으로의 중국 경제정책 방향은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대변인 쑨예리(孫業禮)의 브리핑, 그리고 시 주석의 연설을 보면 윤곽이 그려진다. "성장 속도는 경제발전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지만 유일한 지표는 아니다"는 쑨 대변인의 말과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共同富裕) 실현을 강조한 시 주석의 언급을 감안하면 경제를 다소 희생하더라도 이념적 코드를 지향하겠다는 속내가 읽힌다. 그러면서도 민영경제를 흔들림없이 지지할 것이라고 첨언한 것은 자칭 ‘고품질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꾀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이 이를 달성하기에는 넘어야할 산이 너무 많다. 무엇보다 중국 당국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즉 양회(兩會)때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5% 안팎으로 제시했지만 3%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내외적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그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은 중국 경제에 거센 ‘외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 부동산시장 위기, 수출 감소라는 내부 변수도 중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사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성장의 주요 축을 수출에서 내수로 바꾸고, 중저가 제품 대신 하이테크 제품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바꾸려 애써왔다. 하지만 미국과의 충돌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8년 첨단 제조업 분야를 육성하겠다는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가 나오자 곧바로 중국을 정조준했다.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는 중국이 2025년까지 로봇,통신, 항공우주, 전기차, 반도체 등 10개 하이테크 제조업 분야에서 기술 자급자족을 달성, 제조업 초강대국으로 발전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이를 첨단산업에 대한 중국의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상당수 중국 수입품에 25%의 높은 관세를 물리기 시작하는 등 무역전쟁의 포문을 연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의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업체인 화웨이를 겨냥한 미국의 공격이 개시됐고, 이어진 고강도 제재로 화웨이는 주저앉은 상태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미국의 여야(與野)는 따로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일본·대만과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를 통해 중국을 배제하는데 전력투구 중이다. 아울러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중국산 배터리 부품과 광물 사용을 틀어막고 있다.

중국이 고품질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개편돼야 한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말하면 미국과의 패권 경쟁이 지속되는 한 중국의 이 같은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시 주석이 임기 중 미국 경제를 추월하려는 시도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성장률이 3% 아래로 떨어지면 시 주석에게 최악의 악몽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978년 개혁·개방을 선언한 이후 중국이 연 3% 미만의 성장을 한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2020년의 2.3%를 제외하고는 없다. 더딘 경제 성장은 부유층보다 빈곤층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이는 결국 민심이 폭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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