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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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권 말기인 2021년 10월 26일 서거했다.

당시 장례식장에서 경험한 황당한 기억은 여전히 남아있다. 슬픔에 잠긴 유족들에게 대를 이어 광주에 사죄하라고 지시하는 현직 총리의 겁박성 조사(弔辭) 때문이다. 주사파 문 정권 자체가 군 출신 대통령들을 대놓고 폄훼해온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현직 총리가 국가장 조사에서, 양심에 따라 선택되어야 할 사죄를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도 대를 이어서, 마치 연좌제(緣坐制)처럼 지속적으로 사죄하라니. 조문객들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례식 후 좌파 시민단체들의 데모로 전직 대통령은 장지조차 제대로 찾지 못하다가 며칠 뒤 겨우 파주통일동산에서 영면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대한민국 민주화를 이끌었던 6·29선언으로 한국 현대사를 밝혔다. 그리고 북방외교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전방위 외교정책으로 중·소는 물론 동구 공산권들과 수교했고,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을 이끌어 냈다.

특히 국민 직선 대통령선거를 표방했던 6·29선언은 단지 대선 승리를 위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었다.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혁명과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혁명, 전두환 대통령의 확실한 대한민국 흑자경제 기반 위에서야 비로소 가능했던, 시민사회에 대한 국가 역할의 변화를 의미했다. 늘어난 중산층들이 자발적으로 시민사회를 형성했고, 시장과 권력을 견제하는 선진사회로 나아가는 초석을 놓았던 것이다.

그러나 노태우 전 대통령이 건설했던 위대한 중산층의 시대는, 문민정부를 숙주로 등장했던 종북좌익 세력들로 인해 반민중·부르주아 시대로 무조건 적대시되었다. 그리고 그 논리는 문재인 정권에서 강철처럼 굳어졌다. 지난 세월 위대한 지도자들과 함께 피와 땀으로 만들어 냈던 대한민국 중산층이었다. 그 중산층이 조국 전 법무장관의 가재·붕어·개구리로 멸시당하거나 이재명 대표의 부나방으로 폄훼당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현재 종북좌파들의 정치적·사회적 진지들로 인해 대한민국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KTX로 해양과 대륙을 연결하며 세계로 웅비하는 대한민국을 꿈꾸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 고인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가슴에 멍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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