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기아차는 올해 3분기 매출이 23조161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기아차의 EV6. /현대자동차그룹
25일 기아차는 올해 3분기 매출이 23조161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기아차의 EV6.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와 기아차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우크라이나 사태, 세타2 GDI 엔진 리콜 등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제네시스, 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의 판매 증가와 함께 고환율의 덕을 본 효과로 풀이된다. 지난 1·2분기에 이어 3분기 역시 호조세를 이어가면서 양사의 올해 매출은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3분기 현대자동차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6% 증가한 37조7054억원을 기록했다. 기아차는 30.5% 늘어난 23조161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통상 3분기는 자동차가 잘 팔리지 않는 비수기로 꼽힌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와 기아차의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완화에 따른 주력 모델의 판매 확대와 고환율, 그리고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아이오닉5·EV6 등 전기차 판매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3분기 해외 판매량은 102만5000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89만9000대보다 14% 늘어난 것이다. 기아차도 지난해보다 10.7% 증가한 61만9000대를 팔았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차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7.1%, 34.3% 뛰었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아이오닉5과 EV6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최근 GV60·아이오닉6·니로EV 등이 출시되면서 신차 효과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공행진 중인 원·달러 환율이 양사의 호실적을 견인하는 효자 역할을 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차는 내수보다 수출 의존도가 높아 고환율이 계속될수록 매출이 커지는 구조다. 현재 양사는 전체 자동차 생산량의 60%를 해외에 판매하는 등 수출 비중이 크다. 올해 3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보다 15.6% 오른 1338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세타2 GDI 엔진 결함과 관련해 예상치 못한 품질비용이 발생하면서 영업이익은 2분기보다 뒷걸음질쳤다.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세타2 GDI 엔진은 소음, 진동, 주행 중 시동 꺼짐 등의 결함으로 세타2 GDI 엔진이 적용된 차량에 대해 리콜을 결정했다. 현대자동차가 추산한 리콜 대상 자동차 수는 240만여대다. 현대자동차의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조551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줄었다. 순이익도 1조4115억원으로 5.1% 떨어졌다. 기아차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768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1% 감소했다. 순이익 역시 4589억원으로 59.6% 줄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차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세타2 GDI 엔진 결함과 관련해 3조원에 달하는 추가 충당금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충당금은 향후 지출에 대비해 쌓아두는 돈이다. 충당금 규모가 커지면 영업이익은 그만큼 줄어든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차는 3분기 실적에 각각 1조3602억원, 1조5442억원을 품질비용으로 책정했다.

다만 현대자동차와 기아차가 이번 3분기를 세타2 GDI 엔진 리스크를 털어낼 최적의 시점으로 삼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양사의 주가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현대자동차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에 따라 전기차 핵심 부품의 안정적인 조달을 위해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등의 대응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강현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전기차 배터리 원소재에 대한 환경 규제에 맞춰 신기술 개발, 주요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해 공급망을 확보할 것"이라면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세부 규정이 마련되면 미국 내 판매와 관련해 적시 대응해 전동화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자동차와 기아차는 올해 4분기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리 인상 등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판매를 확대하는 등 수익성 방어에 집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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