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20주년 춘천박물관 '초충도 주제로 '미물재생' 특별전

남계우, <괴석과 벌제>.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옛사람들이 바라본 풀벌레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립춘천박물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아 초충도(草蟲圖)를 주제로 한 특별전 ‘미물지생(微物之生), 옛 풀벌레 그림’에 그림·도자기 등 79점이 나온다(이달 25일~내년 1월25일). ‘풀벌레’를 주제로 여러 작가의 작품을 한데 모은 전시회로선 국내 최초다. 벌레 하나 예사로이 넘기지 않았던 옛사람들의 우주관 자연관을 엿보게 해준다. 작디 작은 존재를 자세히 관찰했음을 알 수 있다. 날고 뛰고 기는 동작 하나 하나를 살핀 결과가 작품에 표현됐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날고, 울다) 나비나 매미를 다룬 작품에서부터 출발한다. 특히 장수의 상징으로 즐겨 그려진 소재가 나비였다. 서민의 생활상을 해학적 감성으로 그려낸 풍속화의 대가 단원 김홍도(1745~1806?) 역시 나비 그림이 많다. 그의 ‘협접도 부채’의 경우, 꽃에 날아드는 나비가 사실적이고 생생하다. 시서화에 다 능했던 문인 강세황(姜世晃 1713~1791)은 "나비의 분 가루가 손에 묻을 것 같다"며 감탄했을 정도다.

2부(뛰고, 기다)에선 주로 기거나 뛰어다니는 벌레에 주목한다. 정선(1676~1759)이 그린 ‘여뀌와 개구리’, 심사정(1707~1769)의 ‘오이를 등에 지고 가는 고슴도치’, 신사임당(1504~1551)이 그린 것으로 전해져 온 ‘초충도 화첩’ 등을 만난다. 나아가 그런 그림들을 가능하게 한 방법론이 3부(풀벌레를 관찰하는 시선과 화법)에서 소개된다. 옛 화가들은 풀벌레의 모양과 색깔을 자세히 관찰한 뒤 화보를 보면서 동작과 구도를 익혔다. 그림 교재인 ‘초본화시보’(草本花詩譜), 전기(1825~1854)가 그렸다고 전해지는 ‘화조초어도’(花鳥草魚圖) 등을 통해 이들의 노력을 짐작해볼 수 있다.

전시 준비단계부터 이뤄진 ‘과거와 현재의 만남’도 인상적이다. 박물관은 고양이 민화 그림으로 잘 알려진 혜진 작가와 협업해 전시 포스터를 만들었다. 조선시대 초충도를 보고 작가가 재해석한 그림이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혜진 작가 특유의 스타일로 그린 초충도 작품 역시 전시장 곳곳에 배치돼 눈길을 끈다.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 나온 고양이와 나비 그림도 보인다.

전시에 맞춰 열리는 전문가 특강(미물지생에 우주가 있다) 및 체험 행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매주 수~목요일 문화놀이터 공간에서 ‘모든 생명은 아름답고 소중하다’ 메시지의 ‘풀과 벌레를 담은 석고 마그네틱’, 지정 토요일엔 전통회화 속 ‘미물지생’의 현재화 및 예술적 확장 경험을 위해 ‘작가와 함께 풀과 벌레를 담은 초벌백자접시’ 체험이 진행된다. 박물관 관계자는 "옛사람들이 바라본 풀벌레 세계를 조명한 이번 전시를 통해 전통와 현대의 ‘공존’을 되돌아볼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혜진 작가와 협업한 전시 포스터. /국립춘천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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