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호준(왼쪽)의 남자 68㎏급 결승 경기 장면.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연합
진호준(왼쪽)의 남자 68㎏급 결승 경기 장면.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연합

세계적 스타 이대훈의 은퇴로 무주공산이 된 한국 태권도 남자 68㎏급에 새로운 기대주가 나타났다. 만 스무 살의 진호준(수원시청)이다.

진호준은 22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 리저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2 월드태권도 그랑프리 시리즈 3차 대회 이틀째 남자 68㎏급 결승에서 카림 자이드(요르단)를 라운드 점수 2-0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6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올해 1차 대회에서 월드 그랑프리 데뷔전을 치러 동메달을 획득한 이후 세 번째 도전 만에 정상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3전 2승제 경기에서 세계태권도연맹(WT) 올림픽랭킹 9위인 자이드를 맞아 진호준은 1라운드에서 몸통 공격으로 선취 득점 후 공방을 이어가다 4-2로 이겼다.

2라운드에서는 중반에 상대의 기습적인 돌개차기에 위기를 맞았으나 노련하게 대응해 8-7로 힘겹게 제압하고 우승을 결정지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진호준은 연말 체급별 최고 선수만 초청되는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출전권도 확보했다.

우승 상금 5천 달러(약 720만 원)도 받았다.

무엇보다 랭킹 포인트 60점을 추가해 현재 32위(87.89점)인 랭킹을 10위권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돼 의미가 더 컸다.

지난해 은퇴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134점으로 이 체급 랭킹 10위에 자리하고 있는 이대훈을 뛰어넘게 된다.

우승 후 진호준은 "상상으로만 했던 그랑프리 큰 무대에서 우승해 기쁘고 영광스럽다"라고 소감을 밝힌 뒤 "첫 경기와 두 번째 경기에서 내게 패배를 안겼던 선수들과 맞붙어 지난 경기 기억들이 생각나 많이 긴장했다. 이전에는 신중한 경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부딪치면서 적극적으로 임했다"라고 말했다.

‘포스트 이대훈’의 선두 주자로 불리는 것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태권도 스타로 활약했던 대선배의 대를 잇는 선수로 지목됐다는 것 자체가 매우 큰 영광"이라면서 "그 기대감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의 부담감도 적지 않다. 은퇴 직전 선수촌에서 같이 훈련하면서 많은 점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이어 "연말 파이널에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 랭킹 포인트를 많이 쌓고, 내년에 세계선수권대회와 그랑프리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해 올림픽 자동출전권을 꼭 따내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02년생 진호준은 평택 안중고 1학년 때부터 이미 고교 무대를 평정했을 정도로 일찌감치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고교 3학년 초 성인 국가대표에 선발됐고, 여러 대학의 스카우트 제안을 뒤로 한 채 지난해 실업팀 수원시청 입단을 선택했다.

지난해 레바논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한 진호준은 이대훈 은퇴 후 무주공산이 된 남자 68㎏급에서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올림픽 자동 출전권에 도전 중이다.

한편, 이날 여자 57kg급 이아름(고양시청)과 67㎏급 김잔디(삼성에스원)는 8강에서 탈락했다.

지난 6월 올림픽 랭킹 중하위권 선수들에게 그랑프리 본선 출전 기회를 주기 위해 WT가 처음 개최한 ‘무주 월드 태권도 챌린지’를 통해 이번 대회에 특별 초청된 남자 68㎏급 서강은(경희대)과 여자 67㎏급 곽민주(서울체고)는 나란히 16강에서 패했다.

WT는 이날 체급별 준결승 경기를 앞두고 지난 14일 병환으로 유명을 달리한 그리스 태권도 영웅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니콜라이디스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문대성에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차동민에게 남자 80㎏초과급 결승에서 패해 2회 연속 은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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