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중국·일본 등 우주강국들은 우주 태양광 발전을 지구온난화 물질의 배출이나 방사능 유출의 우려 없이 10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최대 2GW의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SA
미국·유럽·중국·일본 등 우주강국들은 우주 태양광 발전을 지구온난화 물질의 배출이나 방사능 유출의 우려 없이 10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최대 2GW의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SA

지구에는 매시간 인류가 1년간 쓰고도 남을 17만TWh 이상의 태양에너지가 쏟아진다. 하지만 기술적·공간적·환경적 한계 탓에 대부분이 쓰이지 못하고 사라진다. 지난해만 해도 태양광 발전량은 약 1000TWh에 불과했다. 최근 미국·유럽 등 우주강국들이 이런 현실을 반전시킬 혁신적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있다. 우주에서 거대한 태양전지로 전기를 생산한 뒤 지구로 보내는 것이다.

지난 17일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해리 앳워터 박사팀은 ‘우주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SSPP)’의 일환으로 오는 12월 우주 태양광 발전의 기술적 효용성을 검증할 프로토타입 위성을 발사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억만장자 도널드 브렌 부부와 방산기업 노스롭 그루먼이 1억 달러 이상을 지원한 이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면적 4㎡, 중량 2.8g의 태양전지 모듈을 수십만 개 품은 인공위성을 발사해 총면적 9㎢의 우주 태양광 발전소를 운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중량 대비 전력생산량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된 것보다 50~100배 우수한 초경량·고효율 태양전지, 종이접기 기법을 적용해 발사시 부피를 최소화한 태양전지 모듈 구조, 전력을 전파(마이크로파)로 변환해 지구로 전송할 무선전력전송 기술을 중점 연구하고 있다.

우주 태양광 발전의 개념은 100여년 전 러시아의 로켓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에 의해 처음 제시됐다. 이후 공상과학(SF)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가 20세기 들어 우주항공과 태양광 기술이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며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개념은 간단하다. 태양전지를 갖춘 위성을 지구정지궤도(고도 3만6000㎞)로 쏘아 올리고 여기서 만든 전기를 고출력 레이저나 극초단파로 변환해 지상기지로 전달하면 지상기지에서 다시 전기로 바꿔 사용하게 된다.

굳이 막대한 발사비가 드는 우주를 발전소의 부지로 삼으려는 것은 그만큼 큰 이점이 있어서다. 실제 우주는 지구 대기와 같은 방해물이 없어 태양에너지의 강도가 30~40% 강하다. 또 밤낮이나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아 24시간, 365일 가동할 수 있다. 덕분에 우주 태양전지는 동일 면적의 지상 태양전지보다 8~10배 많은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화석연료나 방사능 유출 우려가 있는 원전을 대체할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예컨대 칼텍이 표방한 9㎢급 우주 태양광 발전소 1기로 원전 2기에 해당하는 2GW의 녹색 전력을 얻을 수 있다. 기후위기 탈출과 글로벌 에너지 자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잠재력을 가졌다는 얘기다.

이에 주목한 우주강국들은 이미 앞다퉈 관련연구에 뛰어들었다. 먼저 유럽우주기구(ESA)는 2GW급 ‘우주 기반 태양광 발전(SBSP)’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기본 메커니즘은 SSPP와 유사하며 2025년 마스터플랜 수립을 목표로 올 11월 장관급 회의에 기술적 타당성을 검증할 ‘솔라리스(Solaris)’ 프로젝트를 제안할 예정이다.

또 영국은 160억 파운드(약 26조원)를 투자해 ‘스페이스 에너지 이니셔티브’라는 자체 연구도 진행 중이다. 로드맵에 의하면 2026년까지 기초연구를 마치고 2027년 40㎿급 지구저궤도, 2032년 500㎿급 정지궤도, 2036년 2GW급 정지궤도 위성의 실증에 나선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역시 2040년께 1GW급 우주 태양광 발전소를 실용화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미국 태양에너지 기업 솔라렌(Solaren) 등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5.8㎓ 극초단파로 1.8㎾의 전력을 55m 무선 전송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다수 내놓았다.

중국의 기세도 거세다. 2028년 지상 400㎞ 저궤도에 10㎾급 실증위성 발사를 천명했다. 성공하면 2030년 1㎿, 2035년 10㎿, 2050년 2GW로 스케일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우주강국 간 치열한 패권싸움에 미 항공우주국(NASA)이 빠졌을리 만무하다. NASA는 가장 먼저 우주 태양광 발전 연구를 수행했지만 현실성이 낮다는 이유로 2007년 손을 뗐는데 올들어 연구를 공식 재개했다. 그동안 바뀐 연구환경에 맞춰 비용, 정책, 기술, 대중적 인식 등을 재검토하고 구현 과제도 재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항우연·전기연·한화 등 다수의 출연연과 민간기업이 우주 태양광 발전을 연구하고 있다"며 "발사비용 저감, 무선전력전송 효율 제고 등 많은 과제가 남아 있지만 이를 극복해 낸다면 새롭게 창출될 신시장의 규모가 연간 2조 달러(약 288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칼텍)이 개발한 우주 태양광 발전용 태양전지 패널 시제품. 각 태양전지는 종이접기를 하듯 얇게 접어 발사시 부피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칼텍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칼텍)이 개발한 우주 태양광 발전용 태양전지 패널 시제품. 각 태양전지는 종이접기를 하듯 얇게 접어 발사시 부피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칼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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