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찬
이범찬

핵무기는 절대무기다. 아무리 첨단의 재래식 무기도 핵무기에는 당할 수 없다. 북한의 5k톤의 전술핵무기 1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첨단 미사일 현무 2만 발로도 되지 않는다. 결국 핵에는 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은 핵개발을 완료했다. 언제든지 자신의 의지로 남한을 선제공격할 수 있도록 핵사용을 법제화하고, 연일 다종의 미사일로 협박을 하고 있다. 핵은 ① 적에게 핵공격을 하겠다고 겁박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거나, ② 핵무기 공격으로 전쟁의 주도권을 쥐거나 적을 굴복시키는데 사용한다. 지금까지 후자보다는 전자의 경우가 대다수라는 점에서 볼 때, 김정은은 이미 우리를 상대로 핵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의 핵 위협과 선제공격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그 방안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한미동맹의 힘을 빌려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제고하는 것과 독자적으로 핵을 개발하는 것이다. 우선 확장억제의 획기적 강화는 ① 핵무기를 탑재한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상시 배치하거나, ②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평택 미군기지에 재배치하는 것, ③ 미국과 핵을 공유하는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B-2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그리고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대해 김정은이 더 이상 위협으로 느끼지 않는다. 약발이 다 떨어졌다.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상시 순환 배치하는 것은 미국 핵 운용 전략의 전환이 필요한 문제다. 동시에 우리가 천문학적인 소요 경비를 부담할 경우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핵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근원적으로 잠재우기 위해서는 핵보유에 의한 공포의 균형이 이루져야 한다. 전술핵 재배치 문제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때 시민군의 무기고 탈취에 대한 우려, NPT위반 가능성 등 미국 조야의 부정적 분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또 야당 등 국내 반대 세력의 정치적 선동 등을 차단할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핵공유 협정 체결은 우리 핵외교 전략 및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핵공유 협정은 한미 양국간에만 체결될 수는 없다. 미국은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아시아판 NATO체제를 만들어 대중국 포위전략을 고려하고 있다. 이런 국제질서 재편에 편승해 북핵 위협을 해소할 방안을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북핵 미사일의 사정거리에 들어가는 일본·대만·호주·뉴질랜드를 묶어 미국과 핵공유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다.

현재 유럽에서 가동되고 있는 핵공유 체제를 동아시아에 창설하는 방안을 미국과 논의해 보는 것이다. 심각한 지역안보 위협에 대응해 핵공유 전략에 의한 핵균형이 이루어지게 되면, 남북간 핵불균형을 일거에 회복할 수 있고 국민의 안보 불안도 불식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핵무기 보유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김정은은 비핵화 협상에 임할 것이고, 핵 폐기 대가로 경제발전 지원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개혁·개방정책으로도 발전할 수도 있어 실질적인 남북통합의 길로 나아갈 수도 있다. 한반도에 핵 없는 진정한 평화가 깃들게 될 것이다. 따라서 향후 북핵외교는 아시아판 핵공유체제 구축에 두어야 한다.

미국과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윤석열 대통령은 자체 핵개발을 고독하게 결단해야 할 것이다. 이미 우리가 독자적으로 핵을 개발할 여건은 다 갖추고 있다. 국제법적으로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정당방위 차원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할 수 있다.

NPT 10조는 "모든 체결국은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대한 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을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핵 과학자들은 핵물질을 추출해 핵무기를 개발하는데 1년이면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핵발전에 필요한 핵연료도 5년치를 보유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 다만 야당 등 반대세력의 정치적 선동과 갈등 조장을 해소할 대응역량과 전략이 있어야 한다.

지난 30년간 전직 대통령들이 무지하고 용기가 없어서 우물쭈물하다 김정은의 핵인질이 됐다. 윤 대통령은 이들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윤 대통령은 핵균형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행운의 여신은 용기 있는 자의 편이라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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