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자리한 중남미문화원에서 지난 14일부터 내달 20일까지 특별기획전 ‘한-중남미 수교 60주년 기념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기념전엔 아르헨티나·칠레·콜롬비아를 비롯한 13개국의 작품 26점이 한 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시계방향) 텔라(Tela)_Honduras(1), 굴로야(Guloya)_Republica Dominicana(2), 코스타리카_Baile tipico(3), 칠레_쿠에카 발놀림(4). /중남미문화원 제공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자리한 중남미문화원에서 지난 14일부터 내달 20일까지 특별기획전 ‘한-중남미 수교 60주년 기념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기념전엔 아르헨티나·칠레·콜롬비아를 비롯한 13개국의 작품 26점이 한 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시계방향) 텔라(Tela)_Honduras(1), 굴로야(Guloya)_Republica Dominicana(2), 코스타리카_Baile tipico(3), 칠레_쿠에카 발놀림(4). /중남미문화원 제공
 

"별게 행복인가요, 이곳 중남미문화원을 찾아준 사람들과 함께 할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89세의 홍갑표 이사장이 반갑게 맞으며 말했다. 고령의 나이를 무색하게 할 열정과 에너지가 묻어난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에 위치한 중남미문화원은 도심의 아름다운 문화공간이자 쉼터다.

멕시코 대사를 역임한 이복형 원장(91세)과 홍 이사장이 부부 필생의 꿈을 피워낸 곳이기도 하다. 중남미 고대유물부터 근현대 작가들의 회화·조각·공예품 약 3500여 점을 소장한다. 갖가지 나무와 꽃, 곳곳에 설치된 조각상과 전시물들을 감상하며 라틴음악 속에 ‘따꼬’(Taco)를 맛볼 수 있는 곳을 국내에서 달리 찾기 힘들다.

지난주 금요일(14일)부터 ‘한-중남미 수교 60주년 기념 사진전’(내달 20일까지)으로 중남미문화원이 한층 북적인다. 대한민국은 1959년 브라질, 1962년 중남미 15개국과 연이어 외교관계를 맺었다. 그것을 기념하는 특별기획전, 다양한 중남미 국가들의 시선과 열정적인 삶을 생생하게 전해 준다. 아르헨티나·칠레·콜롬비아를 비롯한 13개국의 작품 26점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각국을 대표하는 작품 13점이 특히 눈길을 끈다. 강생의 성당(파라과이), 파나마 운하의 전경(파나마), 엘 궤겐세(니카라과), ‘사슴의 심장’ 시리즈(멕시코), 텔라(온두라스), 산타 카타리나 아치(과테말라), 수치토토 지역의 전통춤(엘살바도르), 부활절 대축제(에콰도르), 굴로야(도미니카공화국), 민속무용(코스타리카), 가라바토 전통의 계승(콜롬비아), 쿠에카 발놀림(칠레),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로맨스(아르헨티나) 등이다.

13개국의 주한 외교사절이 참석한 개막식 첫날 이 원장이 사진전을 마련한 소감과 기대를 밝혔다. "이번 전시를 통해 중남미와 더 가까워지고, 균형 있는 건전한 세계화와 더불어 우리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

중남미문화원 소장품들은 이 원장과 홍 이사장이 수십년간 수집한 유물 및 미술품들이다. 8년 전 펴낸 단행본 <지금도 꿈을 꾼다: 태양의 열정으로> 에 중남미 골동품과 미술품의 수집 과정, 문화원의 역사가 잘 나와 있다. 부부는 1994년 박물관을 비롯해 미술관(1997) 조각공원(2001) 종교전시관·벽화·연구소(2011) 등을 개관했다.

특히 2011년 문을 연 종교전시관은 라틴아메리카 바로크 종교미술을 한눈에 이해하게 해준다. 마야 상형문자와 아즈텍 달력을 테마로 한 세라믹 벽화는 가로 23m 높이 5m의 웅장함을 자랑한다.

2001년 문을 연 조각공원엔 중남미 12개국 작가들의 조각품이 공원과 산책로, 휴식공간 곳곳을 장식하고 있다. 사계절의 자연과 더불어 중남미 문화의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한다. 초기 병설된 박물관은 1~4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BC100~AD1400년대 다채로운 토기와 아즈텍·마야·조로떼까·올멕 시대의 토우(제1전시실), 각종 목기·석기 유물과 마야의 인신공양에 쓰이던 제례용 칼(제2전시실), 원주민들이 마을축제와 기념일에 사용하던 나무·돌·가죽·동물뼈 등 다양한 소재와 모양의 이색적인 가면 약 3000여 점(제3전시실), 식민지시대 사용하던 생활용품과 악기 등(제4전시실)을 만나게 된다.

40년 전 고양 향교 옆 허허벌판에 심고 가꾼 자그마한 묘목들이 아름드리 나무로 성장해 문화원의 운치를 높인다. 공공기관이나 세금의 도움 없이 이런 공간을 건설해 유지해 온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다. "직접 어루만지고 가꾼 것들이지만, 보고 있으면 스스로도 정말 놀랍다." 홍 이사장의 독백에 삶을 향한 감사와 경이감이 느껴진다.

이 원장과 홍 이사장은 현재 문화원 내 연구소 건물에서 단촐하게 산다. 안방엔 두 개의 침대와 오래된 장농, 벽TV, 손님맞이 테이블과 의자 몇개가 전부다. 이 원장의 30년 공직생활 퇴직금까지 일시불로 받아 문화원을 꾸려 왔다. 홍 이사장이 말했다. "문화는 나눔이지 소유가 아니다. 중남미문화원이 그 나눔의 결과물이자 증거다." 현장을 방문해보면 그것이 가감없는 진실임을 느낄 수 있다.

홍갑표 이사장과 이복형 원장이 필생의 꿈을 피워낸 중남미문화원의 연구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소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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