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고(故) 김용기 장로의 일화를 며칠 전 소개했다. 새마을운동 뿌리는 기독교라는 목소리인데, 오늘 새삼 물어보자. 왜 1970년대 새마을운동만이 성공한 사회개혁운동으로 거듭 각광 받는가? 유럽 4H운동, 중국 대약진운동, 북한 천리마운동 등 비슷한 시기의 다른 개혁프로그램은 지지부진하거나 아니면 정치적 재앙으로 변질됐을까? 새마을운동 탐구는 그래서 더욱 의미있다.

오늘은 예고대로 신학자 정성구 박사가 알려준 ‘새마을운동의 교주(敎主)’ 김준 장로 얘기다. 정 박사는 1983년 총신대 총장 시절 새마을연수교육을 받았다. 장·차관에서 기업 회장, 국회의원 등이 분임조를 만들어 1주일 동안 사례 발표를 듣고 토론했다. 눈여겨볼 건 그게 기독교식의 회개하는 시간이었다는 고백이다. 국가와 사회 앞에 부끄럽게 산 것을 고백하며 참석자들은 좔좔 눈물을 흘렸다.

당시 최고 연사는 새마을중앙연수원장을 세 번 역임했던 김준이었는데, 그도 흥미롭다. "그의 강연은 예수란 말을 사용한 일도 없고, 할렐루야 아멘이라는 말을 쓴 일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어떤 설교보다 더 감동을 줬다. 꼭 교회 부흥회와 비슷했다."(정성구 <목사가 왜 욕을 해> 236쪽) 김준은 누구일까? 꼭 10년 전 타계한 그는 연수원장 이전에 기독교 장로였다. 서울대 농대 졸업 뒤 스승 유달영을 모델로 농촌계몽운동에 투신했던 인물이다.

원장직을 마친 뒤 다시 복음농민회를 조직했는데, 복음만이 새 사람을 만들 수 있다는 소신이었다. 정 박사의 다음 말이 의미심장하다. "새마을운동은 딱히 복음운동은 아니라도 영적 변화를 요구하던 시대의 운동이었다." 마을 길 넓히고 소득증대만을 했던 게 아니라, 5000년 잠자던 국민의식을 일깨운 불쏘시개였다는 뜻이다. 그래서 가나안농군학교 김용기 장로를 이어받은 김준 장로를 "하나님의 종"이라고 정 박사는 당당히 일컬었다.

무엇보다 새마을운동은 현재진행형이다. 세계 80개국에서 수입해갔으니 원조 한류다. 얼마 전 새마을운동을 언급하며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나야 할 때"라고 밝힌 윤석열 대통령의 뜻도 그럴 것이라고 나는 가늠한다. 사실 한국인 다수는 현대사를 잊은 채 어울렁더울렁 산다. 집단망각 내지 허위의식에 빠져 사는 우리들에게 새마을운동 재인식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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