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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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생 주식을 사본 적이 없습니다." 국감에 증인으로 나온 이원석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의 질문에 답한다. 이유가 뭘까. "형편도 별로 안됩니다마는, 제가 주로 경제 분야에서 수사를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수사하는 과정에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정보를 빨리 안다든지, 그리고 제가 공직으로 (일하며) 갖게 된 역량으로 돈벌이를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원석 총장은 자신은 물론 배우자와 자녀, 심지어 부모까지도 주식을 하지 못하게 했단다.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그의 말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건 현실에서 이원석같은 공직자를 본 적이 없어서일 것이다. 위장취업과 부동산투기는 기본이고 다른 비리에 연루돼놓고도 ‘나는 몰랐다’고 발뺌하는 일이 인사청문회마다 벌어지지 않았던가. 이원석은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이, 그의 청렴결백은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을 더 빛내는 이유가 된다. 대통령 측근이라 알려진 한동훈 법무장관도 마찬가지다. 팩트와 논리로 민주당 의원들의 궤변을 잠재우는 그를 보면서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윤 대통령 주위에는 훌륭한 사람들이 많구나! 검찰공화국도 나쁜 게 아니네?

"한양대 음대 나와서 건축사무소 영업직 하다가 분당에 있는 리모델링 하다가 왔고." 2012년, 이재명의 형 이재선은 김혜경과의 통화 도중 유동규에 대해 언급한다. "이재명이 옆에는 왜 이런 사람만 있어요? 내가 문자 보니까 (이재명이) 유동규 엄청 사랑합디다." 어려운 가정에서 자랐지만 회계사가 되어 시민운동에 힘쓰던 이재선으로선, 질 나쁜 이들과 어울리는 이재명을 이해할 수 없었다. 비단 유동규뿐 아니다. 이재명의 측근으로 "내 분신과도 같다"고 추켜세웠던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복마전이라 할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이었다. 그런가하면 지금 당대표 비서실에 근무하는 정진상은 이재명이 변호사를 할 당시 사무장이었다. 오랜 기간 수행비서를 했던 백종선은 이재명을 만나기 전 채권추심원으로 일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런 직업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대권을 꿈꾸는 이가 자신의 측근들을 이런 이들로 채우는 게 정상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주변에 어떤 이들이 있느냐는 그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다. 그런 면에서 저들은 이재명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줬을 것이다. 실제로 저들은 서열 따윈 가볍게 무시하고 조직 내에서 실세로 군림했다. 성남FC의 대표를 지낸 A씨는 "일부 직원이 나를 건너뛰고 정진상 실장과 직접 연락한다"며 정진상이 실질적인 구단주 대리인이었다고 증언했다. 직함이 본부장이었던 유동규 역시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실질적인 사장 역할을 했다. 도개공 황무성 사장이 자신의 일에 걸림돌이 됐을 땐 사장을 자르기도 했다. 측근이 나대서 잘 되는 조직은 없다.

하지만 측근을 통한 정치는 은밀하고 불법적인 일을 할 때 유리하다. 시키는 건 뭐든지 다 하고, 비밀도 잘 지키니까. 일이 탄로나면? 그 중 한 명에게 모조리 뒤집어씌우고 ‘나는 몰랐다’고 우기면 된다. 위례시 개발과 대장동 개발에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린 게 탄로나자, 이재명은 이 일을 주도한 유동규를 가리켜 ‘측근이 아니다’라며 그에게 모든 책임을 돌렸다. "한전 직원이 뇌물을 받았다고 대통령이 사퇴해야 하느냐?"고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는 없다. 저들의 충성은 오직 이익을 대가로 이루어진 것, 이재명이 대선에서 패배하고 검찰수사가 턱밑까지 다가오자 더이상 버티는 건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유동규의 다음 말은 그래서 나왔다. "같이 지은 죄는 같이 벌을 받고. 내가 안 한 거는 덮어쓰면 안 되고. 이재명 명령으로 한 거는 이재명이가 써야 될 거고. 그렇지 않나. 이게 맞는 거 아닌가?" 또 다른 측근인 김용은 대선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지금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이 확보한 증거 앞에서 그는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끔찍한 상상 하나. 이재명이 지난 대선에서 이겼다면 어떻게 됐을까. 대장동 수사는 중단됐을 테고, 이재명의 측근들이 나라를 좌지우지했으리라.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이김으로써 나라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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