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있다. 지난 18일 현재 슬로바키아의 코로나19 사망자수는 총 2만511명으로 집계됐다. /연합
지난해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있다. 지난 18일 현재 슬로바키아의 코로나19 사망자수는 총 2만511명으로 집계됐다. /연합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동유럽 국가들의 기대수명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경제력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는 서유럽 국가 대부분이 지난해에 예전의 기대수명을 회복한 데 반해 동유럽 국가는 오히려 더 떨어져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한 국가의 위생·보건관리 지표로 쓰이는 기대수명은 현재의 사망률이 평생 지속될 경우 신생아의 평균 생존 연령을 의미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레버훌룸 인구과학센터와 독일 막스 플랑크 인구통계 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 인간 행동’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유럽 27개국과 미국, 칠레 등 총 29개국의 기대수명 추이를 분석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제1저자인 옥스퍼드대 브레들리 스미스 박사에 의하면 기대수명은 지난 수십 년간 의료기술의 발전과 위생·보건 개선으로 지속 개선됐지만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이 전지구적 사망률 폭발을 일으키며 거의 모든 국가에서 대폭 감소했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국가일수록, 팬데믹 이전의 기대수명이 낮은 국가일수록 감소폭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지리적 차이에 따른 희비 쌍곡선이 극명했다는 점이다. 실제 서유럽 국가들은 2020년 기대수명이 전년보다 1년 이상 줄어 2차 대전 중인 70여년 전으로 퇴보했지만 지난해 완연히 회복세를 보였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복귀한 스웨덴·스위스·벨기에·프랑스 등이 실례다. 다만 선진국 중 영국은 잉글랜드·웨일스가 부분적 회복, 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는 2020년 수준 유지에 그쳤다.

반면 동유럽은 2년 연속으로 기대수명이 감소한 국가가 주를 이뤘다. 옛 소련 붕괴 후에 보였던 패턴과 유사한 만큼 심각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기대수명 최다 감소국은 불가리아였다. 2020년 17.8개월에 이어 지난해에도 25.1개월이 사라져 2년간 무려 42.9개월이 줄었다. 2위인 슬로바키아(33.1개월)을 포함해 감소폭이 20개월 이상인 국가만 폴란드(26.6개월), 리투아니아(25.7개월), 헝가리(24.6개월), 에스토니아(23.2개월), 체코(21.9개월), 크로아티아(21.0개월) 등 8개국에 달했다.

참고로 유럽과의 비교를 위해 분석한 미국 역시 2020년 25.5개월, 2021년 2.7개월 등 총 28.2개월 감소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성별 간 차이도 있었다. 대다수 조사대상 국가에서 여성보다 남성의 기대수명이 더 쪼그라들었다. 1년 이상 감소한 국가의 수도 여성이 11개국, 남성은 15개국이었다.

공동저자인 옥스퍼드대 리지 카샤프 교수는 "2020년과 2021년의 주목할 만한 변화는 고령층에게 백신의 보호 효과가 나타나면서 초과 사망률 패턴이 젊은 연령층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라며 "공중보건 차원의 대응이 비효율적이었던 국가들의 경우 기대수명 개선이 상당 기간 정체되면서 보건위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올 1월 독일 북동부 그라이프스발트의 시장 광장에 밝혀진 코로나19 희생자 추모 촛불. 독일은 현재까지 3460만명이 확진됐으며 이중 0.4%인 15만1400여명이 숨졌다. /연합
올 1월 독일 북동부 그라이프스발트의 시장 광장에 밝혀진 코로나19 희생자 추모 촛불. 독일은 현재까지 3460만명이 확진됐으며 이중 0.4%인 15만1400여명이 숨졌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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