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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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핵이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일이 잦다. 김정은이 한국이나 일본의 목표물에 ‘전술핵’을 발사할지도 모른다는 내용이다.

전술핵(tactical nukes)은 전략핵보다 규모는 작다. 전략핵이란 미국이 일본·괌 기지 또는 서태평양의 항공모함에서 어떤 대응도 하기 전, 로스앤젤레스 등을 파괴할 수 있는 핵이다. 이에 비해 전술핵은 무게가 적고 좀더 가까운 거리를 목표로 한다. 그렇다고 파괴력도 작은 것은 아니다. 군부대와 군 시설물 등을 목표로 타격할 때 그 주변 민간인 수천 명의 생명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이 정글에 뿌린 ‘고엽제’(Agent Orange)가 그랬듯, 당장의 인명 피해도 크지만 이후 세대까지 고통에 빠뜨릴 것이다.

북한이 전술핵을 배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6·25전쟁 때보다 훨씬 더 치명적일 상황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매우 유리한 무역을 해옴으로써 경제를 살렸다. 한국과의 관계에서도 이익을 누려 왔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또 중국은 힘과 영향력을 아시아에서 아프리카로, 아메리카 대륙으로 확장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의 핵전쟁이 자신들 꿈에 방해가 될 것을 알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인 한국·일본의 대응은 시진핑의 팽창주의적 계획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핵능력을 과시해온 김정은은 최근 들어 다른 방법으로 남한을 위협하고 있다. 비무장지대 바로 위 북측에는 수천 개의 포들이 밀집해 있다. 이 포들은 6·25 이후 줄곧 그 자리에 자리잡고 있다. 김정은이 궁지에 몰리거나 개인적 위험에 처했다고 느낄 때 이를 사용해 무력시위를 할 수도 있다.

워싱턴DC에서 발행되는 내셔널 인터레스트 지의 헤드라인도 이런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북한의 포병능력이 핵보다 더 문제’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군사전문가 데이비드 액스는 "북한 포 상당수가 한국 수도권을 사정권에 둔다", "한국은 전 서울시민등을 위한 지하대피소를 마련했다"고 썼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 역시 상원위원회에서 비슷한 발언을 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확장 범위가 우려되지만, 남한 수도권 인구 2500만 명과 약 15만 미국 시민에 대한 가장 심각한 위협은 북한의 장거리 포격이다." 수도 서울, 인천 서해안 항구, 그리고 주요 인구밀집지역에 북한의 포탄이 떨어졌을 경우를 상상해보라. 인천 강화도 건너편이 바로 북한 영해이고, 서울은 장사정포 사정권 내에 위치한다. 남한을 향한 몇 번의 ‘경고 사격’은 수백만 명을 공포에 빠뜨리기에 충분할 것이다.

북한은 이미 수백 발의 포탄을 휴전선 가깝게 발사했고 전투기들을 출격시켰다. ‘상호 무력충돌을 피한다’며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까지 가서 얻어낸 9·19군사합의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국경을 초월한 포격의 위험은 전술핵의 위험보다 더 강력하다. 이에 대비해 한국 역시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북한 측 강도가 높아질수록, 한국과 미국은 압도적 무력 과시로 위협에 맞서야 한다. 김정은의 협박 앞에 흔들려선 안 된다.

만약 김정은이 2017년 9월 이후 5년 만에 7차 핵실험을 명령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김정은은 지금이 전술핵을 시험할 때라고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한정된 작은 지역에 대한 파괴력을 확인하고자 두세 번의 전술핵 실험을 할 수도 있다.

최근 남한에선 전술핵이든 전략핵이든 독자적 핵무장 논의가 오가고 있다. 북한의 다음번 핵실험이 이뤄지면 이같은 논의는 더 자주 테이블 위에 놓이게 될 것이다. 반면 중국·러시아는 유엔의 대북 제재를 더욱 무시할 게 뻔하다. 그러므로 남한은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자체 핵탄두가 있든 없든, 필요할 때 북한 핵시설을 쓸어버릴 만한 미사일 개발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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