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3기 최고 지도부(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2022년 10월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리시(광둥성 당 서기), 차이치(베이징시 당 서기), 자오러지(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시진핑 주석, 리창(상하이 당 서기), 왕후닝(중앙서기처 서기), 딩쉐샹(당 중앙판공청 주임). /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재선출됐다. 총 임기 ‘15년 플러스 알파’의 장기집권 체제가 시작된 셈이다. 3연임은 마오쩌둥 이후 처음이다. 나름의 효율성을 인정받아 온 집단지도체제가 유명무실해지고 ‘시 주석 1인 지배체제’는 공고해질 전망이다. 시진핑 3기 시대의 최고지도부는 시 주석과 그의 복심들로 채워졌다.

이번 당 대회의 하일라이트는 시 주석 3연임 확정과 대만병합에 대한 의지의 천명이다. 중국공산당의 헌법인 당장(黨章·당헌)에 대만독립 반대 및 억제를 명문화했으며, 16일 업무보고에선 대만과 관련해 ‘군사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자세를 밝혔다. 미·중 패권경쟁의 심화와 더불어 동북아를 둘러싼 ‘한미일 對 북중러’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과 북한 간의 관계 강화 조짐 역시 예사롭지 않다.

최근 연이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중국의 뒷받침 내지 암묵적 용인 없이 일어난 일로 보긴 어렵다. 이달 초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은 북한을 감쌌다. 시 주석이 김정은 국방위원장에게 북·중 간 전략적 소통을 증진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지도부로선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에서 시진핑 3기를 시작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반(反)시진핑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나는 내 나라 중국을 사랑할 뿐 공산당까지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공산당이 모든 이를 세뇌할 수는 없다." 23일 시 주석의 3 연임이 확정되자 중국 국내외의 중국인들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학 캠퍼스에 대자보를 붙이거나 공중화장실 등에 ‘시 주석 타도’ 메시지를 남기기도 한다. CNN 방송은 22일 중국 동부지역의 한 대학생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지역 내 화장실에 자유·민주주의·개혁을 촉구하는 메모를 남기는 중이다. 글귀 밑에 왕관 쓴 ‘곰돌이 푸’(시 주석 캐릭터)를 그린 다음 그 위에 X를 친다.

‘화장실 내 혁명’에 나선 또 다른 젊은이, 중국 남서부의 한 대학을 갓 졸업한 천치앙이 말했다. "화장실 같은 곳에 들어와서야 정치적 견해를 표현할 수 있다. 이런 현실이 가슴 아프다." 영국에 유학 중인 중국인 학생 ‘졸리’ 이야기도 있다. 골드스미스런던대학교에 재학 중인 그녀는 전날 밤 작성한 인쇄물을 갖고 아침 일찍 등교해 몰래 게시판에 붙였다. "사소하지만 자신에게 가능한 최대의 행위"라고 한다.

지난해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대학을 졸업한 ‘이본 리’도 로테르담 지역 내 차이나타운 및 대학캠퍼스를 비롯한 곳곳에 시 주석 비판 포스터를 100여 장 가까이 게재했다. 자주 무력감에 휩싸이지만, 얼마전 베이징 시내 육교 현수막 시위의 주인공 ‘브릿지 맨’에서 희망을 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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