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스포츠가 아닙니다"...내달 4년 만에 내한 리사이틀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 /마스트미디어 제공

"콩쿠르 출전을 멈추세요. 음악은 스포츠가 아닙니다." 안드라스 쉬프(68)는 내한공연을 앞두고 한국의 연주자들을 향해 이렇게 조언했다.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들의 교과서’ ‘피아니스트들의 선생님’으로 불릴 만큼 정교하고 모범적인 연주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자 피아니스트인 김대진 교수의 최근 발언과도 맞닿아 있어 뼈아프다.

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클래식 강국’이라기보다 ‘영재 강국’ ‘콩쿠르 강국’일 뿐이다.

후학 양성에도 관심이 큰 쉬프는 여러 차례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들과 교감해왔다. 한국인들 특유의 음악성과 열정을 잘 안다. 그런 그가 ‘폭탄 발언’으로 들릴 법한 화두를 던진 셈이다.

"콩쿠르 나가지 마세요. 경쟁이라는 것 자체를 그만두라 말해주고 싶어요. 속도·힘, 스태미너와 정확도, 이런 측정 가능한 요소들은 스포츠의 세계죠. 반면 예술은 측정이 불가능한 요소들로 이뤄진 것, 고도의 주관적 영역이잖아요."

쉬프는 힘주어 말했다. "어마어마한 한국 인재들, 경쟁시키지 말고 보호·육성해야 합니다. 내 소중한 친구 정명훈에 대해 언급해야 할 것 같군요. 우리는 오래 전 둘 다 우승을 놓친 콩쿠르에서 만났습니다. 보세요, 그가 얼마나 위대한 지휘자가 되었는지!" 이 둘은 오랜 친구 사이다.

1974년 차이콥스키 피아노 콩쿠르 결선에서 만나 치열하게 경쟁한 이후 돈독한 우정을 쌓아 왔다(당시 정명훈이 2위, 시프가 4위). 2008년 이래 여러 차례 방한해 한국 팬들을 만났다. 첫 내한 때 피아니스트 김선욱을 마스터클래스에서 보고 당장 루체른 페스티벌로 초대하는가 하면, 피아니스트 조성진·문지영·김수연과의 인연 역시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시작됐다.

쉬프는 다음달 4년 만에 내한 리사이틀을 펼친다. 11월 6일(서울 롯데콘서트홀)과 10일(부산문화회관) 두 차례에 걸쳐 바흐·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 등 바로크~고전주의 시대 곡들을 선보인다. 진행 방식이 특이해 더욱 흥미롭다.

연주 곡목은 당일 공연장에서 정해진다. 공연장의 음향, 피아노의 상태, 청중의 특색을 고려해 즉석에서 레퍼토리가 선택된 다음, 말로 설명을 곁들이며 연주될 예정이라고 한다.

안드라스 쉬프 피아노 리사이틀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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