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파업을 계기로 떠오른 조선업계의 원·하청 이중구조 문제를 끊어내기 위해 정부는 지난 19일 ‘조선산업 초격차 확보 전략’을 발표했다.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연합

지난 30년 간 누적돼 온 고질적인 병폐인 조선업계의 원·하청 이중구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원·하청 이중구조는 원청이 하청으로, 하청은 또 다른 하청에 일감을 맞기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이중구조는 원·하청업체 간 근로자의 임금과 처우 조건이 크게 벌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제2, 제3의 하청으로 내려갈수록 더욱 심화된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조선업계의 원·하청업체 간 임금격차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연봉은 평균 3000~3500만원으로 원청업체의 6700~7500만원 대비 50~70%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기피 업무에 투입되는 비중도 원청업체보다 하청업체가 높았다. 연평균 근로일 수 역시 하청업체는 270일인데 반해 원청업체는 180일에 불과했다. 이는 많은 조선공이 작업 현장을 떠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현재 빚어지고 있는 인력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원·하청업체 간 이중구조를 지목하고 있다. 원·하청업체 간 불합리한 임금구조와 처우 탓에 인력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이 같은 병폐가 알려지면서 새로운 인력의 유입도 쉽지 않은 상태다.

조선업계의 원·하청 이중구조 문제는 지난 6월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의 불법 파업을 계기로 또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당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선박 건조 공간인 옥포조선소 1도크를 점거했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진수 중단 사태를 겪었다. 이 사태로 대우조선해양은 지체보상금과 조업 중단에 따른 매출 손실 등의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량은 1746만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를 기록했다. 지난 2013년 1852만CGT 이후 8년 만의 최대 실적이다.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우리나라 조선업은 2030년까지 연평균 4000CGT가 넘는 안정적인 발주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호황기에도 인력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계 빅3의 올해 상반기 재직자 수는 3만7670명이다. 이는 지난 2017년 4만4344명보다 6674명 감소한 것이다. 전 세계 선박 발주량 가운데 절반 이상을 국내 조선업계가 싹쓸이하고 있는데도 오히려 인력은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1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조선산업 초격차 확보 전략’을 발표했다. 조선업계의 원·하청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고, 조선업 호황 사이클에 맞춰 조선업계의 차질 없는 생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조선업계의 인력난 해소를 위한 생산·기술 분야의 인력확충에 방점을 뒀다. 우선 조선업 등 제조업종의 특별연장근로 연간 활용 가능 기간을 한시적으로 최대 180일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재직 중인 숙련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또 신규 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월 60만원의 채용지원금 지급 기간도 현행 2개월에서 내년부터는 6개월로 늘릴 계획이다.

특히 조선업종에 취업한 청년들이 다른 업종으로 옮기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3개월 근속자에 한 해 100만원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주요 조선사들이 하청 근로자에게 원청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주는 채용 사다리 제도 역시 복원된다.

정부는 취업비자 제도를 완화해 외국 근로자의 유입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특히 조선업 쿼터 신설을 통해 인원 역시 기존 2000명에서 최대 3000명까지 확대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조선산업 원·하청 이중구조로 근로자 간 임금·처우 격차가 심화하면서 인력 유출과 경쟁력 약화 등의 악순환이 발생했다"면서 "원·하청 노사의 상생·협력에 기반해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불합리한 하도급 관행을 철폐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에 팽배한 원·하청 이중구조 문제를 이번 대책을 통해 확실히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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