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근
박석근

오리너구리 주둥이는 오리의 부리같이 길고 발가락에는 물갈퀴가 있다. 포유류지만 조류처럼 알을 낳으며 부화한 새끼는 젖으로 기른다. 오리너구리는 오리인가 너구리인가?

때아니게 오리너구리를 호명한 것은, 지난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정면 충돌 때문이다. 논란의 발단은 "윤건영은 주사파 운동권 출신이고, 반미·반일 민족의 수령님께 충성하고 있다"고 한 김문수 위원장의 과거 발언에 대한 사과 거부와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문재인 대통령은 종북 주사파라고 생각하십니까?" 하는 물음에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 여긴다면 확실하게 김일성주의자입니다"라고 한 대답이었다.

윤건영은 국가보안법,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화염병사용등의처벌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 이런 화려한 전과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이던 만큼 문제 삼을 필요는 없고 근래 행적만 보도록 하자. 그는 문재인 정부의 첫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재임했는데 그 인연은 깊다. 그는 문재인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으로 2018년 3월에 대북특사로 평양을 방문해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 ‘봄이 온다’를 기획했다. 남북미 정상 판문점 회동을 성사시킨 주역이었고, 같은 해 3차례에 걸쳐 남북정상회담을 주도했다. 남북정상 ‘핫라인’ 개통을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했으며, 2019년 6월, 이희호 여사가 별세했을 때 판문점에서 김정은의 조의문과 조화를 김여정을 통해 받았다. 동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이 타계했을 때도 북측 조의문을 판문점에서 받았다.

이번에는 그의 발언을 살펴보자. 국군의 날 행사 때 대한민국 공군 주력기 F-35전력화가 남북관계에 적절치 않았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직후, 그 사건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연락사무소 폭파는) 북한이 나름 노력했는데 그 대가가 무엇이냐고 요구하는 것이다." 김여정이 문재인을 특등 머저리라고 모욕했을 때는 ‘좀 더 과감히 대화하자는 요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탈북민들에 대해서는 "그 나라가 싫어서 나온 사람들"이라 하며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 온 사람들을 폄훼했다.

신영복은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통혁당은 전국 대학가에서 ‘학사주점’을 운영하며 학생들을 포섭하는 한편, 김일성 주체사상을 학습하고 민중봉기를 통한 사회민주주의 국가건설을 당의 목표로 삼았다. 그는 1998년 시사잡지 ‘월간 말’과의 인터뷰에서 "사상전향서를 쓰긴 했지만 사상을 바꾼다거나 동지를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고, 통일혁명당에 가담한 것은 양심의 명령 때문이었는데, 향후에도 양심에 따라 통혁당 가담 때와 비슷한 생각으로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인즉슨 그의 사상전향은 가짜였다는 고백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중들 앞에서 신영복을 존경한다고 말했고, 그의 글은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수록됐다. 문재인은 감옥에서 연마한 그의 붓글씨체를 폭넓게 사용했다. ‘사람이 먼저다’는 문구를 비롯해 경찰과 정부기관 곳곳에 사용되었다. 2021년에 교체된 국가정보원 새 원훈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은 신영복 글씨체였다. 국가정보원 원훈석은 기관의 역할·임무·지향을 집약적으로 담은 것이다. 통혁당 사건으로 처벌 받은 그의 글씨체가 국가정보원, 그것도 원훈석에 쓰였다는 것은 국가의 근간을 뒤흔든 것이었다.

오리너구리는 오리인가 너구리인가? 오리는 날지 못하는 조류로 약한 이미지를 가진 반면 너구리는 잡식성 포유류로 이미지가 강하다. 김문수 위원장은 오리너구리를 너구리라 말했다가 국감장에서 쫓겨났고, 좌파들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문제는 국민의힘조차도 그를 구할 생각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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