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계획안이 19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지 19년 만이며, 도계위에 최초 상정된 지 5년 만이다. 사진은 지난 2021년 재건축 관련 현수막이 걸린 모습. /연합
서울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계획안이 19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지 19년 만이며, 도계위에 최초 상정된 지 5년 만이다. 사진은 지난 2021년 재건축 관련 현수막이 걸린 모습. /연합

서울 강남 재건축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재건축을 추진한지 19년 만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은마아파트를 필두로 문재인 정부 때 사실상 올스톱 상태였던 서울 재건축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기존 14층·28개동·4424가구에서 최고 35층·33개동·5778가구로 재탄생하게 된다. 건폐율과 용적률은 각각 50%, 250% 이하다.

공공기여 정책에 따라 보행자와 자동차 혼용 통로, 1만3253㎡ 규모의 근린공원, 4081㎡ 규모의 문화공원도 조성된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소유주 동의를 서둘러 이르면 내년 상반기 조합설립인가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은마아파트는 지난 1996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해왔다. 2003년에는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도 구성됐다. 하지만 집값 상승을 우려한 역대 정부와 서울시의 강력한 규제, 그리고 소유주 간 거듭된 반목 탓에 재건축 추진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 2010년에는 4수(修) 끝에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층수 규제 탓에 재건축 절차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실제 입지가 좋은 대규모 단지일수록 재건축사업의 수익성이 높은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로 수익성이 줄어들면서 사업성 역시 감소했다. 2017년 국제공모를 통해 마련한 49층 설계안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주도의 ‘35층 제한 룰’에 막혀 백지화됐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재건축을 늦게 추진한 개포주공은 이미 사업을 끝내고, 강남의 다른 주요 재건축 단지 역시 조합설립을 마쳤음에도 은마아파트는 조합설립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은마아파트로서는 이번 재건축 심의 통과로 숙원을 해결한 셈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에 물꼬가 트인 것은 부동산시장이 침체에 접어들면서 규제 완화에 대한 정부와 서울시의 운신 폭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동안 집값 자극을 우려해 각종 인허가 및 규제 완화에 미온적이었지만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입장이 변한 것이다.

건축 배치 계획 및 공공기여 등에 대한 서울시의 요구를 은마아파트가 수용한 것 역시 재건축 심의 통과의 요인으로 관측되고 있다.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후 1354가구가 늘어나는데, 이중 절반인 678가구를 소형 임대주택으로 구성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둔촌주공 공사중단 사태 이후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수익률을 낮추더라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은마아파트 역시 이 같은 기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 재건축 시장의 대장주 가운데 하나인 은마아파트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서 다른 지역의 재건축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은마아파트가 재건축 심의를 통과했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 활성화 의지를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압구정·여의도·목동 등 재건축을 준비 중인 아파트 단지 주민들에게 심리적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올해 2월 잠실주공 5단지를 시작으로 8월 여의도 공작아파트 등 그동안 재건축사업이 지지부진했던 노후 단지들이 잇따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여의도에서 가장 오래된 시범아파트를 비롯해 압구정동의 일부 단지도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심의 통과는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의 하방을 지지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재건축 대못’이라고 불리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 같이 문재인 정부가 만든 규제가 아직 남아 있어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재건축 단지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새 정부는 지난달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상대적으로 혜택이 적은데다 국회 통과도 미지수다. 최근 원자재 값과 인건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에 적용하는 기본형 건축비가 공사비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것도 걸림돌이다.

은마아파트에게는 또 다른 악재도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 노선이 지하를 관통하는 것이다. 사업자인 현대건설은 단지를 우회하는 수정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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