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중 먼지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7월말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한 ‘에미트(EMIT, 작은 사진)’. 지구를 90분마다 한 바퀴씩 돌며 고성능 영상분광계를 이용해 전 세계 광물 먼지 발생지와 먼지 성분을 매핑하고 있다. 매핑 대상은 적철석·방해석·백운석·침철석·고령석·녹니석·질석·몬모릴론석·일라이트·석고 등 지표면에 존재하는 10개 주요 광물이다. /NASA
대기 중 먼지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7월말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한 ‘에미트(EMIT, 작은 사진)’. 지구를 90분마다 한 바퀴씩 돌며 고성능 영상분광계를 이용해 전 세계 광물 먼지 발생지와 먼지 성분을 매핑하고 있다. 매핑 대상은 적철석·방해석·백운석·침철석·고령석·녹니석·질석·몬모릴론석·일라이트·석고 등 지표면에 존재하는 10개 주요 광물이다. /NASA

지구온난화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최대 난제지만 세계 각국의 대처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하지만 머지않아 우리의 기후변화 대응력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최근 이를 위한 미 항공우주국(NASA)의 독특한 신무기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가동을 시작했다.

◇메탄의 슈퍼 배출원=NASA는 지난 25일(현지시간) ISS의 ‘에미트(EMIT·지표면 광물 먼지 배출원 조사)’ 장비를 이용해 중앙아시아·중동·미국 남서부 등지에서 메탄가스를 대량 방출하는 슈퍼 배출원 50여곳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메탄은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의 80배에 달하는 초강력 온실가스로 이번 슈퍼 배출원 대부분은 유전·가스전 같은 화석연료 인프라, 쓰레기매립장을 비롯한 폐기물 설비, 축사를 포함한 농축산 시설이었다.

특히 일부는 배출량에서 역대급 규모를 보였다. 투르크메니스탄의 항구도시인 하자르의 석유·가스 시설에서만 12곳의 거대 메탄가스 배출이 포착됐는데 가장 큰 것의 길이가 32㎞를 넘었다. NASA는 이곳에서 시간당 5만400㎏의 메탄을 뿜어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긍정적 부분은 수백 년간 대기에 머무는 이산화탄소와 달리 메탄은 10여년 만에 없어진다는 것이다. 에미트 프로젝트의 연구책임자인 NASA 로버트 그린 박사는 "슈퍼 배출원을 찾아 배출 억제에 나서면 빠르게 온난화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미"라며 "에미트가 가동 3개월 만에 이 정도 성과를 거둔 만큼 숨어 있던 배출원이 앞으로 훨씬 많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먼지 쫓는 우주 탐정=사실 에미트는 메탄가스 탐지를 위해 개발된 장비가 아니다. 관측 과정에서 NASA도 예상치 못했던 뜻밖의 유용한 능력이 발굴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명칭에서 나타나듯 에미트의 원래 목적은 광물 먼지의 정체 규명이다. 최우선 임무도 광물이 부서져 만들어진 먼지의 성분과 배출원을 조사하는 우주 탐정 역할에 맞춰져 있다.

NASA가 광물 먼지에 주목한 것은 기후변화를 더 정확히 이해하고 예측해 효율적 해법을 모색할 통찰력을 갖기 위함이다. 광물 먼지는 제트기류 등을 타고 수천㎞를 이동하며 지구 기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까닭이다. 철분이 함유된 붉고 어두운색 먼지는 햇빛을 흡수해 온난화를 가속하고 점토로 이뤄진 밝은색 먼지는 햇빛을 반사해 온도를 낮추는 식이다.

문제는 광물 먼지가 사막 등 건조지대에서 다른 대륙으로 매년 10억톤 이상 날아간다는 것 외에 아는 게 거의 없다는 점이다.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려면 먼지의 성분을 알아야 하지만 과학계가 상세한 광물 정보를 가진 지역은 전 세계 단 5000여곳 뿐이다. 때문에 전지구적 또는 지역적 기후예측모델에서 광물 먼지의 영향은 아직도 추측에 의존하고 있다. 그만큼 신뢰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NASA가 수년의 연구개발을 거쳐 에미트를 개발하고 지난 7월 ISS에 설치한 배경이다.

◇스펙트럼 지문=이 같은 오랜 지식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현재 에미트는 90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씩 돌며 고성능 영상분광계를 이용해 지표면을 샅샅이 훑으면서 각 지역의 광물 성분을 매핑하고 있다. NASA에 따르면 먼지의 성분에 따라 반사되는 빛 스펙트럼이 달라 분광계로 지구에서 반사된 빛을 가시광선부터 적외선까지 수백개의 파장에서 정밀 분석하면 정체를 특정할 수 있다. 빛 스펙트럼이 곧 광물의 지문인 셈이다.

실제 NASA는 지난 12일 에미트가 처음 매핑한 리비아 남서부 사하라 사막의 광물지도를 공개하고 침철석·적철석·고령석의 존재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네바다주 북서부의 산악은 고령석이 지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령석은 점토성, 나머지는 산화철 광물이다.

에미트 미션의 총괄책임자인 코넬대 나탈리 마호왈드 교수는 "에미트의 분광계는 한번에 축구장 면적을 판독할 수 있는 분광계 1280개의 군집으로 이뤄져 있어 초속 7㎞ 이상의 속도로 80㎢의 지면 스캔이 가능하다"며 "1년의 임무기간 동안 북위 50도~남위 50도 사이에 위치한 아프리카·아시아·북남미·호주의 건조지역에 대한 10억개 이상의 관측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NASA가 지난 12일 공개한 리비아 남서부 사하라 사막의 ‘에미트(EMIT)’관측 이미지. 영상분광계를 활용한 빛 스펙트럼 분석(좌측)을 통해 3개 광물의 존재가 확인됐다. 우측 이미지에서 노란색이 침철석, 붉은색이 적철석, 파란색이 고령석 분포지역을 의미한다. /NASA
NASA가 지난 12일 공개한 리비아 남서부 사하라 사막의 ‘에미트(EMIT)’관측 이미지. 영상분광계를 활용한 빛 스펙트럼 분석(좌측)을 통해 3개 광물의 존재가 확인됐다. 우측 이미지에서 노란색이 침철석, 붉은색이 적철석, 파란색이 고령석 분포지역을 의미한다. /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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