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이 록히드마틴과 함께 항공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저소음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하고 있다. ‘X-59’로 명명된 이 시험기는 초음속 여객기 실용화의 최대 난제인 소닉붐을 생활소음 수준(75㏈)으로 줄이면서 기존 여객기보다 2배 빠른 마하 1.4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 /록히드 마틴
미 항공우주국(NASA)이 록히드마틴과 함께 항공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저소음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하고 있다. ‘X-59’로 명명된 이 시험기는 초음속 여객기 실용화의 최대 난제인 소닉붐을 생활소음 수준(75㏈)으로 줄이면서 기존 여객기보다 2배 빠른 마하 1.4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 /록히드 마틴

인류는 75년 전 10월 초음속 비행의 꿈을 실현했다. 하지만 현존 여객기 중 마하 1 이상의 속도를 내는 것은 없다. 초음속 여객기의 제작은 당장이라도 가능하지만 음속 비행시 발생하는 거대한 폭발음, 즉 ‘소닉붐’에 의한 소음공해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음속 장벽을 처음 돌파한 장본인인 미 항공우주국(NASA)이 또 한번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소닉붐이 생기지 않는 초음속 항공기의 개발에 뛰어든 것이다. 성공한다면 항공여행 시간은 지금의 절반으로 단축된다.

◇침묵의 슈퍼소닉=최근 미국 현지언론들은 NASA가 소닉붐으로부터 자유로운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퀘스트(QueSST)’로 명명된 이 미션은 NASA의 초음속 비행기술과 소음 저감 기술이 집약된 상업용 초음속 항공기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이미 2018년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2억4750만달러(약 355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시험기 ‘X-59’의 제작을 마쳤으며 올해 말로 예정된 처녀비행에 앞서 구조적 내구성 등 다양한 지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NASA에 의하면 X-59는 전장 30.35m, 전폭 9m, 전고 4.26m의 날렵한 몸체를 지녔다. 최고 마하 1.4(시속 1700㎞)의 속도로 16.7㎞ 고도에서 비행할 때 지상에 전달되는 소음을 75데시벨(㏈) 이하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2003년 운항을 중단한 처음이자 마지막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의 소닉붐(105㏈) 대비 30㏈ 이상 소음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퀘스트 미션의 통합관리자인 NASA 피터 코엔 박사는 "105㏈이 창문을 뒤흔들 만큼의 폭음이라면 75㏈은 6m 밖에서 이웃이 자동차 문을 세게 닫았을 때 들리는 정도의 소리"라며 "주민들이 불편 없이 일상을 영위할 수준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소음 분산의 과학=이를 위해 NASA와 록히드마틴은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풍동실험, 전산유체역학(CFD) 등 수년간의 선행연구 결과를 X-59 설계에 반영했다. 동체 길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길고 뾰족한 노즈콘(nose cone), 공기저항을 낮춰주는 삼각형의 델타익과 뒤로 젖혀진 후퇴익, 단일 엔진의 동체 위쪽 배치 등이 그 결과물이다.

그렇게 X-59는 동체 곳곳에서 발생한 소닉붐이 합쳐져 거대한 충격파를 형성하는 대신 개별적으로 분산되면서 약해져 소음이 대폭 저감된다는 게 NASA의 설명이다.

록히드마틴은 연내 첫 비행을 시작으로 9개월간 비행성능과 안전성을 확인한 뒤 2023년 NASA에 X-59를 정식 인도할 계획이다. 이후 NASA가 캘리포니아주 암스트롱 비행연구센터 상공에서 170여개의 지상 청음장치를 이용해 소닉붐의 크기를 분석하게 된다. 여기서 75㏈ 이하가 확인될 경우 마지막 단계로 2024~2026년 주거지에서의 실증이 이뤄진다.

코엔 박사는 "복수의 지역을 선정해 초음속 비행 후 주민들의 피드백을 받을 예정"이라며 "사람마다 소음 민감성이 다르겠지만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나절 생활권=모든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NASA는 2027년께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미 연방항공청(FAA)에 주민 반응을 종합 분석한 자료를 제공할 방침이다. 초음속 비행을 활성화할 제도 개선을 요청하기 위함이다.

실제 한국 등 대다수 국가가 가입한 ICAO는 소닉붐에 따른 주민 고통을 이유로 1973년부터 땅 위에서 상업용 항공기의 초음속 비행을 제한하고 있다. 콩코드가 해상에서만 초음속으로 비행했던 반쪽짜리에 머무르며 끝내 수익성을 갖추지 못한 것이나 지금껏 넥스트 콩코드의 출현이 막혔던 결정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NASA의 돈 더스턴 박사는 "이제는 속도가 아닌 소닉붐의 크기로 규제의 잣대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NASA의 생각"이라며 "ICAO가 이를 수용하면 진정한 초음속 여행 시대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엑소소닉, 붐 슈퍼소닉. 스파이크 에어로스페이스 등 다수의 항공기업들이 NASA와 같은 꿈을 꾸며 저소음 초음속 여객기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2030년을 전후해 현 여객기보다 2배 이상 빠른 마하 1.6~1.8의 여객기를 내놓을 계획이다. 서울-런던은 6시간, 서울-뉴욕도 7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속도다. 지구촌이 1일 생활권을 넘어 반나절 생활권이 되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록히드마틴의 기술혁신조직 ‘스컹크웍스’의 시설에서 조립 중인 ‘X-59’ 시험기. 록히드마틴은 연내 비행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기초 비행시험에 착수할 예정이다. /록히드 마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록히드마틴의 기술혁신조직 ‘스컹크웍스’의 시설에서 조립 중인 ‘X-59’ 시험기. 록히드마틴은 연내 비행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기초 비행시험에 착수할 예정이다. /록히드 마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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