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 최고 불평등은 교육 기회 격차
"대치동 아이들 놀이터는 영어가 공용어"
英 통치받았던 인도 '혜택'·日은 '뒷걸음'

영어공부 관련 유튜브 소개 영상.

수포(수학포기) 대포(대학포기)에 이어 ‘영포(영어포기)’라는 말이 생겼다. 심지어 ‘영포’는 연관어로 ‘인포(인생포기)’가 붙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공부에 투자하는 시간·돈·노력에 비해 실효는 회의적인 편이다. 그보다 심각한 게 빈부와 지역에 따른 영어 교육기회의 격차 문제다.

‘공신(공부의 신)’ 강성태 씨가 2006년 설립한 소셜 벤처 ‘공신 닷컴’의 요즘 콘텐츠는 문법·단어·회화까지 주로 영어공부다. ‘공신 닷컴’을 통해, 공부하는 습관·시험 잘 보는 비법·우등생이 되는 길을 소개해왔고, 2007년 시작한 유튜브 구독자 수 100만명을 넘겼다. 2017년 이후 내놓은 그의 저서는 대부분 영어공부와 관련돼 있다.

"대한민국에서 영어는 신분이다. 어려서 외국 살다 오거나 조기교육을 받아서 시간이 남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국어·수학까지 잘하고 대학을 더 잘 간다. 인턴·취업에도 유리하다. 결혼이나 승진도 마찬가지..." 이렇게 말하는 강 씨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많은 불평등 중 영어 격차가 가장 깊고 넓다. 국어·수학이 극복 가능한 데 비해, 영어는 안 된다. "어려서 영어를 못 익혀 평생 발목 잡히는 사례를 너무 많이 봤다. 반면 서울 대치동 놀이터에선 아이들 공용어가 영어다." 이과생·공대생 출신 공부법 전도사였던 그가 영어에 ‘올인’하게 된 배경이다.

‘공신 닷컴’만이 아니다. 돈 안 들이고 영어공부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은 많아졌다. 온라인 영어공부의 확산, 일반 초·중등 교육 현장의 원어민 교사 확충 또한 좋은 방법이다. 우리나라처럼 세계와의 소통에 생존이 걸린 나라는 영어교육의 효율과 불평등 해소에 국가적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자.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일찍 영어공부에 매진한 나라다. 19세기 중후반 세계 최고 선진국 영국으로부터 열정적으로 신문물을 수입했다. 그것은 ‘문명의 번역’이었고 방대한 번역어를 낳았다. 한국어·중국어에 유입된 고급 단어들이 대부분 일제(日製)한자어들이다.

 

주로 독해실력에 한정됐지만, 19세기 후반~20세기 전반 일본에서 현대문명을 만나는 통로가 영어였다. 전후 일본 경제부흥의 저력이 됐다. 그러나 90년대 이래 국내에 안주하게 됐고, 사회 전반의 갈라파고스화(化)가 진행된다. 1억 2천 인구의 내수시장에 안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날 여러 면에서 한국과의 역전이 벌어진 이유의 하나다.

한편 인도는 ‘영어권’의 혜택을 누린다. 영국 식민지 역사의 흔적이 국가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적 기업의 본사나 지역 본부를 유치하는가 하면, 해외 기업들의 용역 콜센터 일자리가 늘어난다. 인도공화국은 영국 식민지였던 지역들이 엮여 있을 뿐 본래 모든 게 다양하다. 1947년 주권국가(nation state)로 거듭날 때 ‘국어’가 필요했고, 사용인구 최다의 ‘힌디어’로 정해질 뻔 했다.

그러나 다른 언어의 지역들이 거세게 반발한 끝에 22개의 공용어가 지정된다. 서로 전혀 통하지 않거나, 표기문자까지 제각각이라 이질성을 더한다. 영어 능력이 사회적 경제적 신분에 미치는 영향력은 강화되고 있다. 영어가 강요된 바 없으나, 22개 공용어의 틈을 메워주는 가장 강력한 언어(상용어), 그게 인도의 영어다.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인도인들 역시 취업을 위해 영어 공부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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