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20일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연기되자 국감장을 벗어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20일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연기되자 국감장을 벗어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들이 난립하는 가운데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이어 정부기후환경대사에 임명되는 등 당 내부에서의 교통정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당권주자로 여겨지는 김기현·나경원·안철수·유승민과 그 외 인물들 중 김기현 의원에게 힘이 실리는 모습이라는 것이 여권에서 나돌고 있는 중론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나 전 의원은 지난 18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외직명대사인 기후환경대사에 임명됐다. 대외직명대사는 국가관과 사명감이 투철하고 각 분야의 전문성 등을 겸비한 인사에게 외교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통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정부 정책의 대내외 홍보, 관련 국제회의 참석 등의 외교활동을 지원하며 임기는 1년이다.

‘장관 임명설’이 돌았지만 나 전 의원은 나흘 사이에 장관이 아닌 직책을 2개나 맡게 됐다. 지난 14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으로 임명했다. 나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이후에도 당권 도전 의지를 접지 않았다. 하지만 추가로 고위직인 기후환경대사에 임명되면서 사실상 당권 도전은 어렵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여권에서 당권주자로 꼽히는 인물들 중 당심은 나경원·김기현, 민심은 유승민·안철수로 쏠리고 있다. 차기 당권 레이스에서 나 전 의원과 김 의원이 당심을 나눠 얻으면 어부지리 격으로 유 전 의원이 덕을 보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전당대회에서도 이준석 전 대표와 당권을 놓고 경쟁하던 나 전 의원과 주호영 의원 사이에 단일화가 실패하며 당심을 쪼갠 바 있다. 따라서 나 전 의원의 도전을 막는 것이 다른 주자들을 견제하는데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부에서 직을 맡은 사람이 당 대표가 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나경원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이 부여한 직을 내려놓고 당권에 도전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 전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와의 밀접한 관계 등 과거 보수당에서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취했던 입장 때문에 당심에선 멀어진 상황이다. 또 당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만한 조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당권 도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므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도를 보이고 있는 유 전 의원이라 할지라도 당 대표 선거에서 당원투표 70%와 여론조사 결과 30%를 합산하는 전대룰을 감안하면 어렵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당심 후보 간 교통정리 시그널이 전달되면서 김 의원의 당권 독주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시합에 많이 출전했다고 좋은 선수가 아니라 이겨야 한다"며 "시합에 많이 출전하면 이름은 알리겠지만 늘 진 선수보다는 출전 횟수는 적지만 이기는 선수가 좋은 평가를 받는 선수다. 내실을 다진 후보가 김기현"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당권에 도전했다 고배를 마신 나 전 의원과, 대선과 지방선거 등 굵직한 선거마다 출전하는 안 의원, 유 전 의원을 동시에 저격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아직 전당대회 일정을 확정하지 않고 있다. 68개 당협위원장 재공모와 253개 당협을 대상으로 한 당무감사 등 일정을 고려해 당초 예상했던 내년 2월 전당대회가 4월 이후로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비대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안은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전체 당협에 대한 당무감사를 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려 공석인 당협 재공모 후 전당대회를 치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 외 당권 경쟁에 출마를 시사했거나 출마 가능성이 있는 인사는 조경태·윤상현 의원과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권영세 통일부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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