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김대호

한국 노동관계법은 정규직과 노조를 과보호한다. 먹이 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대기업과 공공부문(정부와 공공기관) 등 ‘갑(甲)’ 기업 노조는 사용자 등 다른 기업이해관계자들보다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누린다.

노조의 주력부대인 이들은 직장 담벼락을 넘어 연대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연대하지 않는 것이 이익이다. 폭넓게 연대하려면 교섭력이 떨어지는 ‘을(乙)’ 기업의 지불능력이 허용하는 낮은 근로조건을 공동의 요구로 삼아야 하기때문이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정규직 과보호와 그로 인한 과도한 임금 및 고용 경직성은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와 제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법 조항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법원의 온정주의적, 포퓰리즘적 해석의 문제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는 해고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법조문은 거의 모든 나라의 근로기준법에 다 있다.

 

문제는 한국 법원은 ‘정당한 사유’를 아주 엄격하게 해석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근로조건이 외부 노동시장 수준에 근접하여, 숙련 근로자의 이직을 걱정하는 중소기업은 해고가 그리 어렵지 않지만, 근로조건이 하는 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곳의 해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단적으로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당시, 원청의 정리해고는 살인으로 치부되었지만, 하청의 그것은 단지 전직의 계기였을 뿐이다. 이 차이는 사회안전망의 차이가 아니라, 고용임금에 들어있는 지대(초과임금) 크기의 차이다. 노조의 기형성은 법 조항 자체와 공권력 집행의 문제이다. 노조법 제43조(사용자의 채용제한)는 파업 시 대체인력투입을 원칙적으로 금하였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파업은 단체로 일손을 놓고 공장 밖으로 나가서 하는 집회와 피케팅이지만, 한국의 파업은 공장 안 집회를 의미한다. 권위주의 정부는 공장 밖 집회를 엄격히 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업이 공장 안 집회가 되자 공장 출입문 폐쇄와 생산시설 점거가 예삿일로 되었다. 노조법 제37조에서 "③노동조합은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여 조업을 방해하는 형태로 쟁의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 하고, 제42조에서 "①쟁의행위는(…) 생산 기타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을 점거하는 형태로 이를 행할 수 없다."라고 명시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공권력이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하고 신속한 진압을 꺼리는 행태는 1987년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심해졌다. 바로 민노총과 민주당의 합작품인 것이다. 불법 파업에 대한 민사상 책임 상한선을 두려는 ‘노란봉투법’은 그 연장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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