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폭로에 사법 리스크 커지자 "총선도 망한다" 위기감
'포스트 이재명' 대안 이낙연·김부겸 중심 지도부 개편 거론
제1야당 당대표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법리스크에서 헤어나지 못하자 야당 내에서도 ‘포스트 이재명’ 체제에 대한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차기 총선이 1년 반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당 대표가 사법처리될 경우 대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 이어 총선까지 전국단위 선거 3연패에 빠질 수도 있다. 포스트 이재명 체제는 이낙연 전 총리와 김부겸 전 총리 등을 투 톱을 중심으로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고 대여(對與) 협상력까지 발휘할 수 있는 중량급 인사로는 이낙연 전 총리가 단연 첫 손에 꼽힌다. 친문진영의 지지도도 높아 ‘포스트 이재명’ 체제를 이끌 최적의 인물로 꼽힌다. 이 전 총리는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설훈 의원과 홍익표 의원이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대깨문’ 그룹과 ‘깨시민’(깨어있는 시민연대) 그룹을 규합하고 있다.
친문계 뿐만 아니라 당 내에서 두루 평판이 좋은 김부겸 전 총리도 차기 당 대표감으로 언급되고 있다. 김부겸 그룹은 이미 서울 강남 모처에 사무실까지 내고 지난 대선 때 만들었던 대선캠프를 복원하는 형태로 모이고 있다. 한총련 세대를 중심으로 한 이재명 대표세력에게 밀려난 80년대 586운동권 그룹들이 김부겸 전 총리를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포스트 이재명’준비 흐름은 최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본격적으로 이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들을 내놓으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지난해 10월 구속됐다가 20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유 전 본부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대표에게 불리한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21일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남욱 변호사 등 이른바 ‘대장동 패밀리’로부터 받은 돈이 이 대표의 대선 캠프로 전달됐고, 이 대표도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유 전 본부장은 지난 21일 재판을 마친 뒤 ‘오늘 이재명 대표가 한 푼도 안 받았다고 기자회견을 했다’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재판 중에 잠시 기사를 봤다. 굉장히 재미있더라"며 "의리?(웃음) 그런데 이 세계는 그런 게 없더라. 내가 착각 속에 살았던 거 같다. 구치소에서 1년 명상하면서 깨달은 게 참 많다. 내가 너무 헛된 것을 쫓아다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자신이 이 대표로부터 이용당했음을 간접적으로 토로하기도 했다.
일단 민주당의 현 태세는 이 대표를 ‘결사옹위’하겠다는 분위기다. 지난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이콧한 일은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하지만 검찰이 이 대표를 향한 수사망을 좁혀오고 있고 이 대표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 증거가 발견된다면 분위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비록 현재는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인해 차기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회복이 어려운 충격을 입게 된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이 대표가 기소된다면 이 대표는 대표직을 계속 수행하기가 어려워진다. 민주당은 지난 전당대회에서도 ‘당직자가 기소될 경우 당무 정지’내용이 들어있는 당헌을 개정하려 했으나 특정인을 위한 개정이라는 반발에 부딪혀 그 당헌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