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생명공동체고, 中운명공동체인가?
北생명공동체고, 中운명공동체인가?
  • 강 량 주필, 정치학 박사
  • 승인 2020.0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0년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14

 

역시 이번 신년기자회견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를 포함한 권력형 비리에 대한 검찰수사와 이와 관련된 검찰개혁에 따른 국민적 반발에 대해서는 무엇 하나 속 시원한, 또는 뭔가 진실에 가까운 발언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렇다. 지금까지 대통령 취임 이후 3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문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은 손에 꼽을 정도로 몇 차례에 지나지 않았고, 그 모든 내용들은 뭔가 조작된 듯, 아니면 코드 (Code) 화 된 듯 아리송했다.

뭔가 현장감과 현실감이 대폭 떨어져서 결국 국민들이 속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가 일쑤였다. 그래서 이제는 그 코드화 되어있고 아리송한 주요 핵심표현들이 갖는 내부적, 철학적 의미를 간파해 내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독일 방문시, 한 독일신문 기고문에서 남북한이 ‘생명공동체’라고 언급했고 작년 12월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한중 양국이 ‘운명공동체’라고 강조했던 바 있다. 엄연히 남북한은 유엔에 동시 가입된 주권국가로 존재하고, 지금까지 상당히 적대적인 대외관계를 유지해 온 사이였다.

◇중국은 지난 수천년간 한국과 확연히 구분되는 별개 국가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한 중국공산당 지도부.[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한 중국공산당 지도부.[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리고 중국은 경제적 협력관계를 제외하고는 정치 체제 면에서나 지난 수천년간의 과거 역사 속에서 확연히 구분되는 주권국가로서의 존재감을 상호 인정하고 살아왔던 근린국가이다. 그런데 생명 또는 운명 공동체라니 터무니가 없다.

그렇다하면 이는 일단 북한과 중국이 한국에게는 유교적 관념에서의 ‘가족’개념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이 국시로 채용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관점에서 볼 때, 개인 간에 형성되는 이성적 상호 신뢰관계와 계약관계, 나아가 국가 간의 법적 신뢰관계와 조약관계를 중시하는 자유주의적 관념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관념이 아닐 수 없다.

생명공동체라 함은 각자의 성격이 어떠하든지 간에, 삶과 죽음을 같이 하는 존재다. 이는 곧 하나의 신체 (Body)를 의미하는 유기체적인 관계를 의미한다. 즉 남과 북은 죽으나 사나 동일한 운명 하에서 동일한 공동체적인 삶을 영위해야 한다는 일종의 종족적 정신세계를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과연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가 북한의 전체주의와 사회주의 또는 김씨 일가의 신정주의 체제와 삶과 죽음을 같이해야 하는가? 전혀 터무니없다.

중국과의 운명공동체 관계도 그 속에 일종의 생물학적인 공통의 상호의존적 존재감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역시 동일한 가족개념으로 공동의 ‘충성’과 ‘신뢰구조’가 내재되어 있으며, 이는 곧 유기체적인 하나의 구조를 형성한다는 의미로도 발전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진정 한국과 중국이 하나의 신체를 형성하는 유기체적인 관계인가? 전혀 그럴 수 없다.

만약 한국이 북한과는 생명공동체이고 중국과는 운명공동체라면,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4대 강대국들의 국제정치는 의미를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심지어 한국은 미국과 일본을 적대적 관계로 인식해야 한다는 의미를 동시에 품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건국 이후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한강의 기적’은 사라져야 할 역사적 흔적이다. 그리고 지난 70년간의 한미동맹 관계와 국교정상화 이후 발전시켜 왔던 지난 55년간의 한일관계는 ‘적대관계’였단 말인가?

◇대통령 1인 독재 시대 선포한 것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0년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14

나아가 한국이 북한, 중국과 하나의 신체가 되는 유기체적인 관계라면, 이는 ‘하나의 지도자’ (One Fŭhner)로 3국이 서로 통합될 수 있는 전체주의적인 사회구조를 형성할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해 이는 대한민국에서 시민사회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는 형태로, 명실공이 대통령 1인 ‘독재’ (Tyranny)시대의 선포를 의미하기도 한다.

재작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전환한다는 의미로 문재인 정권은 느닷없이 헌법 개정을 시도했던 바 있다. 그 주요 내용은 헌법 제1조에 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문구를 넣어야 하다고 주장하면서, 향후 북한과의 국가연합이나 연방제를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자 했다. 또 헌법전문의 ‘자유 민주적 질서’에서 ‘자유’개념을 뺀 ‘민주적 질서’로 바꾸거나, ‘국민’이나 ‘시민’이라는 단어를 모두 삭제하고, 민중 (Volks)개념에 입각한 ‘사람’이라는 단어를 삽입하고자 했던 바 있다.

이제 오는 4월 15일 총선을 앞두고, 이번 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발언 속에서 나타난 의미들을 되새김해보면, 또 다시 걱정되는 문제는 정부여당의 총선승리에 입각한 개헌드라이브에 대한 충동이 다시 재현되었다는 점이다. 이제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조정안법 등이 모두 국회에서 통과된 시점에서 발현된 문대통령의 자신감 속에 전체주의의 먹구름이 걷잡을 수 없이 몰려오고 있다.

jayooilbo@jayoo.co.kr

더 자유일보 일시 후원

“이 기사가 마음에 들면 후원해주세요”

  • ※ 자유결제는 최대 49만원까지 가능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