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는 가운데 2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습으로 전력이 차단돼 빛이 사라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로이터=연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는 가운데 2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습으로 전력이 차단돼 빛이 사라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로이터=연합

미국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30일까지 연례 핵억지 연습인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을 시작한 가운데, 러시아는 대규모 핵전쟁 훈련 ‘그롬’(우뢰)의 실시를 미국에 통보했다.

우크라이나의 ‘더티 밤’(dirty bomb: 방사능 물질이 든 재래식 폭탄) 사용 가능성을 러시아가 제기해 국제사회의 우려를 더하던 와중이라 한층 주목된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그롬’에 대해 "매년 10월 말 실시해 온 러시아의 연례적 일상적 훈련"이라며, "러시아가 투명한 공지 의무를 준수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이 이상 더 제공할 정보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를 상대로 핵무기위협 발언을 해온 러시아가 군사훈련을 핵무기 이동의 명분으로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도 있다. 이와 관련, 라이더 대변인이 "나토는 군 준비태세를 변경하지 않았다. 현 시점에서 그럴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더티 밤’ 사용 가능성에 대한 러시아의 주장을 일축했다. "사실이 아니다."

앞서 러시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정권이 ‘더티밤’ 개발을 명령했으며, 마무리작업 단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방 국가들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거짓깃발’(위장) 전술을 구사한다고 반박했다. ‘더티 밤’이란 재래식 폭탄에 방사성 물질을 채운 저위력 방사성 폭탄이다.

핵무기보다 위력은 작지만, 일정 지역을 핵으로 오염시킬 수 있다. 이날 ‘러시아가 더티 밤 등 핵무기 배치를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믿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실수"라고 답했다. 이어 "위장전술인지 아직 확실치 않다. 그러나 그것은 심각한, 심각한 실수일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같은날 바이든 대통령과 리시 수낵 신임 영국 총리와의 전화통화가 이뤄졌다. 백악관 보도자료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크게 세 가지 현안 및 방향성에 뜻을 모았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며 러시아에게 전쟁피해의 책임을 지게 할 것,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합리적 가격의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해 협력하자는 것이다.

한편 러시아의 공습으로 전력망 등 기반시설이 크게 훼손된 우크라이나는 이날 해외 피란민들에게 이번 겨울이 끝나기까지 귀국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2월 전쟁 발발 이후 해외로 피신한 우크라이나인 숫자를 770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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