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의 피해가 국민적 규모로 확산되고 심지어 안보 위협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에 여야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플랫폼 사업자들에 대한 규제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망이지만, 국가 기반 인프라 같은 역할을 할 때는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된다"고 말했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도 "독과점 플랫폼기업이 시스템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10월 현재 카카오 계열사는 128개에 이른다.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카카오톡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쇼핑·교통·금융·문화 등 카카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분야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 중에는 꽃 배달, 미용실 중개 등 골목상권 업종도 적지 않다.

이렇게 막강한 플랫폼 업체에 대해 규제 얘기가 나오지 않을 리 없다. 실제로 2018년 KT 아현지사 건물 화재사고로 데이터 재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에 ‘주요 데이터 보호’를 추가했다. 그 적용 대상에 기간통신사업자와 지상파·종편 방송사업자 외에 카카오·네이버 등 부가통신사업자를 포함하는 내용의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 발의됐다가 무산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정보통신의 인프라는 1980년대에 구축된 5대 국가기간전산망이 그 효시라고 할 수 있다. 행정, 교육·연구, 국방, 공안, 금융 전산망 등이 그것이다. 현재의 민간 부가통신사업자들은 그 인프라를 바탕으로 국가 기간망의 역할이 확대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영향력이 커진 만큼 거기에 부합하는 규제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처럼 규제 만능주의가 만연한 나라에서 사고 하나 터졌다고 당장 규제 강화부터 거론되는 것도 문제다. 애초에 카카오와 대등한 경쟁업체가 다수 있었을 경우에도, 카카오가 백업과 보안에 그렇게 느슨하게 대응했을까? "왜 우버나 타다 서비스는 금지되고 카카오택시는 허용하는가"라는 관련 업계의 항변도 돌이켜볼 가치가 있다.

독점은 규제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규제가 경쟁업체의 진입을 차단하는 동안 그 빈틈을 뚫은 업체가 독과점의 혜택을 전유하기 때문이다. 사고만 터졌다 하면 규제 강화부터 거론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이제 재검토할 때가 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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