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재난 대응 부실 논란까지 불거진 카카오와 계열사들의 주가가 급락한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화면에 이날 카카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의 주가 그래프가 표시되어 있다. /연합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재난 대응 부실 논란까지 불거진 카카오와 계열사들의 주가가 급락한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화면에 이날 카카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의 주가 그래프가 표시되어 있다. /연합

‘카카오 공화국’이란 말이 있을 만큼 카카오그룹의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는 우리나라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메신저 서비스를 넘어 금융, 결제, 쇼핑, 교통 등 생활의 다양한 영역으로 뻗어나가 있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QR체크인, 잔여백신 예약을 통해 방역 관련 채널 역할을 했을 정도다.

특히 지난 2010년 출시된 카카오톡은 4500만명의 국민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했다. 가족과 친구 등 사적인 관계는 물론 일터 등 공적인 영역으로까지 침투한 상태다. 모바일 설문 플랫폼 오픈서베이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직장인의 과반수가 넘는 53.3%가 업무용 메신저로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이 일상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면 클수록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와 같은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전 국민을 ‘패닉’ 상황으로 몰아넣게 된다. 동전의 양면인 셈이다.

이번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는 카카오톡 출시 이후 역대 최악의 참사로 평가되고 있다. 카카오톡은 10시간 가까이 먹통 상황이 이어졌는데, 단순히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카카오톡과 연계된 수많은 서비스가 일시에 기능을 멈췄다는 것이 치명적인 것이다. 국가 안보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 업계에서는 카카오그룹이 문어발 확장 과정에서 수익만 좇는 경영으로 데이터센터 이원화 등 안전대책을 뒷전으로 미룬 것이 원인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카카오그룹 계열사는 국내 134개를 포함해 모두 187개에 달한다. 2013년에는 국내 계열사가 16개에 불과했지만 해마다 평균 13.5개나 늘어난 것이다.

카카오그룹은 자율권을 명분으로 계열사에서 결정한 일은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각 계열사는 단기수익 위주의 경영에 매몰되고, 장기적 관점의 투자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카카오그룹 계열사 가운데 증시에 상장된 것은 (주)카카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등 4개다. 이들은 모두 성장주로 분류되고 있는데, 성장주는 현재의 실적보다 미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만큼 ‘거품’이 낄 수 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 현재가치로 환산한 기업의 미래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에 주가가 약세를 보이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점을 감안해도 카카오그룹 상장사들의 주가는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고 있다. 한때 합산 시가총액이 120조원에 육박했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연일 신저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개인투자자에겐 ‘개미지옥’이 따로 없는 셈이다. 서비스 먹통 사태가 발생한 직후 열린 지난 17일 증시에서도 4개 주식의 시가총액 합은 37조1099억원으로 전거래일의 39조1660억원 대비 2조561억원이 증발했다.

증권가는 이번 서비스 먹통 사태로 카카오그룹 매출이 하루 150억~22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국내 사업의 하루 평균 매출 수준이다. 피해보상 규모 역시 유료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면 약 120억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당장의 매출 피해나 피해보상 지급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카카오라는 브랜드 가치의 훼손이다. 골목상권 침해, 계열사 대표의 상장 직후 스톡옵션 기습 매각, 쪼개기 상장 논란 등으로 지난해부터 카카오그룹 상장사들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비스 먹통 사태는 설상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카카오톡 사용자 이탈 가능성이 커지면서 카카오페이와 카카오게임즈, 멜론 등 카카오톡 로그인을 기반으로 한 각종 서비스 매출이 연쇄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 내년 상반기 카카오 오픈채팅을 수익화하는 등 톡비즈 부문의 매출 성장에 주력하려던 계획에도 제동이 걸릴 공산이 크다.

18일 카카오그룹주는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는 ‘검은 월요일’에 대한 기술적 반등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미 고점 대비 70~80% 폭락한 상황에서 서비스 먹통 사태는 주가의 하방 압력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카카오그룹에겐 우리사주라는 악재까지 가세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상장 당시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1인당 최대 1만4481주까지 공모가 3만9000원에 자사주를 대거 매입했는데, 주가 폭락으로 1인당 3억3000만원의 손실을 보면서 조직 내부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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