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해외 빅테크는 국내에서도 재난·재해에 대비해 데이터센터를 여럿 두고 있다. 위치를 철저한 보안에 부치는 등 국내 빅테크들보다 한 차원 높은 시스템을 자랑한다. 사진은 네이버 춘천 데이터센터 내부. /네이버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해외 빅테크는 국내에서도 재난·재해에 대비해 데이터센터를 여럿 두고 있다. 위치를 철저한 보안에 부치는 등 국내 빅테크들보다 한 차원 높은 시스템을 자랑한다. 사진은 네이버 춘천 데이터센터 내부. /네이버

카카오가 그동안 자체 데이터센터 하나 없이 방대한 데이터를 임차해 사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보다는 카카오의 방만한 데이터센터 운영이 서비스 먹통 사태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어느 때보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컴퓨터 시스템과 통신장비, 저장장치인 스토리지 등이 설치된 시설로 서버를 통해 사용자와 기업의 정보를 보관하는 역할을 한다. 대다수의 정보기술(IT) 업체는 이번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처럼 예기치 않은 사고에 대비해 데이터센터를 운영한다. 특히 해외 빅테크는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데이터센터를 2~3개 이상으로 분산하는 ‘리전’을 구축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이 대표적이다.

데이터센터는 해외 IT업계가 앞다퉈 투자를 늘리는 핵심 분야다. 하지만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 IT 업체들은 대부분 이미 구축된 데이터관리 전문업체의 데이터센터를 저렴하게 빌려 사용하고 있다.

이번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는 국내 IT업계에 팽배한 ‘하나의 데이터센터’, ‘하나의 클라우드’에 의존하는 경향이 화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도 데이터관리 전문업체인 SK C&C의 데이터센터를 임차해 이용하고 있었다. 현재 카카오는 4개의 데이터센터를 빌려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판교 데이터센터는 이 가운데서도 서버 용량이 가장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재해가 발생했을 때 먹통 참사를 피하기 어려운 구조였던 셈이다.

해외 빅테크들은 데이터센터보다 더욱 상위 개념인 ‘회복탄력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화재, 정전, 전쟁, 테러 등으로 인한 데이터센터 사고 발생은 불가피할 수 있지만 진짜 역량은 얼마나 빨리 복구하느냐에서 판가름 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해외 빅테크들은 데이터센터를 지을 때부터 지반·기후·전력공급 등 서버 관리에 유리한 입지 선정을 위해 철저한 사전 조사를 거친다. 또한 화재 상황을 고려해 방염·방습 등 특수 자재를 사용한다. 아울러 위치와 설계는 철저하게 보안에 부친다. 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 업체들이 데이터센터 위치를 홍보하면서 노출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또 구글과 아마존은 각각 자체 재해복구 계획(DR)을 마련, 최소 3개 이상의 데이터센터 간 연결 시스템을 가동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철저한 백업시스템을 구축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는 세계 140여개국에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리전도 60곳이 넘는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운영사인 메타는 데이터센터 내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자연 냉각시킬 수 있도록 기온이 낮고 바람이 잦은 지역에 실험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도 해외 12개 지역에 서버를 분산했고, 각 지역 안에서도 서버를 2개 이상으로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해외 빅테크들은 이번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처럼 서버 전체가 마비되는 상황을 가정해 주기적인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구글은 1년에 2회 이상 실전을 방불케 하는 복구 훈련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연 1회 이상 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정전 등에 따른 가동 중단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카카오처럼 장시간 장애를 빚는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번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와 네이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같은 데이터센터를 사용하는 네이버는 사고 발생 4시간여 만에 서비스를 정상화했다. 네이버는 주요 서비스의 이중화와 서비스 컴포넌트 분산 배치·백업 덕에 영향이 적었다.

지난 2013년 네이버는 강원도 춘천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아울러 내년에는 세종시에 건립 중인 제2데이터센터의 완공도 앞두고 있다. 반면 카카오는 내년에야 경기도 안산에 첫 자체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

데이터센터 보유 유무처럼 시설투자 규모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네이버의 시설투자(CAPEX)는 1조8609억원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카카오의 시설투자 규모는 7285억원 수준에 그쳤다. 이는 네이버의 시설투자 규모의 절반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