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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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소식을 듣고 안도했다. 오랜 친구이자 개인 고문 최순실 씨에 연루돼 고초를 겪었다는 생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사면 결정은 여러가지로 해석된다. 박 전 대통령이 2016년 부당하게 탄핵·축출·투옥돼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믿는 보수 진영을 달래려는 것인지, 보수 분열을 획책한 것인지, 내란선동죄로 복역 중이던 이석기를 석방해 좌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인지 다층적 의미가 있다.

한국 정치판엔 부패의 향기가 가시지 않는다. 전직 대통령과 그 주변 실력자들이 정권 교체 후 그때까지 잠잠하던 스캔들에 휘말리는 사태가 정기적으로 반복됐다. 이를 지켜봐 온 터라, 이번 대선 두 주요 정당의 후보는 어떤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스캔들에 연루된 대부분의 사람들에 비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동정할 만한 존재다. 외신들이 그를 ‘독재자의 딸’로 부르지만, 실은 아버지에게 권력을 이어받을 후계자로 키워진 바 없다. 그저 1974년 대통령을 겨냥한 총알에 먼저 어머니를 잃고 1979년 정보부장에게 아버지를 살해당한 불쌍한 사람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특권층 속에서 자라며 유권자들과 직접적인 접촉을 해본 적이 없다. 두 부모를 잃고 결혼도 하지 않은 그를 오랜 측근인 최 씨가 ‘벗겨 먹으며’ 영향을 줬고, 종교 지도자인 최 씨 아버지는 박정희 대통령의 신임을 파고 들었다. 아버지가 죽은 후 정서적으로 취약한 상태의 박근혜였다. 법정에서 감옥에서 병원에서 위로가 필요한 연약한 모습이 여러 번 확인됐다. 감옥에 남아있는 최 씨를 불쌍히 여기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현재 전개되는 대선 후보 관련 스캔들은 박근혜 케이스를 훨씬 뛰어넘는다. 여당의 이재명 후보가 연관됐다는 막대한 부동산 이익을 상상해 보라. 서민들을 위한다는 빌미로 거금을 챙겼거나 그 상황에 큰 책임이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유죄 선고를 받은 윤석열 후보의 장모, 구직 과정에서 이력을 좀 부풀린 것에 대해 사과한 그 아내의 경우는 어떤가. 윤 후보는 자신을 향한 천박한 폭로를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그의 친형을 당시 검사였던 윤 후보가 기소한 기억이 생생하다.

정치에 입문하기 현대의 전 최고경영자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번 사면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영리하고 강인한 그는 박근혜처럼 연민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이재명 후보 역시 불쌍할 것 없다.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좌파 노선을 설파하던 시절의 행태에 대한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대선이 가까워진 현재, 과거 범죄의 이미지와 현재 스캔들 의혹이 유권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가지 압도적인 느낌은 정치인들이 본질적으로 부패하고 모두가 어떤 대가와 뇌물 유혹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윤?이 두 후보 모두 유권자들이 내년 3월 투표소에 갈 때까지 자신이나 가족?친인척을 둘러싼 스캔들의 소멸을 빌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 의혹이 악화되고 아무도 의심하지 않게 될지 모른다. 누가 덜 나쁘며 덜 비난받을 수준인지 고려하는 수밖에 없다.

여권에 씌워진 일련의 부패 이미지는 경제문제와 대북 협상을 방해할 것이다. 김정은을 대화에 끌어들이려 ‘퍼주기’를 쉽게 상상할 수 있다. 故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6월 故 김정일과의 회담을 위해 북한에 최소 5억 달러를 송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에 퍼주는 것은 핵프로그램을 포함한 그들의 무력을 강화할 뿐이다. 북핵은 평양에서 열렸던 김대중-김정일 회담으로 이어진 뇌물의 결과일 수밖에 없다. 북한과 잘못된 화해와 대화를 추구하기 위해 김정은에게 뇌물을 줄 만한 후보자를 한국의 유권자들은 거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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