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의 한 백화점에서 직원들이 전통 방식으로 만든 한과 선물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
최근 부산의 한 백화점에서 직원들이 전통 방식으로 만든 한과 선물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

트렌트에 민감하고 이색적인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 사이에서 최근 맛과 건강을 한 번에 잡은 ‘할매니얼’ 푸드의 인기가 뜨겁다. 할매니얼은 할머니와 밀레니얼 세대를 합친 신조어다.이들은 쑥·흑임자·단호박·순두부 등의 부드러운 식감과 심심하지만 건강한 맛을 선호한다. 최근 복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뉴트로(Newtro) 트렌드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해진 결과로 분석된다.

23일 전자상거래 업체 위메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떡, 한과 등 전통 간식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96% 증가했다. 같은 기간 11번가와 홈플러스도 전통 간식 판매량이 각각 96%, 72% 늘었다.

이를 품목별로 보면 떡은 지난해보다 거래액이 1169% 증가했다. 기존의 전통 떡에 새로운 식재료를 가미한 꿀설기(꿀+백설기), 크림떡(크림+찹쌀떡) 등이 인기를 끌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소비자들 사이에서 ‘떡겟팅’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인기가 높다. 떡겟팅은 공연과 전시 등을 예약하는 티켓팅과 떡이 합쳐진 신조어다. 입소문이 난 제품은 판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는 현상을 빗댄 것이다.

고소한 맛의 전통 간식 판매도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대표적으로 모나카는 112%, 뻥튀기와 누룽지는 각각 58%, 24% 매출이 증가했다. 이 밖에 수정과(225%), 미숫가루(84%), 두유(30%) 등 전통 음료도 많이 팔렸다. 전통 약과의 경우 지난해보다 판매가 96% 증가했다.

이 같은 할매니얼 열풍에 힘입어 식음료업계는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할매니얼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공차코리아는 최근 프리미엄 쌀 품종 브랜드인 ‘조선향미(米)’와 협업을 통해 새로운 음료 제품을 출시했다. 프리미엄 쌀과 만난 특별한 밀크티를 컨셉으로 누룽지 밀크티, 쌀 밀크티, 달콤 구수 스무디 등 3종을 선보였다.

할리스커피는 지난달 2일 문경 오미자와 청송 사과를 활용한 오미베리 사과차를 출시했다. 상큼한 오미자 엑기스와 달콤한 사과 과육이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메가커피도 경북 청도 홍시와 경산 대추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스무디와 한과를 내놨다.

이 같은 할매니얼 트렌드는 쌀, 마늘 등 지역 특산품 소비를 증진해 지역 상생을 도모하는 순기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맥도날드는 국내산 농산물 소비 진작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한국의 맛 프로젝트를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시된 창녕 갈릭버거는 한 달 만에 약 158만개 이상 판매됐다. 창녕 갈릭버거는 마늘을 활용한 대표적인 할매니얼 제품으로 꼽힌다. 6쪽 마늘을 통째로 갈아 넣은 토핑과 마늘·올리브유가 섞인 아이올리 소스가 곁들여져 특유의 감칠맛과 진한 풍미가 특징이다. 특히 출시 이후 42톤에 달하는 창녕 마늘이 소비된 것이 알려지면서 농가 소득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연예인 박재범이 대표로 있는 전통주 제조업체 원스피리츠는 지난 2월 강원도 원주의 특산품 토토미(米)를 사용한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인 원소주를 시장에 내놨다. 희석식 소주와 달리 다른 첨가물 없이 감압증류 방식으로 주조한 것이 특징이다. 1만4900원에 출시된 이 제품은 기존의 소주 제품보다 8배가량 높은 가격임에도 출시 7개월 만에 172만병 이상 팔렸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할매니얼 푸드는 MZ세대에게는 이색적인 경험, 기성세대는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전통에 새로운 감성을 입힌 건강한 할매니얼 푸드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 MZ세대의 입맛은 물론 지역 상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할매니얼 트렌드는 식음료를 넘어 한동안 유통업계의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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