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정 운영은 복잡다단하다. 정치·경제·외교·국방·사회·문화 등 제반 분야에서 어느 날, 어디에서, 무슨 사고가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초대형 사건은 끝내 정권을 집어 삼켰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타이밍이다. 타이밍을 놓치면 문제 해결이 어려워지고 결국 화근이 된다.

‘대장동 게이트’는 단군 이래 최대 부패사건이다. 성남시와 화천대유·천화동인의 극소수 투자자들이 ‘공영개발’이란 이름으로 협잡해 1000만 원 투자에 100억 원을 벌어가는 식으로 그들만의 돈잔치를 벌였다.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언론에 처음 보도됐다. 하지만 사건 발생 1년이 넘었는데도 ‘주범 이재명 전 성남시장’(현 민주당 대표)을 아직도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제서야 겨우 유동규(전 성남시 도개공 본부장) 입에서 ‘이재명’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이재명 고발한 장기표 기소대책위원회’(회장 이호승)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장동 사건을 첫 문제제기한 주인공은 장기표 ‘대진범’(대장동게이트 진상규명 범시민연대) 상임대표다. 장 대표는 이 사건을 지난해 9월 조선일보에 제보했다. 이후 ‘대장동 사건’은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0.73%p 차로 이기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장 상임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서울 광화문 집회 등에서 "이재명 전 성남시장을 구속수사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명 후보 측은 이같은 장 상임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이 고발사건이 어제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재판이 열린 것이다. 기자회견장에 나온 장 대표는 "(사법당국이) 잡으라는 도둑은 안 잡고 ‘도둑 잡아라’ 외친 사람을 잡고 있다"고 씁쓸해 했다.

검찰의 대장동 수사 속도가 늦어도 너무 늦다. 이 때문에 훈장을 받아야 할 영웅이 억울한 피해자로 법정에까지 서게 됐다. 더욱이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의 대장동 관련 혐의는 수사에 착수하지도 못했다. 이래서야 윤석열 정부의 국정 모토인 ‘법치’를 세울 수 있겠는가? 검찰도, 재판부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타이밍 놓치고 ‘도둑들의 반격’을 받기 전에 빨리 도둑들을 때려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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