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5일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알살만 궁전에서 실권자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사실상 석유증산을 요청하러 간 방문이었으나 빈손으로 돌아오는 수모를 겪었다. 사우디 왕궁 제공. /로이터=연합
7월 15일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알살만 궁전에서 실권자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사실상 석유증산을 요청하러 간 방문이었으나 빈손으로 돌아오는 수모를 겪었다. 사우디 왕궁 제공. /로이터=연합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포함한 주요 산유국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의 ‘감산 결정’이 ‘러시아 편들기’로 비판받자 관련국들은 일제히 항변에 나섰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 장관이 이날 트위터에 입장을 밝혔다. "OPEC+의 만장일치 감산 결정은 순전히 경제적 이유였다. 그런데 ‘사우디가 러시아의 편에 섰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권력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동생인 그는 이어 "이란도 OPEC 회원국인데, 그렇다면 사우디가 이란과도 편을 먹었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절대왕정 사우디’(수니파)와 ‘이슬람 공화국 이란(시아파)’ 사이의 대립과 알력이 수십년째다. 비슷한 중동국가 같지만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 이란의 자부심은 각별하다. ‘석유로 벼락부자가 돼 미국의 비호 덕분에 국가를 유지해 온 사우디’와 자신을 구별짓는 게 이란의 정체성이다.

이미 이라크도 OPEC+의 감산이 온전히 경제적 지표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라크 석유수출공사(SOMO)가 이날 성명을 통해 "불확실 불투명한 시기에 최선의 대응책은 시장 안정을 지지하며 필요한 유도책을 쓰는 선제적 접근이다", "OPEC+ 회원국들 의견이 일치했다"고 강조했다. 오만 역시 같은 논리를 폈다. 오만 에너지부는 성명을 통해 "생산량을 하루 200만 배럴 감산하기로 한 OPEC+의 결정이 시장 데이터와 변수에 기반을 뒀다"며 "회원국의 기존 결정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시장 안정, 시장 안심시키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5일 OPEC+는 월례 장관급 회의에서 다음달 하루 원유생산량을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마음을 돌리고자 지난 7월 직접 사우디를 방문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이후 감산결정의 주도적 역할을 한 사우디에 대해 미국이 관계 재검토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고, 백악관은 사우디를 향해 연일 강경한 메시지를 냈다. 존 커비 백악관 대변인이 13일 성명에서 "시장 상황을 볼 때 감산할 이유가 없었다", "심정적 군사적으로 러시아를 도운 것"이라고 비난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